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을 적시는 꽃향기의 유혹
▲ 포천 뷰식물원 양귀비와 안개꽃들판. | ||
예쁜 여자를 보면 흔히 ‘양귀비 같다’고들 한다. 얼마나 아름답기에 미의 기준으로 삼을까. 그런데 직접 보니 그런 말이 나올 만도 했겠다 싶다. 포천 뷰식물원에는 양귀비꽃이 만발했다. 빨간색 양귀비가 1000평쯤 되는 밭 가득 피었다. 어른 허리춤까지 올라올 만큼 기다란 꽃대에 나비처럼 하늘거리는 꽃잎. 가냘픈 그 꽃을 보면 애달프기까지 하다.
꽃밭은 개방돼 있다. 그저 눈으로만 보고 감상하는 곳이 아니니 맘껏 들어가 추억을 남겨도 좋다. 다만 조심조심 걸음을 옮기자. 꽃이 아프다고 아우성친다. 양귀비 밭에는 개양귀비와 오리엔탈양귀비, 아이슬란드양귀비 등이 심어져 있다.
양귀비 밭은 안개꽃밭과 이웃해 있다. 새털구름이 내려와 앉은 것처럼 새하얀 꽃밭. 벌써 메밀꽃이 피었나 싶어 가보니 깨알 같은 꽃들이 반갑다고 인사를 한다. 안개꽃은 그 이름처럼 몽환적이다. 안개꽃밭 역시 문이 열려 있다.
뷰식물원에는 양귀비 들판과 안개꽃밭 외에도 구근정원과 하늘나리정원, 무지개동산 등 다양한 꽃밭이 있다. 20만 본의 튤립과 무스카리, 크로커스, 수선화 등이 피어 있는 구근정원은 ‘꽃 카펫’을 깔아 놓은 것처럼 아름답다. 하늘나리정원에는 참나리 2종과 하늘나리 5종이 만발했다. 무지개동산은 5월부터 10월까지 연속으로 개화하는 다양한 색상의 야생화 11종으로 조성한 공간이다.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면 무지개 같은 꽃띠가 보인다.
습지원도 있다. 꽃창포습지원과 야생습지원 두 가지다. 꽃창포습지원에는 20여 종의 꽃창포와 다양한 수변식물이 식재돼 있고 야생습지원에는 제비붓꽃과 무늬큰고랭이, 화룡물사초 등이 있다. 이곳에서는 습지에 사는 곤충과 어류, 양서류 등의 생태를 관찰할 수도 있다.
산악지대 자생식물로 구성된 알파인아일랜드가든과 7단 폭포의 물줄기를 따라 걸으며 계곡의 식물들을 감상할 수 있는 7단캐스케이드도 볼 만하다.
아시아 최대 규모인 1800여 평의 암석원(암석정원)을 자랑거리로 내놓는다지만 그 보다 연꽃이 더 인기 있는 곳이 바로 평강식물원이다. 이곳에는 50여 종의 수련과 각종 숙근초들이 자그마한 연못에 가득 피어 있다. 연꽃은 이제 막 개화를 하기 시작해 더욱 아름답다.
평강식물원은 연못정원을 비롯해 12개의 테마가든으로 이루어져 있다. 먼저 매표소를 지나면 아시아에서 가장 면적이 넓다는 암석원이다. 암석원에는 백두산, 한라산, 로키산맥, 히말라야, 알프스 지역에서 자생하는 희귀한 고산식물들을 모아 전시하는 공간이다. 식물원이 높은 지대에 자리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 아시아 최대 규모의 암석원이 있는 평강식물원은 연꽃도 아름답다(위).알싸한 향이 가득한 허브아일랜드. | ||
무더운 날씨가 부담스럽다면 이끼원으로 가보자. 고충습지에서 오른쪽으로 난 소로를 따라 자생식물원을 지나치면 이끼원이다. 원시 밀림처럼 이끼가 바위마다 푸르게 덮여 있는 이곳은 결코 더위가 침입하지 못하는 곳이다. 주변에 앉아 쉴 만한 나무의자들이 있어서 숲의 기운을 마시며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한편 평강식물원에서는 수련 구근을 판매한다. 청초한 연꽃을 집에서 키워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까지 하다. 작은 항아리나 항아리 뚜껑이 집에 있다면 나만의 멋진 연못을 만들 수 있다.
