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숨어있는 남태평양 산호바다
▲ 에메랄드빛이 넘실대는 우도의 해변. 동양에서 유일한 산호모래사장이 드넓게 펼쳐져 있다. | ||
가을이 복판으로 들어섰지만 제주의 햇살은 아직 뜨겁다. 여름이 그림자를 채 거둬들이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바다가 더 반갑다. 우도는 성산포 북동쪽 앞바다에 자리하고 있다. 남북의 길이 약 3.8㎞, 동서 2.5㎞, 둘레 17㎞로 섬은 아담하다. 소가 드러누운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우도다. 성산포항을 출발한 배는 이내 우도 하우목동항에 닻을 내린다. 거리가 워낙 가깝다 보니 잠시 마실 나온 기분이 들 정도다.
항구 주변에 자전거대여점이 눈에 띈다. 자전거 외에도 스쿠터와 4륜오토바이를 대여하고 있다. 아무리 섬이 작다지만 걸어서 다니기에는 무리가 있다. 순환버스가 있기는 한데 자주 다니는 편이 아니라 불편하다. 아예 자동차를 가지고 가거나 우도에서 자전거 따위를 대여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다.
항구의 좌우로는 길이 나 있다. 오른쪽은 산호해변을 지나 톨간이까지 이어지고 왼쪽 길은 하고수동해수욕장과 비양도를 지나 검멀래까지 닿는다.
일단 가까운 산호해변 쪽으로 길을 잡아보자. 항구에서 이 해변까지는 1㎞ 정도 떨어져 있다. ‘서빈백사’라고 불리는 이 해변은 우도 서쪽 서천진동과 상우목동의 경계해안에 자리 잡고 있다. 산호가 부서져 형성된 모래사장으로 우도8경 중 제8경에 속한다. 잘게 부서진 산호는 매일 조금씩 자라난다고 한다. 산호해변은 동양에서도 여기가 유일하다. 이곳의 물빛은 신비 그 자체다. 하얗게 깔린 산호모래가 물 아래서도 빛을 산란하는 탓에 여느 바다와는 달리 옅은 청록색 옷을 입고 있는 듯하다. 그 황홀한 풍경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산호해변은 단지 시작일 뿐이다. 해안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3㎞ 정도 달리면 동천진항이 나오고 여기서 다시 2㎞쯤 더 가면 또 하나의 멋진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이곳이 ‘톨칸이’다. 톨간이는 ‘소의 여물통’이라는 뜻의 제주방언. 소의 여물통처럼 혹은 발굽처럼 ‘U’자형으로 움푹 파인 해안절벽이 인상적이다. 날씨가 좋을 때 이곳은 더 없이 평화롭지만 태풍이 불 때면 파도가 30m 이상 높이 솟구친다.
톨간이 맞은편에는 우도 제1경인 해식동굴이 있다. ‘광대코지’(광대곶)라는 기이한 암벽 밑으로 여러 개의 해식동굴이 형성돼 있는데 10월 중순에서 11월 중순 사이 오전 10시에서 11시경, 푸른 빛깔의 투명한 바다 위로 햇살이 쏟아지면 이 빛이 반사돼 동굴 천장에 달을 하나 띄운다. 낮에 볼 수 있는 달, 그래서 ‘주간명월’이란 이름이 붙었다. 우도 사람들은 이곳을 ‘달그린안’이라고 부른다.
주간명월은 많은 사람들에게 그 존재가 알려져 있지만 그 장관을 본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볼 수 있는 계절과 시간이 정해져 있는 데다 날씨까지 매우 좋아야 하기 때문이다. 검멀래에서 동굴까지는 관광보트로 갈 수 있다.
▲ 우도는‘소섬’이다. 우도 어디에서나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소들을 만날 수 있다. | ||
검멀래 가는 길에 하고수동해수욕장이 있고 그 바로 옆으로 비양도가 자리 잡고 있다. 하고수동해수욕장은 산호해변에 비해 그 규모가 크지만 물빛은 그보다 못하다. 비양도는 우도에 딸린 무인도다. 썰물 때면 걸어 들어갈 수 있는 곳으로 자전거로 10분이면 섬을 돌아볼 수 있다. 비양도 해안에는 커다란 화산탄 모양의 베개용암(수중에서 용암이 물에 접촉해 베개모양으로 굳어진 것)과 코끼리바위 등이 있다.
