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 자동 클릭! 여론몰이·수강신청 ‘악용’…1초 만에 티켓 예매 ‘매점매석’ 차익 챙기기도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드루킹 사건 진상조사단장이 19일 오전 서울 국회 정론관에서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 고소고발 취하 건 처리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당원인 김동원 씨(필명 드루킹)가 네이버 등에서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기사 추천과 댓글을 조작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댓글 공작은 전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그 죄가 가볍지 않다. 대형 포털의 댓글 조작은 특정 여론을 조장하고, 가짜뉴스를 확산시킬 수 있으며 선거를 앞두고는 표몰이에도 활용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오픈서베이에 따르면 성인남녀의 4명 중 3명이 검색포털로 네이버를 사용하고 있다.
김 씨가 댓글공작 혐의를 받는 사건은 지난 1월 17일에는 새벽 2시가 넘은 시각, 30분가량 특정 기사의 댓글에 대한 ‘공감 수’가 기계적으로 늘어나는 모습이 포착된 건이다. 현재 포털에서는 아이디 당 1회 공감과 비공감을 선택하여 클릭할 수 있다. 조직적으로 댓글 공작을 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ID와 매크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드루킹 등 민주당원들은 자신들이 운영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회원들로부터 아이디 614개를 받아 매크로 프로그램을 돌려 댓글 공감수를 조작했다.
민주당 디지털소통위원회 댓글조작·가짜뉴스법률대책단은 지난 1월 네이버 기사 댓글조작을 위해 매크로를 사용한 의심 정황을 수집해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했다. 대책단은 네이버 공감 조작 매크로 프로그램을 구해 테스트한 결과 지난 1월 17일과 일어난 비정상적 공감 수 증가 현상이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대책단은 당시 프로그램을 테스트했던 동영상도 공개했다.
실제로 매크로 프로그램을 구매하는 것은 인터넷에서 검색을 통해 여러 업체를 손쉽게 찾을 수 있다. 주문자가 원하는 것을 요구하면 프로그래머가 매크로 프로그램을 제작해 판매하는 것이다. 가격은 5만 원에서 수십만 원대까지 다양하게 포진돼 있다. 이들 업체는 “댓글조작과 같은 불법 매크로 프로그램은 제작하지 않는다”고 주문 시 안내를 하고 있다.
IT업계 전문가들은 기술적으로 댓글조작용 매크로 제작은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포털 아이디 수백, 수천 개를 동원하는 비용과 댓글공작 매크로 프로그램 구입에 드는 돈은 정해진 가격이 없어 부르는 것이 곧 시세라는 입장이다. 포털의 경우 알고리즘을 지속적으로 바꾸기 때문에 매크로 프로그램을 구입해도 시시각각 변하는 알고리즘에 맞춰 유지보수를 해야 해 그 비용도 만만찮다.
포털에서 근무했던 한 IT업계 관계자는 “댓글공작을 위해 500만 원에서 수천만 원까지도 가격을 부를 수 있다”며 “포털마다 댓글 방지 로직이 있었을 텐데 이를 어떻게 뚫었는지에 대해 자세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동일 IP 사용을 걸러내려고만 해도 댓글 공작 사태를 방지할 수 있는데 이 같은 작동이 국내 대형 포털에서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네이버는 자구책을 마련하고 댓글방지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댓글쓰기는 일정 시간이 지난 후 다음 댓글을 작성할 수 있게끔 시간제한을 둔다. 계정당 댓글작성을 하루에 20개로 제한하고 있다.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생성된 아이디에 대해서도 제재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사용자들이 직접 아이디를 사고파는 것에 대해서는 제재가 어렵다. 실제로 인터넷에 검색만 해도 네이버 아이디를 생성해주거나 판매하는 거래자가 많이 발견된다.
온라인 상에서 포털 아이디를 사고파는 거래자를 손쉽게 검색할 수 있다. 온라인 캡처
앞의 IT업계 관계자는 “IP분석 등을 통해 회원가입 과정에서 모니터링을 하는 것에 더욱 만전을 기해야 한다”며 “해외 IP는 국내와 달라 분명하게 구분할 수 있기 때문에 해외 IP를 통해 불법적으로 아이디를 생성하는 경우도 이론상으론 포털이 모두 잡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콘서트 티켓이나 야구 티켓 등에 대해서도 매크로가 활용되고 있다. 티켓 판매 시작과 동시에 티켓이 순식간에 동나는 현상이 지속되며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선 암표상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팬들 사이에서는 자동으로 접속해 결제하는 데 매크로를 사용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1초 안에 날짜, 시간, 좌석, 결제 정보 등을 입력해 쉽게 좌석을 선점할 수 있다. 예매 사이트의 경우 특정 위치에 ‘예매하기’ 버튼의 위치가 고정돼 있다. 매크로는 그 위치를 좌표로 해 마우스 포인터를 이동시키거나 클릭하도록 지정할 수 있다. 직접 클릭하거나 일일이 키보드로 입력해야 하는 일반 사용자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같은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이 점을 이용해 티켓팅과 같은 각종 선착순 신청 환경에서 매크로가 이용된다.
선착순 방식으로 진행되는 대학교 수강신청도 매크로가 활발하게 활용된다. 대학교의 수강신청 기간이면 커뮤니티와 카페에 매크로 프로그램을 판매하거나 제작하는 방식을 소개한 글들이 수많이 올라온다. 인기 시간대 유명 강의를 대상으로 매크로를 돌려 수강신청을 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선착순으로 신청을 하는 티켓 예매나 강의신청이 매크로를 통해 편법으로 진행되고, 이를 통해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사례가 증가하는 데 있다. 인기 가수의 공연 티켓은 판매와 거의 동시에 매진되고, 후에 웃돈을 한참 더 얹어 중고 사이트 등에서 매매되곤 한다. 전국 유명 휴양지의 황금시간대 예약을 싹쓸이한 뒤 중고 사이트 등에서 거래해 수백만 원의 차익을 남겨 경찰에 붙잡힌 사례도 있다.
국회에는 지난 1월 신경민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포털 사이트에서 댓글 작업을 하는 등 여론을 호도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매크로 방지법’이 계류 중에 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