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종목’ 지정 후 급락…BW·CB 발행도 발목 잡아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차바이오텍은 4개 사업연도 연속 영업손실이 발생했고, 차바이오텍에 대한 회계감사를 맡은 삼정회계법인은 연구개발비 회계처리에 대한 경영진과의 의견 불일치로 감사의견 ‘한정’을 냈다. 사진 차병원 홈페이지.
세계에서 유일하게 줄기세포 임상센터를 갖춘 차바이오텍은 박근혜 정부 당시 주가가 1만 원대 초중반을 오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에는 연일 하한가를 기록했고, 신라젠을 비롯한 ‘바이오 테마주’가 폭등하는 상황에서도 동반 상승하지 못했다. 그러나 정부 국무조정실이 지난해 11월 “배아줄기세포 치료제 연구 허용 범위를 확대한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차바이오텍 주가는 불과 두 달 만에 1만 5000원대에서 4만 원대까지 치솟았다. 또 지난 2월 24일 금융감독원 공시를 통해 차바이오텍의 ‘어닝 서프라이즈’ 소식이 전해졌다. 연결재무제표 기준 차바이오텍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2016년) 대비 15% 증가한 4522억 원, 영업이익은 138% 증가한 420억 원을 기록했다. 급성뇌졸중 치료제의 임상 2상 진행도 주식시장에선 호재로 분류됐다.
그러나 한국거래소가 지난 22일 차바이오텍을 관리종목으로 지정하면서 주가는 급전직하했다. 관리종목 지정 당일 10%가 하락한 차바이오텍 주가는 25일 장중 1만 원대 후반까지 밀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차바이오텍은 4개 사업연도 연속 영업손실이 발생했고, 차바이오텍에 대한 회계감사를 맡은 삼정회계법인은 연구개발비 회계처리에 대한 경영진과 의견 불일치로 감사의견 ‘한정’을 냈다. 차바이오텍은 회계상 경상연구개발비를 자산으로 처리했지만 삼정회계법인은 비용(손실) 처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차바이오텍은 지난 25일 주주서신을 통해 회사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비상장 계열사를 합병하고, 자사주를 소각하는 한편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 부문을 매각하겠다고 공언했다. 사진은 차바이오텍이 운영하는 청담 피앤폴루스 내 차움의원 전경.
관리종목으로 지정되자 차바이오텍은 즉각 주주서신을 통해 회사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비상장 계열사를 합병하고, 자사주를 소각하는 한편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 부문을 매각하겠다고 공언했다. 특히 차바이오텍은 “사내 현금이 600억 원 규모고, 연결기준 4년간 누적 영업이익도 677억 원에 달한다”며 시장에서 제기된 수익성에 대한 우려를 일축했다. 하지만 증권업계 안팎에선 차바이오텍의 경영상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차바이오텍은 전체 영업이익의 70~80%를 미국 현지 영리병원인 ‘CHA 메디컬센터’에 의존하고 있다. 차바이오텍 계열사인 차헬스시스템이 주도하는 미국 병원 사업은 미국 연방정부가 지급하는 의료보조금 등에 힘입어 꾸준히 흑자를 내고 있다. 차바이오텍의 자회사 CMG제약, 차메디텍, 차케어스 등의 수익 창출력은 현재로서는 CHA 메디컬센터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CHA 메디컬센터의 성장세가 둔화된 데다 의료보조금 지급이 언제든 끊길 수 있어 지나친 낙관은 금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3월 16일자 ‘신한 속보’에서 “(CHA) 메디컬센터의 외형 성장폭이 5% 수준이며, 신약개발 업체에 대한 심리 악화로 당분간 보수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차바이오텍은 그동안 큰 폭의 주가등락과 악재 공시 전 특수관계인의 주식 대량 매도 등으로 논란을 빚어왔다. 이번에도 차광열 차병원그룹 회장의 사위 김남호 DB손해보험 부사장이 악재 전 보유 지분을 전량 매각해 금감원 모니터링 대상에 올랐다. 김 부사장이 차바이오텍 주식을 처분하기 시작한 지난 5일 공매도 대금은 18억 원이었지만 모두 처분한 같은 달 9일 대금은 103억 원으로 급등했다. 김 부사장 외에도 올 1월부터 ‘고점’에 지분을 매각한 차병원 임직원은 이훈규 차의과학대학교 총장 등 3명이다.