비양도를 나와 해안선을 따라 3㎞ 정도 동남쪽으로 길을 달리면 이곳이 검멀래다. ‘멀래’는 ‘모래’라는 뜻의 제주방언. 모래가 검기 때문에 검멀래다. 제주시 삼양해수욕장의 모래도 검지만 우도 제6경에 꼽히는 후해석벽과 동안경굴 등이 멋들어지게 어우러진 이곳이 더 낫다.
검멀래를 감싸고 있는 후해석벽은 세월의 훈장인 잔주름이 가득하다. 높이 20m, 폭 30m 정도인 이 절벽은 수많은 책을 켜켜이 쌓아놓은 듯한 모양새다. 검멀래 끝에는 우도 제7경에 속하는 동안경굴이 있다. 동굴 속의 동굴로 이루어진 이곳은 썰물이 되어서야 입구를 찾을 수 있다. 들어가는 입구 쪽의 굴은 작지만 안에 있는 굴은 매우 넓다.
검멀래에서부터 쇠머리오름까지는 걸어서 20분 정도 걸린다. 트래킹 길이기 때문에 탈 것들은 잠시 검멀래에 세워두어야 한다. 쇠머리오름은 해발 132m로 시골 동네 뒷동산처럼 낮아서 오르는 데 별 어려움이 없다. 왼쪽으로는 푸른 바다가, 오른쪽으로는 드넓은 초원이 펼쳐진 멋진 등산로다.
오름의 꼭대기에는 등대공원이 조성돼 있다. 국내 최초의 등대 테마공원으로 우리나라와 세계의 주요 등대모형이 전시돼 있다. 야외전시장, 전망대, 산책로, 사진촬영코너 등도 마련돼 있다. 오름 꼭대기에 서면 우도가 한눈에 들어오는데 이것이 바로 우도 제4경이다.
우도의 풍경은 밤에도 계속된다. 밤바다에 반딧불이처럼 떠오르는 어선의 불빛들, 멸치잡이, 오징어잡이 배들의 이 불빛이 우도 제2경이다.
▲ 우도 트레킹을 하는 사람들. 마치 그림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기분이 든다. | ||
우도 천진동에서 바라본 한라산이 제3경. 특히 하늘이 맑은 날은 손에 잡힐 것처럼 한라산이 눈앞에 펼쳐지는데 그 모습이 장관이다.
우도와 가장 가까운 종달리에서 바라본 우도의 모습이 제5경이다. 섬 이름의 유래가 된 소가 누워 있는 모습이 그대로 그려진다.
여행 안내
★길잡이:우도에 들어가려면 성산포항이나 종달리항에서 배를 타야 한다. 성산포-우도 간 도항선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거의 매시간 있지만 종달리-우도 간 도항선은 하루 네 차례밖에 없다. 자세한 시간과 차량 도선 가능 여부 등은 각 대합실에 문의하는 것이 정확하다. 성산대합실 064-782-5671, 종달대합실 064-782-7719
★잠자리: 최근 들어 우도에 펜션이 많이 들어섰다. 대부분 해안을 끼고 있어 풍광이 좋다. 그중 특히 추천할 만한 곳은 ‘로그하우스’(064-782-8212). 산호사해변 바로 앞에 자리하고 있다. 창밖으로 아름다운 바다가 보이고 그 건너에는 성산일출봉이 오롯이 앉아 있다. 통나무로 지어져 펜션 자체도 운치가 있다. 오봉리 해녀민박촌 골목에 자리한 ‘드림빌리지’(064-782-0664)는 우도 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숙박시설이다. 전망대, 식당, 수영장, 바비큐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 영화 <인어공주> 촬영팀이 4개월 동안 묵었던 곳이다.
★먹거리: 면사무소가 자리한 중앙동과 검멀레해수욕장, 선착장 주변에 횟집을 비롯한 식당들이 있다. 하우목동선착장에서 산호사해변 가는 길에 ‘일해횟집’(064-782-5204)과 ‘우도횟집’(064-783-0508)이 있다. 쫄깃쫄깃한 벵에돔, 다금바리, 붉바리 등 자연산 회와 물회 등이 일품이다.
★문의: 제주특별자치도 관광문화포털(http://cyber.jeju. go.kr) 064-710-3851(관광마케팅과)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