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만든 ‘보물창고’
▲ 두웅습지 주변으로 나무데크가 설치돼 있어서 습지 생태계를 보다 쉽게 관찰할 수 있다. | ||
이 협약에 가입한 나라는 현재까지 158개국. 가입국은 자국 내에 1개 이상의 습지를 람사르 습지에 등록해야 하는데 아무 습지나 받아주는 것은 아니다. 독특한 생물상과 지리학적 특성을 가졌거나 희귀한 동식물의 서식지로서 중요성을 가진 경우에만 등록이 가능하다. 우리의 경우 1997년 101번째로 협약에 가입한 이래 우포늪, 무안갯벌, 순천만, 두웅습지 등 총 11개의 습지를 등록했다. 그중 두웅습지는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해안사구습지로 주목을 받는 곳이다.
두웅습지는 국내 최대의 해안사구로 알려진 충남 태안의 신두리 사구 내에 자연적으로 형성되어 있는 사구습지다. 이 습지는 밑바닥이 일반 호수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가는 모래로 이루어진 특이한 형태다. 신두리 해안사구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바닷가의 모래가 바람에 날려와 가라앉은 것이다.
이 같은 두웅습지의 특성으로 인해 2002년 11월 사구습지로는 최초로 환경부 보호지역으로 지정됐다. 지난해 12월에는 우리나라에서 여섯 번째로 람사르협약 습지에 등록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두웅습지는 바로 옆에 바다를 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완벽한 민물이며 가뭄에도 거의 영향을 받지 않을 정도로 수량이 풍부하다. 이 습지가 민물인 이유는 순전히 해안사구 덕택이다. 밀물이 거꾸로 유입되는 것을 사구가 막아주기 때문이다.
물이 마르지 않는 데도 다 이유가 있다. 두웅습지와 같은 사구습지의 물은 배후지로부터 공급받는 것뿐만 아니라 사구지대 하부의 거대한 담수 탱크와 연계돼 있어서 수위가 낮아질 경우 사구지대로부터 자연스럽게 보충된다. 이처럼 안정적인 민물의 공급은 습지에 기대에 사는 동식물들에게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자연이 만들어낸 동식물의 생태보고인 셈이다.
이곳에는 천연기념물인 붉은배새매 등 조류 39종과 양서류 14종, 식물 311종, 곤충 110종 등 다양한 생물이 살고 있다. 특히 환경부가 보호종으로 지정한 금개구리, 맹꽁이가 집단 서식하고, 갯메꽃 등 사구식물이 12종이나 발견되는 등 보전가치가 높다. 금개구리는 백령도에서 제주도까지 서해안 일대의 습지에서만 매우 드물게 발견되는 희귀종이다. 맹꽁이는 예전에는 쉽게 볼 수 있었지만 각종 환경오염으로 인해 최근에는 좀처럼 볼 수 없을 정도로 그 개체수가 예전에 비해 급격하게 줄었다.
습지는 그다지 넓은 편이 아니다. 6만 4595㎡로 신두리 사구의 0.5%에 불과한 수준이다. 습지 주변으로는 나무데크가 설치돼 있다. 이 데크로 인해 습지를 가로지르며 내부에 서식하는 동식물들을 관찰하기가 훨씬 쉬워졌다.
여름 내내 습지에 만개했던 수련을 비롯해 월동 준비에 들어간 금개구리 따위를 이제는 보기 어렵지만 이곳에 아예 터를 잡고 사는 백로와 겨울을 나기 위해 찾아온 흰뺨검둥오리 등을 볼 수 있어 아쉽지가 않다. 흰뺨검둥오리는 몸길이가 약 61㎝에 이르는 대형 오리로 겨울이면 무리지어 생활한다.
한편 두웅습지 옆에 자리한 신두리해안사구도 찾아볼 만한데 신두리는 지난해 12월의 끔찍한 태안기름유출 사고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해진 바다가 인상적이다. 길게 뻗은 모래사장 오른쪽으로 해안사구가 형성되어 있는데 여름에는 해당화가 군락을 지어 피며 장관을 연출한다. 현재 이 사구의 북쪽 육지부근은 문화재청에서 천연기념물로, 해양부분은 해양수산부에서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길잡이: 서해안고속도로 서산IC(32번 국도-서산 방면)→서산→태안(603번 지방도)→원북(634번 지방도-좌회전)→두웅습지
★문의: 태안군청(http:// www.taean.go.kr) 041-670-2114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