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커버] 광우병 파동·2008 촛불시위 10주년 3(끝)-미국산 쇠고기 수입 현황은
4월 6일 오후 용산 이마트 미국산 쇠고기 매장. 박정훈 기자
미국산 쇠고기는 2001년 ‘소고기 수입 자유화’ 이후 한국 수입 쇠고기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달렸지만 2003년 미국 내 광우병이 확인되면서 수입이 전면 금지됐다. 그러나 미국에선 쇠고기 수입 재개를 요구했고, 수차례에 걸친 한미 정부 간 협상 끝에 2008년 ‘30개월 미만’ 쇠고기 수입 재개가 결정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당시 이명박 정부가 한미 FTA 타결을 위해 쇠고기 수입 협상을 졸속 추진했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졌다. 이와 더불어 한 매체에서 광우병 논란을 보도해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공포가 확산됐고, 결국 대규모 촛불시위로까지 확전됐다.
그럼에도 미국산 쇠고기는 수입이 재개된 지 10년이 채 안 돼, 광우병 파동 이전 수준으로 수입 규모가 빠르게 회복됐다.
올해 1월 14일 발표된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에 따르면 2017년 1~11월 기준 미국산 쇠고기 수입액은 10억 9601만 달러(약 1조 1663억 원 상당)였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 자료가 제공된 2000년 이후 처음으로 연간 수입액이 10억 달러를 넘어선 것이다. 2016년 연간 수입액은 9억 6698만 달러였다.
특히 지난해는 미국산 냉장 쇠고기 수입이 증가했다. 냉장육의 경우 유통 방법이 까다롭고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 냉동육보다 수요가 적었다. 하지만 지난해 1∼11월에는 미국산 냉장 쇠고기 수입물량이 3만 9799t으로 전년 동기 대비 81% 급증했다. 같은 기간 수입액도 85.6% 증가한 3억 5843만 달러를 기록했다.
국내 수입산 쇠고기 시장을 놓고 본다면, 미국산 쇠고기 점유율은 더욱 두드러진다. 미국육류수출협회에 따르면 2016년 수입산 쇠고기 시장에서 미국산 점유율은 전년 대비 6.5% 증가한 42.6%를 기록했다. 2016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물량은 15만 6078t으로 냉동육 13만 1559t, 냉장육이 2만 4519t이었다. 지난 2007년에만 해도 미국산 쇠고기 점유율은 6.4%에 그쳤으나 2008년(15.2%), 2009년(26.5%), 2010년(32.5%), 2012년(36.0%), 2014년(36.4%) 등 해가 거듭될수록 점유율은 높아졌다.
이에 미국산 쇠고기는 호주산을 제치고 수입산 쇠고기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다. 3월 6일 발표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으로부터의 쇠고기 수입량은 17만 7000t으로 전년도 15만 6000t 대비 13.5% 증가했다. 반면 호주산 쇠고기 수입량은 17만2600t으로 전년 대비 3.95% 감소했다.
같은 기간 한우 판매량은 급감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쇠고기 국산 소비량 추정치는 37.7%에 머물렀다. 국산 소비량이 40% 이하로 떨어진 건 13년 만이다.
실제 한 대형 마트 정육 담당 판매원은 “이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거부감은 찾아볼 수 없다. 어떤 분들은 오히려 한우보다 낫다고 할 정도”라고 강조했다. 이어 “마트 마감 시간을 앞두고 정육 여분 품목들은 세일에 들어가는데, 미국산 구이류 품목은 거의 여분이 남지 않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대형 마트 정육 담당 판매원도 “미국산 쇠고기를 많이들 찾는다. 호주산이나 한우보다 월등히 인기가 높다. 미국산 쇠고기가 싸고 맛이 더 좋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광우병 공포가 확산되던 10년 전과는 사뭇 달랐다. 미국산 쇠고기를 고른 한 소비자는 “한우가 비싸서 어디 사먹겠나. 주말에 가끔 아이들 구워 먹이려고 구입하곤 한다”면서 “10년 전 나 또한 지역 촛불 문화제에 참석한 적도 있는데, 지금은 다 잊었다. 무엇보다 한우가 너무 비싸서 살 엄두가 안 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비자는 “물론 한우가 저렴하면 한우를 사먹겠지만 서민들 입장에선 쉽지 않다. 우리는 네 식구인데 아들만 둘이라 두 근은 먹는다. 한우면 10만 원이 훌쩍 넘는다”면서 “사실 미국산 쇠고기하고 큰 차이도 못 느끼겠다. 또 요즘엔 수입 과정에서 검역이 잘 된다고 들었다. 큰 걱정은 없다”고 말했다.
정육 코너에서 만난 한 20대 소비자는 “평소 미국산 쇠고기를 즐겨 먹는다. 한우와 맛이나 질 차이를 잘 모르겠다. 물론 그만큼 저렴하기도 해서 미국산 쇠고기를 자주 구입한다. 부담 없다”면서 “광우병 논란은 10년이나 된 얘기 아닌가.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국수입육협회 관계자는 “이유는 다양하다. 소비자들 입맛이 굉장히 까다롭다. 경험에 의해서 충족되지 않으면 소비되지 않는 세상”이라며 “특히 안전성이 확인되니 ‘광우병이 허구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많이들 하는 것 같다. 안전성에 대해서 표면적으로 거부감을 느끼지 않은 정도가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풀만 먹는 청정구역 뉴질랜드산 쇠고기를 왜 안 찾겠나. 맛이 없으니까 안 팔리는 것”이라며 “고기는 사료 맛에 의해 결정된다. 우리나라 소는 미국에서 들여온 옥수수를 사료로 먹는다. 그래서 미국 소와 사실상 맛 구분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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