이곳에만 들어서면 정신이 다 맑아진다. 병속에 다 담아가고 싶은 허브향이 온 공간을 채우는 허브아일랜드. 유럽형 목조주택들이 곳곳에 자리한 허브아일랜드는 동화 속 나라 같은 풍경이다. 건물 사이사이마다 허브꽃이 만발해 그야말로 요즘 이곳에 가면 천국을 거니는 듯한 기분이 든다.
허브아일랜드는 허브식물원과 가든, 카페, 레스토랑, 빵가게, 허브공방 등으로 구성돼 있다. 허브식물원은 두 개의 실내정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나의 정원에는 재스민, 제라늄, 로즈마리, 세이지 등 100여 종의 허브가 있다. 이곳에서는 분화를 판매하고 분갈이를 제대로 못한 허브도 치료해준다. 또 다른 정원은 ‘향기욕’을 할 수 있는 실내정원으로 500여 평의 향기를 뽐내는 허브들과 새, 관상용물고기 등이 있다.
실외에 자리한 허브가든에는 식용허브들이 피어 있다. 허브꽃밥을 만들거나 주방에서 바로 따서 요리할 때 곁들여 넣는 허브들이 있다.
허브로 만들 수 있는 모든 것들은 허브향기가게에 있다. 차에서부터 방향제, 향수, 목욕용품 등 다양한 허브제품들이 이곳에 있다. 레스토랑에서는 허브꽃비빔밥과 허브돈까스, 허브갈비 등을 맛볼 수 있다. 허브를 한가득 넣어 비벼먹는 허브꽃비빔밥은 먹기가 다 아까울 정도다.
이곳에는 특히 앞을 못 보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공간도 있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하여 촉감과 맛과 냄새로 나무를 식별하여 알 수 있도록 마련된 맹인식물원에는 맛이 쓰고 독한 소태나무, 생강나무, 냄새가 고약한 노린재나무, 향기가 뛰어난 서양측백나무, 만지면 따끔한 노간주나무 등이 심어져 있다.
광릉수목원에 찾아갈 때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주말에는 개방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지만 삼림욕을 할 수 있으니 실망은 말자.
세조와 정희왕후능이 있는 광릉 가는 길에는 소나무와 잣나무가 우거져 있다. 이 길은 어지간한 수목원 못지않을 만큼 멋진 산책로를 제공한다. 주말 오전 11시, 오후 2시, 3시, 4시에는 문화해설사가 동행하며 숲과 능에 대해 설명을 해준다. 보통 때는 능으로 가는 길을 개방을 하지 않지만 이때는 특별히 개방하니 잊지 말고 들러보자.
여행 안내
★길잡이:
▶포천 뷰식물원: 서울외곽순환도로 퇴계원나들목→47번 국도→기산삼거리에서 우회전.
▶평강식물원: 47번 국도 타고 기산삼거리를 지나 직진→339번 지방도 직진.
▶광릉수목원: 47번 국도→진접 지나 98번 지방도 타고 좌회전.
▶허브아일랜드: 47번 국도→내촌에서 87번 지방도→신북에서 344번 지방도 타고 좌회전.
★먹거리: 포천은 이동갈비가 유명하다. 연곡리와 장암리, 도평리, 백운계곡 등에 이동갈비촌이 형성돼 있다. 장암리 김미자할머니집(031-533-4069)이 유명하다. 허브아일랜드 인근에 있는 솜리(031-536-4998)라는 유기농쌈밥집은 가평과 남양주 일대에서 매일 공수하는 유기농야채쌈이 신선하다.
★잠자리: 허브아일랜드(031-5356498)와 평강식물원(031-531-7751) 내에 아름다운 펜션이 있다.
★문의: 포천시청(http://www.pcs21.net) 031-538-2114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