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세계철새축제

노을 가르는 황홀한 군무

	▲ 해거름에 금강하구 쪽에서 바라본 가창오리의 아름다운 군무 모습. 사진제공=군산시

철새들이 돌아왔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철새도래지 천수만과 금강하구둑 부근은 요즘 철새들의 날갯짓으로 아름답다. 때를 맞춰 축제도 한창이다. 지난 10월 말 막을 올린 천수만 ‘세계철새기행전’에 이어 군산에서도 ‘세계철새축제’를 개최한다.

천수만과 금강하구는 철새들을 위한 최적의 보금자리다. 천수만은 충남 서산해안과 안면도 사이에 형성된 만(灣). 이곳에선 1984년 간척사업 결과 15만 5000㏊의 바다가 호수와 농지로 변했다. 호수 주위에는 갈대가 자랐고 수확이 끝난 농지에는 철새들의 먹거리가 넘쳤다. 철새들은 남으로 날아가다 말고 이곳으로 내려앉기 시작했다.

현재 천수만에는 총 13목 44과 265종의 철새와 텃새가 서식하고 있다. 이 가운데엔 큰고니와 검은머리물떼새 등 천연기념물 28종과 노랑부리백로 등 멸종위기종 10종, 물수리 등 환경부 지정 보호종이 32종이나 된다. 그만큼 천수만은 조류서식지로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천수만의 ‘대표철새’로는 가창오리를 들 수 있다. 천수만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가창오리들을 보듬어 안는 곳이다. 시베리아의 혹한을 피해 날아온 가창오리들은 이곳에 맨 먼저 내려앉아 충분히 먹이를 섭취하면서 쉬다가 추워지면 남쪽으로 날아간다.

천수만은 방조제를 따라가며 철새들을 관찰할 수 있는 이점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다. 그러나 방조제 위에서 볼 수 있는 새들의 종류는 한정돼 있고 그 수도 그리 많지는 않다. 제대로 철새들을 관찰하려면 간월호와 부남호 주변의 간척지 농로를 따라 탐조여행을 떠나는 것이 좋다.

한편 이번 주 천수만으로 가면 탐조투어 버스를 이용하면 쉽고 편하게 철새들을 관찰할 수 있다. 또 축제 기간 동안에는 ‘천수만 생태관’이 운영되는데 이 지역의 각종 철새 박제와 사진, 가창오리 군무영상 등을 전시한다. 생태관에서는 철새들의 독특한 울음소리도 들어볼 수 있다.

	▲ 철새신체탐험관.

날씨가 추워지면서 천수만을 가득 메웠던 가창오리들은 점차 금강하구로 이동한다. 금강하구도 천수만과 비슷한 조건이다. 낟알이 널린 드넓은 평야와 삭풍을 피해 쉴 수 있는 갈대숲 등 그야말로 철새들의 천국이다. 가창오리 외에도 금강하구에는 국제적으로 멸종위기에 있는 조류인 검은머리물떼새와 검은머리갈매기, 개리를 비롯해 큰고니, 청둥오리, 기러기 등이 찾아온다. 지금 금강하구로 가면 이들의 우아한 날갯짓을 감상할 수 있다.

군산 금강하구 조류공원에는 철새들을 관찰할 수 있는 조망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다. 나포십자들녘과 조류관찰소에는 탐조회랑이 설치돼 있고 금강조류공원에는 11층 높이의 조망대가 있다.

금강조류공원에서도 철새투어 버스를 운행한다. 공원에서부터 조류관찰소를 거쳐 나포십자들녘 탐조회랑까지 왕복하는 코스다. 시간은 1시간 30분이 걸린다.

참, 진짜 축제는 해거름에 시작된다. 낮 동안 편히 휴식을 취하던 가창오리들이 군무를 펼치는 시간이다. 마치 벌떼처럼 뭉쳐서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붉게 물든 하늘을 배경으로 춤을 추는데 그 황홀함을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

김동옥 프리랜서 [e-mail]
협찬=SK tel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