그간 차바이오텍은 차 회장 친인척과 회사 임원을 상대로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회계상 차바이오텍의 전환사채는 부채로 분류되며, 주식 전환 시 손실로 인식되는데 지난해 기준 파생상품부채 잔액은 388억 원, 파생상품평가손실은 282억 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차바이오텍 주가가 오를수록 도리어 차바이오텍의 부채 또는 손실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
자회사 CMG제약 주가는 탄탄? 편입 과정 작전세력 개입 의혹 차바이오텍 자회사 중 하나인 CMG제약의 주가는 상대적으로 하락폭이 크지 않았다. 차바이오텍 충격에 영향을 받긴 했지만 4만 원대였던 차바이오텍 주가가 반토막나는 동안 CMG제약 주가는 7000원대에서 5000원대 중반으로 떨어지긴 했지만 다음날 곧바로 만회했다. CMG제약은 필름형 조현병(정신분열증) 치료제와 항암신약을 개발 중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최근 CMG제약을 ‘2018년 아시아-태평양 고성장기업’으로 선정했다는 소식이 알려지기도 했다. 그러나 CMG제약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된다. CMG제약은 2012년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차바이오텍에 편입됐는데 이 과정에서 일명 ‘작전세력’이 시세차익을 거뒀다는 것이다. 지난 2월 조세포탈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최인호 변호사는 홈캐스트 주가조작 주범인 김 아무개 씨(현재 구속수감)와 함께 코스닥 종목에 투자했는데 이들이 공모한 종목 가운데는 CMG제약(옛 스카이뉴팜)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바이오텍으로 피인수를 앞두고 CMG제약은 4년 연속 영업손실이 발생하는 등 상장폐지의 기로에 놓였다. 그러나 CMG제약은 유상증자를 통해 차바이오텍에 경영권을 넘기는 한편 200억 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했다. BW를 배정받은 A투자조합은 이를 898원에 645만 주의 주식으로 전환해 평균 1100원대에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바이오텍 역시 2009년 우회상장 과정에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등 혐의로 금융·사정당국의 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합병 직전인 2009년 2월 2000~3000원대였던 주가는 두 달 만인 2009년 4월 2만 4000원대로 수직 상승했다. 당초 금융감독원은 차바이오텍 주가 흐름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조사를 벌였지만 사건을 독자 내사한 검찰은 해당 사건을 별다른 성과 없이 끝냈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당시 수사를 방해한 검찰 간부가 차병원으로부터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이 있었다”고 말했다. [현] |
잇단 악재에 바이오주 ‘우수수’…거품 꺼지는 중? 지난 19일 네이처셀 쇼크에 이어 차바이오텍 쇼크가 잇달아 터지면서 증권가에서는 또 다시 ‘바이오주’에 대한 경계령과 거품 논란이 불거졌다. 더욱이 금융감독원이 바이오에 대한 ‘테마 감리’에 착수한 데 이어 회계법인들도 관련 기준을 강화하고 있어 뜨겁게 달아오르던 바이오주들의 기세가 한풀 꺾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코스닥 시가총액 2위 신라젠의 주가는 지난 21일 종가 기준 12만 5700원을 기록했으나 다음날인 22일 한국거래소가 차바이오텍을 관리종목으로 지정하면서 함께 급락으로 돌아섰다. 공교롭게도 미중 무역전쟁에 대한 우려로 미국 증시는 물론 국내 증시 역시 ‘패닉’에 빠질 만큼 큰 폭의 하락을 경험했지만, 무역전쟁의 우려가 완화되면서 국내 증시가 회복세를 보이는 동안에도 바이오주들은 맥을 추지 못했다. 메디톡스 등 일부 종목을 제외하고 바이로메드, 티슈진, 셀트리온제약, 휴젤, 제넥신, 네이처셀 등 코스닥 시가총액 순위 윗자리에 올라 있는 바이오주들의 주가가 대부분 급락했다. 코스닥 대장주에서 코스피로 자리를 옮긴 셀트리온의 주가 역시 연일 하락세다. 3월 5일 장중 40만 원대를 노크하던 셀트리온 주가는 지난 28일 종가 기준 28만 9500원으로 떨어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지난 28일 무려 7%나 폭락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일부 (고평가된) 벤처 제약사의 경우 연구비를 자산 처리하면서 손실을 축소해 온 경향이 있다”며 “국내 제약사 가운데 신약 개발에 성공한 사례가 드문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4대 기업 한 관계자는 “몇몇 제약사가 4대 기업 주력 계열사보다 시가총액이 높은데 이게 대체 적정한 현상인지 생각해볼 일”이라며 “바이오 시장이 과열된 것은 사실이지 않느냐”고 했다. [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