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커버] 천안함 8주기 특집3(끝)-‘천안함 프로젝트’ 정지영·백승우 감독 인터뷰
[일요신문] 3월 26일로 천안함 사건은 8주기를 맞았다. 천안함 사건은 북한 잠수함의 어뢰 피격에 의한 침몰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사회적 인식에 지난 2013년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는 천안함 침몰에 대해 다른 각도의 합리적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당시는 이명박·박근혜로 이어지는 보수정권이 집권한 상황이었고, 사회가 여러 집단으로 나뉘어 반목하고 있어 이성적인 사회적 담론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영화가 개봉한지도 4년이 흘렀다. 그 사이 한국 사회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이에 ‘일요신문i’는 서면을 통해 ‘천안함 프로젝트’의 제작자인 정지영 감독과 연출을 맡은 백승우 감독에게 이야기를 들어봤다.
‘천안함 프로젝트’를 제작한 정지영 감독. 사진=아우라픽처스
-‘천안함 프로젝트’ 제작 의도는 무엇이었나.
“정지영 감독의 제안 때문에 시작됐다. 영화에도 나오듯 그 당시, 사실 지금도 이어지고 있지만 천안함과 관계된 정부의 발표는 한국 국민들의 대북 안보관에 대한 일종의 리트머스종이처럼 이용됐다. 예를 들어 조용환 대법관 후보는 청문회장에서 천안함 사고에 대해 ‘정부 발표를 받아들이고 북한이 저질렀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하지만 직접 보지 않아 확신이란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고 답했다가, ‘확신이 없다’는 공격을 받고 결국 낙마하게 됐다. 그것은 당시나 지금의 시선으로 봐도 마녀사냥 혹은 매카시즘일 뿐이다. 하지만 그게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니 우리는 당연하게도 거기에 대한 질문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 포스터. 사진=아우라픽처스
“근본적인 어려움은 사건 자체가 워낙 어려운 내용이어서, 그걸 파악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
-보수 정권하에서 민감한 소재를 다루다보니 방해도 있었을 것 같은데.
“가장 큰 방해는 대부분의 개봉관에서 영화가 내려간 것이다. 개봉 첫 날 ‘천안함 프로젝트’는 다양성 부분 1위를 기록했다. 각 영화관에서 스크린 수를 늘리겠다는 소식을 전해들을 정도였다. 그런데 둘째 날 전국의 모든 메가박스 상영관에서 영화를 강제로 내렸다.(당시 멀티플렉스 중에는 유일하게 메가박스만 개봉관을 내줬다.) 그 결과 이틀 만에 상영관은 전국에 있는 독립영화관 4곳만 남았다. 그런데 그 악조건 속에서도 상영관 4개관에서 ‘천안함 프로젝트’는 사흘 만에 다시 1위에 올랐다. 우리는 그것이 영화가 훌륭했기 때문이라고 받아들이지 않는다. 시민들이 화가 난 거고, 행동으로 옮겨진 것이라고 해석한다. 곧이어 우리는 모자란 상영관을 보충하기 위해 IPTV에도 상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IPTV에서도 내리겠다는 소식을 들었고, 주요 IPTV에서 영화는 사라졌다. 그리고 우리 영화를 상영했던 독립영화관들은 이해할 수 없는 사찰을 받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어느 정도 윗선에서 압박이 있었는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이번 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를 보면서, 그것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라는 것이 알려졌다.”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를 보면 신상철 전 천안함 민군합동 조사위원이나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의 분석과 주장이 주를 이룬다. 다양한 주장이 담기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는 부분이다.
“사실 영화에는 다양한 주장이 담겨있다. 일단 정부의 입장은 백서 등을 통해 보여 진다. 일반인들의 인터뷰를 통해서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의견이 담겨 있다. 전문가들의 인터뷰는 시간과 제작비 여건상 다 담을 수는 없었지만, 요지는 거의 다 담았다고 본다.
정부의 입장을 왜 직접 인터뷰하지 않았냐는 지적 같은 경우는, 그 당시는 대부분의 언론이 정부의 입장만 대변하고 있었다. 따라서 굳이 우리까지 거기에 시간을 많이 할애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우리는 그 외의 의견은 무엇이 있는가에 집중해야 했다.”
-영화 개봉 전 일각에서는 ‘충격적 음모가 폭로된다’는 식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 기존 의혹을 다시 되짚어 보는데 그쳤다. 원래 제작 의도였나.
“영화에는 개봉 당시까지는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내용이 세 개 담겨 있었다. 이종인 대표의 바다 바닥을 배가 긁었던 흔적과 TOD 실험, 신상철 전 위원이 준 제3의 좌표에 따른 또 다른 가능성 등이 그것이다. 또한 ‘엄청난 진실의 폭로는 없었다’에 대해서는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다. 당시 신상철 대표, 이종인 대표, 이승헌 교수, 서재정 교수, 안수명 박사 등이 제기한 질문은 ‘진실의 폭로’에서 먼 내용이었나. 모두 일반인인 우리가 봐도 충분히 생각해볼만한 이성적인 담론이었다. 하지만 대다수 언론은 그들의 용기 있는 의문 제기를 자사의 뉴스에 할애해 주지 않았다. 왜 언론에서는 그러한 의혹을 되짚어보지 않았나. 지금도 저는 언론에서 다 알면서 왜 더 추적 기사가 나오지 않을까하는 의문이 있다. 동시에 또 다른 화끈한 ‘엄청난 진실 폭로’가 당시 나왔다면, 언론과 우리사회가 움직였을까 하는 의문도 가지고 있다.”
‘천안함 프로젝트’를 연출한 백승우 감독. 사진=아우라픽처스
“아쉬움은 여러 형태로 존재하는데, 우선 천안함 사건이 가져온 우리 사회의 경직성을 보여주는 현대예술(?)과 같은 퍼포먼스가 있었다. 앞서 언급한 상영중지가 그것이다. 언론인 입장에서 보면 누가 메가박스에 그런 명령 혹은 압력을 넣었을까 궁금했을 것 같은데, 어느 언론도 더 이상 깊이 있게 들어가지 않았다. 천안함 침몰의 원인이 무엇이냐보다 더 중요한 건, 비이성적인 행태가 가장 센 권력기관으로부터 행해지고 있는데 우리 사회는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가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주제이다.”
-영화를 제작했던 2013년 당시와 현재, 천안함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 있는가.
“변함없다.”
-천안함 사건은 한국사회에서 여전히 민감하고 아픈 사건이다. 그럼에도 최근 다시 진지한 논의가 진행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앞서 영화를 통해 질문을 던진 입장에서 건넬 말이 있다면.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상식대로 가면 된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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