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구도시에 아롱진 눈물 방울들…
▲ 발산초등학교 내에 있는 시마타니금고. 우리 문화유산의 일제 수탈 흔적이다. | ||
아픈 기억은 지우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하지만 오히려 두고두고 곱씹으며 교훈으로 삼을 수도 있다. 군산은 후자의 경우를 택했다. ‘시마타니금고’를 초등학교 뒤편에 그냥 둠으로써 아이들에게 교육자료로 쓰고 있다.
군산시 개정면 발산초등학교 내에 있는 시마타니금고는 1920년대 만들어진 금고 용도의 건물로 일제강점기 때 군산의 대표적 농장주 시마타니 야소야가 지은 것이다. 이 금고는 우리나라 각지에서 수집한 각종 유물들을 잠시 보관하는 용도로 쓰였다. 어떤 유물이 얼마나 많이 이 창고를 거쳐 일본으로 빼돌려졌는지는 짐작조차 할 수 없다. 건물은 철근콘크리트를 이용해 3층으로 지어졌다. 금고 앞에는 커다란 쇠문이 달려 있고, 옆쪽으로 자그마한 창문이 있다.
건물 옆에는 미처 다 실어가지 못한 유물들이 널려 있다. 하나의 작은 전시장을 방불케 한다. 5층석탑, 6각부도, 석등 등 하나같이 보물급이다. 이름은 발산리 석탑, 부도 등으로 붙였지만 원래 이곳의 것들이 아니다. 석탑의 경우 전북 완주군 고산면 삼기리 봉림사 터에 있던 것이다. 석등과 함께 이곳으로 옮겨졌다. 5층이었는데 현재는 4층까지만 남아 있다. 석등은 통일신라시대 받침돌에는 여덟 개의 연꽃잎을 새겼고, 원통형 기둥 돌에는 용을 조각했다. 육각부도도 눈여겨볼 만한데 어디서 가져왔는지는 알 수 없다.
군산 내항 근처로 가면 보다 많은 식민지의 잔상을 보게 된다. 월명공원 옆에는 ‘히로쓰가옥’이 있고 장미동에는 구 조선은행 건물과 구 군산세관, 미곡창고 등이 남아 있다. 특히 히로쓰가옥은 당시 군산지역 포목상이었던 일본인 히로쓰가 건축한 전형적인 일식 가옥이다. 근대 일본의 고급주택 형식의 대규모 목조주택으로 2층의 본채 옆에 금고건물과 단층의 객실이 비스듬하게 붙어 있다. 건물 사이에는 일본식 정원이 꾸며져 있다.
구 조선은행 건물은 쓰러질 듯 서 있다. 1923년 지은 것이다. 채만식의 소설 ‘탁류’에도 등장하는 유명한 건물로 현재 근대문화유산 등록이 예정돼 있다. 구 조선은행 건물 근처에는 구 군산세관이 있다. 1908년 완공된 이후 85년 동안 세관 건물로 사용돼 왔던 만큼 관리가 잘 돼 있다. 미곡창고로 쓰였던 구 조선은행 바로 옆 건물도 비교적 상태가 양호해 현재도 다른 용도의 창고로 사용되고 있다.
★길잡이: 서해안고속국도→동군산IC→26번 국도→개정면 발산초교
★문의: 군산시 문화관광포털(http://tour. gunsan.go.kr) 063-450-4227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