“새벽 2시반에 그녀는 왜 호텔로…”
김흥국은 성폭행 의혹에 대해 성관계 자체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TV조선 홈페이지 캡처.
김흥국의 소속사 측은 두 사람의 만남이 2년 전 김흥국의 측근이던 J 씨의 소개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당시 김흥국은 A 씨를 “미대 교수”라고 소개 받았으며 A 씨가 김흥국의 초상화까지 그려서 선물했다고 밝혔다. 김흥국은 나중에 A 씨가 미대 교수가 아닌 보험회사 영업사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뒤 연락을 피했다고 한다.
반면 종합편성채널 MBN ‘뉴스8’을 통해 입장을 밝힌 A 씨는 자신을 미대 교수라고 칭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보험 일을 한다고 밝혔으며 선물 역시 보험 영업을 하는 사람들이 보험 고객에게 선물을 보내는 차원의 의도였다고 주장했다.
A 씨가 김흥국에게 금전적인 요구를 했다는 주장도 있다. 우선 김흥국은 “(A 씨가) 내게 ‘잘못된 남녀 관계 문제로 법적 소송이 걸려 있는데, 소송비용으로 1억 5000만 원을 빌려 달라’고 요구해와 처음 만남부터 의도되었던 접근이라는 의심을 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A 씨는 “김흥국이 사과를 안 하니까 금전적으로라도 하라고 한 거”라며 “구체적 금액을 얘기 안 했고 돈을 받을 마음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문제의 ‘그 날’에 대한 주장에선 양측의 주장이 극렬하게 대립하고 있다. 김흥국은 공식입장을 통해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동료 가수 디너쇼에 게스트로 출연하고 나서 같은 호텔 방에 마련된 뒤풀이 현장에 이 여성이 또 찾아와 출연 가수, 관계자들과 함께 술자리를 가졌다”라며 “술자리가 길어져 잠이 들었는데, 깨보니 모두 다 갔으며 그 여성은 가지 않고 끝까지 남아 있어서 당황스러웠다”고 밝혔다. 성관계 여부에 대해선 “당시 너무 술이 과해 있을 수도 없었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MBN ‘뉴스8’을 통해 처음 성폭행 사실을 밝힐 당시 A 씨는 “2016년 11월 김흥국과 그의 지인들과 함께 저녁 식사 자리를 가졌고 이 자리에서 김흥국으로부터 술을 억지로 강요받았다”라며 “새벽에 너무 머리가 아파서 (눈을) 떴는데, 김흥국 씨 옆에 주무시고 계시고 저 누워 있더라고요. 옷 다 벗겨진 채로”라고 주장했다.
김흥국이 성폭행 사실을 강하게 부인하는 공식입장을 내놓자 A 씨는 “호텔 CCTV를 돌려보라고 하고 싶다. 내 손목을 끌고 들어간 게 남아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다만 이미 오랜 시간이 흘러 호텔 CCTV에 찍힌 당일의 모습을 이미 지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 결정적인 목격자의 등장 ‘그 날의 실체는 바로 이것’
결정적인 목격자까지 등장했다. 공연기획자 서 아무개 씨가 인터넷종합지 ‘더팩트’를 통해 자신이 당일 상황을 모두 목격했다고 주장한 것. 서 씨는 “이자연의 연말디너쇼에 김흥국이 게스트로 출연한 뒤 뒤풀이 때 발생한 일”이라고 정황을 소상히 밝혔다.
이자연의 2016년 연말 디너쇼는 12월 16~17일 이틀 동안 서울 광진구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호텔 내 워커힐 시어터에서 열렸으며 김흥국이 게스트로 출연했다.
서 씨는 당시 함께 있던 지인을 일본에서 온 이자연의 여성 팬 3명과 자신이었다고 밝혔다. 김흥국까지 이렇게 5명이서 새벽 0시 30분 즈음부터 김흥국의 숙소인 호텔 룸에서 술자리를 가졌다고 한다.
술자리에서 김흥국과 전화통화를 한 A 씨는 새벽 2시 반쯤 호텔로 왔다고 밝혔다. 호텔 룸으로 A 씨를 데려온 것은 김흥국이 아닌 서 씨다. 1층 로비에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고 김흥국 대신 서 씨가 내려가서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호텔 룸으로 올라왔다는 것. 결국 CCTV를 보면 김흥국이 자신의 손목을 끌고 들어간 게 남아있을 것이라는 A 씨의 주장은 틀린 얘기라는 게 서 씨의 설명이다. 호텔에 도착했을 당시 A 씨는 술에 취하지 않았으며 호텔 룸에서의 술자리에서도 거의 술을 마시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한 가지 눈길을 끄는 부분은 서 씨 역시 그날 A 씨를 미대 교수로 소개받았다는 점이다. 서 씨는 자신뿐 아니라 합석했던 일본 팬 역시 A 씨를 미대 교수라고 소개받았다고 기억하고 있다고 한다.
술자리는 새벽 3시 무렵에 끝났다. 일본 팬들과 서 씨가 그 즈음 호텔 룸을 떠난 것. 따라서 그들이 떠난 뒤 김흥국과 A 씨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다만 서 씨는 당시 김흥국이 술을 더 마실 수 없는 만취 상태였다고 밝혔다.
# 서로 얘기하는 그 날이 그 날이 아니라면…
서 씨의 등장으로 김흥국의 주장에 더 무게감이 실린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그 날’에 대해 양측이 상반된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닌, 양측이 서로 다른 ‘그 날’을 얘기하는 것이라면 상황은 또 달라진다.
A 씨는 2016년 11월에 처음으로 성폭행을 당했고 한 달 뒤에 두 번째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흥국과 서 씨가 언급한 디너쇼 뒤풀이는 2016년 12월에 벌어진 일이다. 따라서 양측이 서로 다른 ‘그 날’을 얘기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억지로 술을 마셔 만취로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났더니 알몸 상태로 김흥국과 누워 있었다는 그 날이 A 씨의 첫 번째 성폭행이 이뤄진 그 날이고, 디너쇼 뒤풀이는 두 번째 성폭행 사건이 벌어진 그 날일 수도 있는 것. 그렇다면 A 씨가 첫 번째 그 날을 언급했는데 김흥국이 두 번째 그 날의 상황으로 반박한 게 되고 만다. 그렇다면 김흥국은 다시 A 씨가 주장하는 첫 번째 그 날의 정황에 대해서도 반박을 해야 한다.
그럼에도 의문은 남는다. 만약 A 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그는 12월 디너쇼 뒤풀이 한 달 전에 이미 성폭행을 당했다. 그럼에도 새벽 2시 반에 자신을 성폭행한 김흥국의 호텔 룸까지 찾아온 까닭은 무엇일까. 서 씨 역시 “첫 번째 만남에서 성폭행을 당했다면 두 번째인 그 날 전화통화만으로 스스로 호텔에 왔다는 건 일단 말이 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