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사장·갯벌·연꽃… 이섬에 가고싶다
▲ 증도의 고즈넉한 바다. | ||
신안군에는 유인도 72개, 무인도 932개 등 총 1004개의 섬이 있다. 그 섬들이 마치 서남해상에 하나의 은하(갤럭시)를 이룬 것처럼 몰려 있다. 증도는 그 많은 신안군의 섬 중에서도 가장 가까운 섬이다.
24번 국도를 타고 무안 해제반도를 지나 조금만 더 달리면 지도읍. 이곳부터가 신안군이다. 지도읍을 관통하고 지도대교를 건너면 신안군의 첫 번째 섬 사옥도다. 다리가 건설되면서 육지가 다 된 곳. 증도는 사옥도 바로 너머에 있는 섬이다. 사옥도 끄트머리 지신개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가야 한다. 배편은 아침 6시 50분부터 2시간 내외의 간격으로 있지만 성수기에는 30여 대의 자동차를 실을 수 있는 배가 인원이 차는 대로 출발한다. 들고 나는 사람이 많은 아침저녁으로는 30분에 한 척꼴로 배가 떠난다. 섬에는 버스가 다니긴 하지만 불규칙적이고 많지 않아서 자가용을 도선해서 가는 게 낫다.
지신개선착장을 출발한 배는 약 10분 후면 증도에 닿는다. 증도에 발을 내리자마자 선착장 한 편에 일렬로 비치된 자전거들이 눈에 들어온다. 증도는 지난 6월 1일부로 ‘자전거섬’임을 선포했다. 선착장과 우전해수욕장, 짱뚱어다리, 태평염전, 드라마 <고맙습니다> 촬영지 등에 자전거 300여 대를 비치했다. 누구든 아무런 비용도 지불하지 않고 자전거를 탈 수 있다. 다만 벌써 고장 난 자전거들이 더러 있다.
▲ [1] 소금섬 증도. 국내 최대의 천일염 생산지인 태평염전이 증도에 있다. [2] 최근 인기리에 방영됐던 드라마 <고맙습니다>의 촬영지. [3] 증도 최대의 해수욕장인 ‘우전해수욕장’. 4㎞가 넘는 백사장과 갯벌이 길게 펼쳐져 있다. [4] 증도 엘도라도리조트. [5] 무안 회산 | ||
우전해수욕장에도 사람이 별로 없다. 길이가 무려 4㎞에 폭이 80m가량 되는 이 넓은 해수욕장에 기껏해야 100여 명의 사람들이 해수욕을 즐기고 있을 뿐이다. 해수욕장은 백사장과 갯벌이 혼합된 형태. 서해안의 끝이자 남해의 시작인 이곳의 특성을 보여주는 해수욕장이다.
우전해수욕장을 따라 계속 걸어가다보면 짱뚱어다리가 보인다. 짱뚱어가 많이 나는 갯벌 위에 설치됐다고 해서 짱뚱어다리다. 길이가 472m에 달하는 이 다리는 우전해수욕장에서 그 앞 마을로 이어져 있다.
다리 아래 갯벌에는 짱뚱어를 비롯해 수많은 농게와 칠게 들이 부지런히 기어 다닌다. 짱뚱어는 증도 최고의 명물이다. 길이 10㎝ 정도 되는 이 작은 물고기는 갯벌에 물이 빠지면 모습을 드러낸다. 갯벌 위를 기어다니다가 순식간에 몸을 곧추 세우고 점프를 하며 난다.
여름보양식으로 잘 알려진 짱뚱어는 탕으로 먹는 게 보통이지만 회로도 먹는다. 한 마리에 500원꼴로 거래가 된다. 물속에 사는 고기가 아닌 만큼 낚시법도 다르다. 낚시를 갯벌 위에 던졌다가 순식간에 줄을 잡아당겨 짱뚱어를 낚아채는 ‘홀치기법’을 이용한다. 이 다리를 건너다보면 짱뚱어낚시를 하는 ‘고수’들을 볼 수 있는데 그 모습이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우전해수욕장 쪽 짱뚱어다리 부근에는 백합이 많이 난다. 민어와 함께 백합은 증도 최고의 먹거리. 일반 여행객들도 이곳에서 백합잡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짱뚱어다리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다보면 독살이 나온다. 독살은 바닷가에 돌로 둑을 쌓아 물고기를 가두어잡는 것이다. 독살 가는 길에는 김양식장이 곳곳에 있다.
독살 바로 옆에는 보물선 발견 기념비가 서 있다. 증도는 일명 ‘보물섬’이라고도 불린다. 이곳 앞바다에서 1975년에 중국 원나라의 무역선이 발견된 것. 1323년 중국에서 도자기 등을 가득 싣고 일본 교토로 향하던 무역선이 이곳에 좌초된 것. 배에는 예술적 가치가 높은 도자기와 동전 등 2만 2000여 점이 나왔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도 보물선을 찾아 바다를 뒤지는 이들이 많다.
증도는 ‘소금섬’이기도 하다. 증도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태평염전이 있다. 이 염전에서는 우리나라 천일염의 7%가량을 생산해낸다. 소금창고만도 60개가 넘는 이 거대한 염전은 증도 최고의 자랑거리이자 관광상품. 염전 앞에는 소금박물관을 세워 소금이 어떻게 생산되는지 알 수 있도록 했다.
증도는 얼마 전 종영된 드라마 <고맙습니다> 촬영지로도 유명한 곳. 극중 에이즈에 걸린 꼬마아이와 엄마, 할아버지 그리고 젊은 의사가 동거했던 집이 있다. 집 마당에는 주인공들만큼이나 사랑을 받았던 흰둥이 개 ‘봉이’가 여행객들을 반갑게 맞는다.
한편 증도 여행길에는 인근 무안 회산백련지에도 들러보도록 하자. 8월이면 연꽃이 만발하는 시기. 세계 최대의 연꽃단지인 이곳에는 하얀 연꽃을 비롯해 다양한 연꽃들이 가득 핀다. 특히 이번 주말까지 이곳에서는 백련축제가 벌어져 백련 작은음악회 등의 공연과 연꽃길 보트 탐사 등 즐길 거리가 많다.
여행 안내
★길잡이: 서해안고속국도→무안IC→무안읍 방면 1번 국도→현경면 방면 811번 지방도→현경면사무소 삼거리에서 24번 국도→해제반도→사옥도 지신개선착장
★먹거리: 요즘 증도는 백합과 민어가 제철이다.
★잠자리: 증도에는 엘도라도리조트 외에 내세울 만한 숙박시설이 거의 없다. 증도 자체가 엘도라도리조트 때문에 더 알려진 섬이어서 리조트방문객이 대부분이다. 여름 성수기 예약은 일찌감치 마감됐다. 보물섬민박(061-271-0631), 우전민박(061-275-7010) 등 식사와 민박을 겸하는 곳이 증도에 더러 있다. 더 많은 숙박정보는 신안군 홈페이지 참고.
★맛집: 여름이면 백합과 민어가 제철이다. 증도면사무소 인근 고향식당(061-271-7533), 보물섬식당(061-271-0631) 등이 맛있다. 백합탕 2만 5000원. 민어회 5만 원. 지도읍 송도선착장 부근에도 민어회를 잘하는 횟집들이 많다.
★문의: 신안군청 문화관광포털(www.sinan.go.kr), 중도면사무소(061-271-7619).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