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한미, 장남 임종윤 회사와 비정상 거래 의혹…경영 내홍 3개 축 재편, 한미 “내부 통제 체계 구축할 것”

북경한미는 어린이 정장제 ‘마미아이’와 감기약 ‘이탄징’ 등을 앞세워 연간 4000억 원 안팎의 매출을 올리는 한미약품의 ‘캐시카우’다. 한미약품이 지분 73.68%를 보유하고 있으나 현지 경영 실권은 한미약품 오너 일가 장남인 임종윤 동사장(이사회 의장)이 쥐고 있다. 유통을 도맡는 룬메이캉 역시 임 동사장의 개인 회사 격인 ‘코리그룹’ 계열사다. 약품 제조 후 유통이 특수관계인의 개인 회사를 통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독점 유통 계약에 1000억 외상값
북경한미와 룬메이캉 관계는 뜯어볼수록 수상한 점이 많다. 한국 본사의 통제권을 무력화한 불공정 계약 조항이 가장 큰 문제로 거론된다. 북경한미는 코리그룹의 동의 없이 계약을 해지할 수 없는 ‘해지 거부권’과 타 유통사 선정 시 ‘우선 검토권’을 코리 측에 넘겨주는 사실상의 영구 독점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룬메이캉과의 거래가 대부분 외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북경한미의 미회수 매출채권은 올해 1분기 말 200억 원대에서 2분기 말 1084억 원으로 급증했다. 한미약품 전체 연결 매출채권의 3분의 1에 육박하는 규모로 대부분이 룬메이캉과의 거래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라이프자산운용은 북경한미가 룬메이캉과의 거래에 대한 대손충당금도 적립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장사인 한미약품 자회사가 오너 일가 개인회사에 거액의 무이자 신용공여를 지속하고 있다는 의혹이다. 무리한 거래의 여파로 북경한미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6.6% 급감한 6억 원에 그쳤다.
한국 본사의 관리·감독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모습도 관찰된다. 지난 16년간 북경한미를 이끌어온 전문경영인 임해룡 총경리가 최근 전격 해임되고 뤄전화 신임 총경리가 선임되는 과정을 황상연 한미약품 대표가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답한 장면이 대표적이다. 사태가 확산하자 9월 20일 한미약품은 “북경한미 관련 미비점을 개선해 내부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고리스크책임자(CRO) 조직 신설로 위기 관리를 강화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개선책을 수행해 주주 우려를 해소하겠다는 입장이다.
본사의 현지 실사로 뚜렷한 해법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황상연 대표와 심병화 한미사이언스·한미약품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 등 경영진은 지난 8월 중국 출장길에 올라 북경한미의 매출채권 회수 위험과 룬메이캉과의 계약 조건 전반 등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국 측 경영진은 이번 출장에서 룬메이캉의 재무자료와 재고 현황 등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코리그룹 측이 홍콩 상장(코리홍콩) 추진 과정에서 체결한 비밀유지계약(CDA)을 이유로 들어 자료 공개를 거부했다고 한다.
중국 측 재무자료 확인이 불가능하다면 4분기 중 1000억 원대 채권 상환이 가능할지가 불투명하다. 라이프자산운용이 제시한 10월 말 특감 시한은 한미약품의 3분기 결산과도 맞물려 있기도 하다. 최악의 경우 한미약품 회계법인이 1000억 원대 채권에 대한 대손 반영을 강제해 대규모 손실 반영과 실적 급락이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신동국 vs 모녀·차남 vs 장남 독자노선
자회사 부실 논란의 이면에는 고 임성기 창업주 별세 이후 수년째 이어진 지배구조 내홍이 자리 잡고 있다. 현재 그룹 지배권은 단독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임 창업주의 부인인 송영숙 회장과 장녀 임주현 부회장, 차남 임종훈 사장의 ‘모녀·차남 연합’, 북경한미를 틀어쥔 장남 임종윤 동사장의 3개 축으로 쪼개져 대립하는 양상이다.
신동국 회장은 개인 자금과 금융권 차입금 등 3865억 원을 동원해 장남 임종윤 동사장 측 지분을 장외 매수하며 단독 지분율을 35.1%까지 끌어올렸다. 그러나 막대한 차입금에 따른 연간 수백억 원대의 금융이자 부담이 크다. 이에 신 회장의 출구 전략은 ‘과반 지분 확보 후 제3자 경영권 통매각’이 유력하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이에 맞서 1차 분쟁 당시 장남 편에 섰던 차남 임종훈 사장은 최근 우호 펀드에 지분을 매각하고 모녀와 다시 손을 잡았다. 가족 연합 전선에 모녀 측 우호 세력인 사모펀드 운용사 ‘라데팡스파트너스’의 ‘4자 연합’ 지분율을 합산하면 40.86% 상당으로 추산돼, 2차 표 대결 태세를 갖춘 상태다.

반면 지주사 지분을 신동국 회장에게 넘기며 그룹 지분 경쟁에서 한발 물러선 장남 임종윤 동사장은 북경한미와 룬메이캉의 독점 유통망을 지렛대 삼아 코리그룹의 홍콩 증시(코리홍콩) 상장에만 매달리는 독자 행보를 걷고 있다. 북경한미의 1000억 원대 채권 미회수와 계약 해지 불가 조항 역시 코리그룹의 매출 규모와 기업가치를 부풀려 홍콩 상장을 성사시키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10월 30일로 예고된 라이프운용의 특별감사 시한과 3분기 결산 보고서 제출, 오너 일가 간 민·형사 소송전이 맞물리는 10월 말이 한미약품 지배구조 리스크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이어진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임종윤 동사장이 신동국 회장 측에 지분을 넘긴 배경에 코리홍콩 상장 지원과 관련한 물밑 거래가 오갔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며 “결국 오너 일가와 주요 주주 간 경영권 분쟁과 잇속 챙기기 탓에 핵심 자회사가 멍들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회사와 일반 투자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매출채권 관련 우려에 대해 “투명하고 선진적인 내부 통제 및 관리 체계를 구축해 나가겠다”면서도 “경영권 불안에 따른 지배구조 내홍과는 무관하며, 이를 연결해 해석하는 것은 사실관계와 맞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민영훈 언론인 journalist@ilyo.co.kr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