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하게 ‘왕과의 산책’
▲ 소나무와 잔디밭이 어우러진 세종대왕릉은 산책하기 좋은 장소다(위쪽). 왕릉 초입에 자리한 세종전 앞에는 당시의 과학적 성과를 가늠해볼 수 있는 각종 발명품들이 전시돼 있다. | ||
일반적으로 영릉은 세종대왕의 무덤을 일컫는다. 그런데 이곳 여주에는 두 개의 영릉이 있다. 하나는 조선 제4대 임금 세종의 영릉(英陵)이고, 다른 하나는 제17대 임금 효종의 영릉(寧陵)이다. 두 무덤은 서로 700m 정도 떨어진 곳에 자리하고 있다.
세종 영릉 앞에는 세종전이라는 큰 건물이 하나 들어서 있고, 뜰 앞에는 당시 과학적 성과를 가늠해볼 수 있는 세계적인 발명품들이 전시돼 있다. 별자리를 관측할 때 사용했던 혼천의와 해시계로 잘 알려진 양부일구, 물시계 자격루, 해와 별을 이용해 시간을 측정했던 일성정시의, 강우량을 재던 측우기 등을 볼 수 있다.
세종전 안에는 훈민정음 해례본, 언해본, 용비어천가, 월인천강지곡 등 한글 관련 유물이 전시돼 있다. 뿐만 아니라 이곳에는 각종 악기와 화포류, 세종대왕의 초상화인 어진 등도 있다. 실생활형 발명품과 ‘나랏말이 중국과 달라 제 뜻을 펴지 못 하는’ 백성들을 위해 창제한 한글 유물을 보면 세종대왕이 얼마나 어질고 현명한 임금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세종전 너머에 있는 영릉은 마치 잘 정돈된 공원 같은 느낌이다. 운동장처럼 널찍한 잔디밭이 가운데 있고 커다란 소나무들이 주변을 두르고 있다. 소나무 우거진 그곳에는 능으로 가는 조붓한 길이 나 있다.
능에는 세종대왕과 소헌왕후가 합장되어 있다. 본래 능은 당시 광주(현재 서울 서초구 내곡동) 자리에 있었으나 1469년(예종1년)에 이곳 여주로 옮겼다. 세종의 영릉은 합장릉인 데 반해 효종의 영릉은 쌍릉이다. 세종 영릉 우측으로 난 숲길을 따라 10분쯤 걸어가면 나오는 효종 영릉에는 두 개의 무덤이 있다. 효종과 부인 인선왕후의 것이다. 이 능도 본래 경기도 구리시 동구릉 서쪽에 있었다가 1673년 이곳으로 옮겼다.
효종 영릉에는 보물 제1532호로 지정된 재실이 있다. 재실은 제관(祭官)의 휴식이나 제수 장만, 제기 보관 등의 제사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능의 부속건물로 보물지정은 효종 재실이 처음이다. 세종 영릉에도 세종전 맞은편에 재실이 달려 있기는 하지만 건물의 구조나 운치가 효종의 것에는 미치지 못 한다. 효종 영릉 재실에는 각종 시설과 건물이 온전하게 보존돼 있다. 또한 향나무와 느티나무, 천연기념물 제495호로 지정된 회양목 등 고목들이 오롯이 세월을 견디며 서 있다. 모두 300~500년 된 나무들이다.
한편 세종 영릉 가까이에는 세종삼림욕장이 있다. 남한강을 끼고 있는 삼림욕장으로 전망대가 있는 산정까지 왕복 1시간 내외의 숲길이 조성돼 있다. 정상에 오르면 여주시내와 남한강이 한눈에 보인다.
★길잡이: 영동고속국도 여주IC→여주읍 방면 37번 국도→교리교차로에서 좌회전 42번 국도→세종대왕릉
★문의: 세종대왕유적관리소(http://sejong.cha.go.kr) 031-885-3123~4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