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세력 결탁설 횡행에 업계선 “불가능해 보여”…증권사들 시스템 들여다보니 “배당사고 또 터질 수 있다”
삼성증권의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삼성증권 주가가 폭락해 시장에 혼란이 발생한 가운데 작전세력의 개입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다. 임준선 기자.
최악의 시나리오는 삼성증권 직원이 외부 세력과 결탁해 의도적으로 유령주식을 매도했나 하는 의혹이다. 사고가 발생한 6일 오전 삼성증권의 주가 흐름은 다음과 같다. 9시 30분 삼성증권 주가가 3만 9450원, 40분경 3만 6400원으로 1차 급락했다. 50분에는 3만 8250원, 55분(3만 6400원)을 전후해 삼성전자 선물거래가 급증했다. 57분에는 3만 5150원으로 장중 최저가를 찍었다. 주가가 2차 급락했고 10시 10분 주가가 3만 7950원으로 소폭 회복됐다.
삼성증권과 외부세력이 결탁했다는 의혹에는 2가지 경우의 수가 가능하다. 첫 번째는 삼성증권 혹은 삼성증권 직원이 처음부터 사고 자체를 계획했을 경우다. 두 번째는 사고가 발생하는 시점과 발생 직후 이 상황을 삼성증권 내부직원이 외부에 알리거나 또는 이 같은 점이 알려져 선물거래 투자가 증가한 것이다. 삼성증권 직원이 지인 등에게 “주가 하락할거니까 선물거래를 얼른 하라”는 맥락의 정보를 전달했을 가능성을 기반으로 한 가정이다. 이 경우 금융인의 모럴해저드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이 문제로 대두된다.
금융당국은 삼성증권 직원 일부의 유령주식 매도가 선물시장과 연계해 차익을 노린 것이라는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은 삼성증권 직원 긴급조사를 통해 선물투자세력의 연계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당사자들의 휴대폰을 압수하고 계좌내역과 통신 내역까지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은 금융투자검사국 두 개 팀 직원 8명을 삼성증권에 파견해 사건 전반에 대해 특별점검을 하고 있다.
실제로 통상 1만 건 수준이던 삼성증권 선물거래 계약 건수는 사고당일 42만 건 수준으로 폭증했다. 현물인 주식 거래량도 폭증했기 때문에 주식에 연계된 상품인 선물 거래량 증가만으로 선물거래세력이 투입됐다고 볼 수는 어렵다. 하지만 시세추이에 대한 미공개 정보를 통해 선물시장에서 수익을 거두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시세추이를 미리 파악한 선물거래자는 주식 선물을 비싼 값에 매도하고 다시 싼 값에 주식선물을 매수한 뒤 청산할 경우 이익을 거둘 수 있다. 더군다나 삼성증권 내부 직원이 주식 수백만 주를 시장에 내다 팔아 가격을 급락시킬 수 있다는 확신이 있을 경우 리스크 없이 베팅을 할 수 있다.
다만 증권업계에서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이런 의혹이 ‘불가능해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계약을 직접 입력하는 증권사의 우리사주 담당 총무부나 결제업무부에서는 직원의 실수로 주문이 잘못 들어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해 왔다. 또 잘못 입고된 주식을 시장에 팔아버린 직원들 중 3~4년차 등 연차가 낮은 직원들이 많아, 주식시장 개장인 9시 30분부터 10시 전까지 작전세력과 공모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결제업무 실무자 입장에서는 발생할 수 있는 인재(人災)로 보고 안타까워했는데, 많은 음모론이 등장해 업계가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대리급 직원을 포함해 저연차 직원이 다수 주식을 내다판 것으로 안다”며 “금융인으로서 윤리의식이 부재한 것은 분명 문제지만, 알면서도 일부러 사고를 저지른 것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시스템 결함과 내부통제 장치 부재를 삼성증권 사태의 근본적 문제로 보고 있다. 주식배당 입력 오류가 발생할 때 이를 차단하는 시스템이 전무했고, 사건 발생 후 37분 동안 삼성증권은 조직적으로 위기에 대응하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무작위로 확인한 결과 전체 56개 증권사 중 현재까지 삼성증권과 같은 우리사주 배당 시스템이 운영되는 곳은 4개인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증권사에 대한 문의가 폭증했지만 공개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급하게 파악한 것인 만큼 전수조사를 통해 증권사가 추가로 더 늘어날 수도 있다.
현재 우리사주조합을 운영하는 증권사 중 일부는 현금배당만을 실시해 주식배당 사고가 날 가능성이 없다. 대신증권, 한양증권, 한화투자증권 등이 이에 포함된다. 초대형 증권사로 분류되는 NH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는 현금배당과 주식배당 업무처리 화면 자체가 분리돼 직원의 실수로 오류가 생길 가능성이 거의 없다.
증권사들은 저마다 “우린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나 이들 중 중소형사 몇 개는 삼성증권과 같은 배당사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사주조합이 명목상으로만 존재하고 20년 가까이 유상증자나 배당이 이뤄지지 않은 중소형사나 우리사주조합에 현금이나 주식배당을 실시한 선례가 없는 회사도 여전히 리스크를 안고 있다. 선례가 없을 뿐이지 직원 개인의 실수가 발생할 경우 이를 걸러낼 시스템이 없어 사고 발생 가능성은 존재하기 때문이다.
시스템을 이원화하고 전산을 바꾸는 데는 상당한 비용이 들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전산시스템이 고도화된 자기자본 4조 원 이상의 초대형 증권사 시스템을 선례로 삼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10년 이상 우리사주 배당을 하지 않은 중소형증권사들로서는 전산을 교체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전산 교체에만 수백억 원이 드는 데다 유지보수 비용도 때마다 수십억 원이 들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다른 증권사들도 계속 확인하고 있다”며 “조사가 끝나는 대로 후속 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