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송전 관련주 급등에 현대건설 한달 새 15%↑…남북교류 시작되면 건설·운송업 돌파구 마련
최근 증시에서는 개성공단 관련주, 대북송전 관련주 등이 급등세를 보인다. 특히 남북 경제협력 경험이 유일한 현대건설은 최근 한 달 새 15% 가까이 치솟았다.
북한은 이미 2002년 시행된 7·1조치를 통해 ▲기술적 효용성의 추구에서 분배적 효율성의 추구로 전환 ▲가격 결정에서 수요와 공급의 인정으로 시장 기능의 강화 ▲분권화와 자율성의 강화 ▲자원배분방식에서 물자배급체제로부터 화폐배급체제로 전환을 시작했다. 최근 북한을 다녀온 이들도 11년 전과 달라진 평양시내 모습을 증언한다. 적어도 평양 일대만큼은 경제가 예전보다 나아졌다는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경제를 통한 체제 안정도 꾀하고 있음을 엿보게 한다.
하지만 ‘선핵 후 경제’ 정책으로 지도체제 안정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고수하고 있어 실제적인 경기부양 효과는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종전선언으로 ‘핵’ 부담에서 벗어나면 7·1조치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남북관계 개선을 가정할 때 건설, 물류, 에너지 등 산업재가 당장 최대 수혜를 입을 수 있다”며 “남북교류의 과정에서 가장 투자가 시급한 분야는 인프라 확충”이라고 분석했다.
서울시는 오는 27일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꽃으로 만든 한반도 모양을 서울광장 중심부에 설치했다. ‘평화의 꽃밭’은 오는 27일까지 운영할 예정이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북한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333달러에 불과하다, 우리의 1979년 때 수준이다. 국토연구원은 2013년 발간한 ‘통일시대를 향한 개발협력 핵심프로젝트 선정 및 실천과제’에서 통일을 대비한 핵심프로젝트에 필요한 인프라 투자규모를 68조 원으로 추정했다. 초기 1~5년은 27조 원, 6~10년차는 17조 원, 11~20년차는 23조 원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경협사업이 재개된다면 초기에는 높은 리스크를 감안해 정부가 대부분 자본을 대고 발주하는 형식이 될 것이다. 남북관계가 정착된 이후에야 민간 투자가 현실화될 것이다.
현재 수출입은행이 관리하고 있는 남북경협기금 규모는 13조 원을 넘는다. 필요한 경우 차입도 가능하다. 적어도 5년치 투자액은 남북경협기금만으로 감당할 수 있는 셈이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의 자금도 북한에 투입될 수 있다. 유엔 제재가 풀리면 북한의 경제와 무역도 빠른 속도로 회복될 수 있다.
남북 교류가 시작된다면 저성장에 빠진 내수 건설업과 운송업은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 토목사업에 투입 비중이 높은 시멘트에 미칠 영향도 크다. 시멘트는 장치산업의 특성상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에 수혜가 즉각적으로 나타난다. 남북교류가 확대될수록 연안 운송이 가능한 해운업체의 수혜도 기대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남북경협 기대종목을 선별해 제시했다. 건설업종에서는 남북 경협사업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는 현대건설, 유라시아 시장의 발판인 러시아 사업 경험이 있는 대림산업을 꼽았다. 시멘트 업종에서는 해안에 위치해 북한 수송이 용이한 쌍용양회와 아세아시멘트를, 조선업종에서는 러시아로부터 다수의 VLCC 수주 경험이 있는 현대중공업과 야말 LNG선 수주 경험이 있는 대우조선해양을 제시했다. 물류업종에서는 해외 M&A 및 협력강화를 통해 북방물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CJ대한통운에 주목했다. 남북러 가스관 도입 논의가 활발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가스공사도 수혜주로 꼽았다.
물론 남북경협이 된다고 북한 시장이 활짝 열리기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신중론도 있다. 북한의 핵포기 선언과 국제사회의 북한 경제제재가 제거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북한의 정치 체제가 바뀌는 것도 아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스스로 권력이 흔들릴 정도의 개혁개방은 불허할 가능성이 크다.
김형렬 교보증권 연구원은 “북한이 채택 가능한 개방정책은 외자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고 북한 인력을 활용한 가공무역 방식의 수출정책이 유력하다”며 “아울러 기존의 경제특구를 발전시켜 북한 기업이 참여하는 개방 특구로 활용하는 방안도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한편 미래에 대한 기대를 기초한 증시에서 종전선언 재료는 충분히 위력을 발휘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한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4월 현재 코스피는 주가수익비율(PER) 기준으로 선진국 대비 40%, 신흥국 평균 대비 27% 할인거래되고 있다. 금리를 감안한 밸류에이션을 봐도 코스피와 S&P500 간 마켓 리스크 프리미엄의 격차는 520bp로 근래 가장 큰 수준이다. 만성적인 저평가가 단기 내 해소되기란 쉽지 않겠지만 그 요인 가운데 가장 비중이 큰 지정학적 위험이 줄어든다면 2018년은 충분히 그 해소의 시작 원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라고 진단했다.
당장 트럼프의 환율압박에 지정학적 위험 감소에 따른 원화강세가 진행되면 국내 증시 최대세력인 외국인에게는 환차익 기회가 된다. 외국인 수급이 꼬이면서 주춤했던 코스피가 다시 힘을 받을 수 있다.
최열희 언론인
정의선 부회장 웃는 까닭? ‘현대엔지니어링’ 주가 오르면 주머니 두둑해져 현대건설은 남북 정상회담의 최대 수혜주로 꼽힌다. 하지만 더 큰 수혜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이 될 수 있다. 현대엔지니어링 지분가치가 극대화될 수 있어서다. 현대엔지니어링 최대주주는 38% 지분을 가진 현대건설이다. 하지만 정 부회장도 지분 11.72%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도 4.68%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정 회장 부자가 23.29%를 보유한 현대글로비스가 3대 주주로 지분율은 11.67%에 달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총자산은 6조 원, 매출은 5조 8000억 원가량이다. 총자산이 11조 원을 넘고 매출도 10조 원에 달하는 현대건설보다 작다. 하지만 지난해 영업이익은 4876억 원으로 현대건설보다 700억 원 이상 많다. 특히 인프라와 도로, 항만 등의 기술력은 현대건설 못지않다. 같은 ‘현대’ 마크를 단 만큼 현대엔지니어링도 북한 인프라 건설의 수혜를 볼 가능성이 크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재 장외시장에서 주당 76만 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시가총액으로 따지면 5조 8000억 원 규모다. 5조 원 수준인 현대건설보다 크다. 정 부회장의 지분가치만 6800억 원에 달한다. 정 회장의 지분가치 2700억 원까지 더하면 1조 원에 육박한다. 현대엔지니어링 가치가 올라가면 현대글로비스 기업가치에도 도움이 되고 결국 그 영향은 정 회장 보유지분에 미친다. 따라서 정 회장 부자의 현대엔지니어링 지분가치는 1조 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 회장 부자가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을 유동화시킬 방법은 두 가지다. 현대건설과 합병을 통한 우회상장, 다른 하나는 현대엔지니어링 직접 상장이다. 상장을 하지 않고도 맞교환(swap) 등을 통해 지분을 유동화할 수 있지만 가치 산정을 둘러싼 논란이 나올 수 있다. 삼성도 이재용 부회장이 지분을 보유했던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를 상장한 후에야 지배구조 개편에 나서 가치 논란을 원천 차단했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합병하면 삼성물산을 제치고 국내 도급순위 1위 건설사가 된다. [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