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뭐가 무서워서…’
이처럼 민생예산 삭감에 대한 비난이 들끓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청의 2010년도 예산안 중 집회시위 관리장비의 구입금액이 대폭 늘어나 논란을 부를 전망이다. 올해 집회시위 관리장비 예산은 27억 4800만 원. 반면 내년의 해당 예산은 59억 8800만 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여기엔 지난해 ‘광우병 파동’ 촛불시위에서 위력을 발휘했던 물포 2대(4억 4000만 원)를 비롯해 ‘바리케이드용’으로 쓰이는 차벽트럭 6대(4억 8000만 원), 집회시위현장에서 불법행위를 녹화하고 조명 기능을 하는 다목적차량(10억 800만 원) 등이 포함돼 있다. 또한 경찰청은 시위장면에 대한 촬영과 편집 장비를 도입한다는 명목으로 그동안 없었던 ‘불법집회시위 홍보체계구축금액’(8억 7400만 원)을 예산안에 추가했다.
이와 관련, 경찰청에서는 “전·의경 대체사업으로 관리장비 예산안이 늘어난 것이다. 특히 2010년도는 옥외집회 금지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 지방선거, G20 정상회의 등이 있어 시위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예산안 증가는) 불가피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0월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가 물포 사용을 놓고 ‘인권침해 우려’를 밝혔고 그동안 시위에 대한 경찰 대응이 지나쳤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던 것을 감안하면 시위 관리 장비 예산이 배 이상 뛴 것을 두고 비난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물포 구입은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 1999년 무최루탄 선언 이후 시위현장에서 경찰부상자가 증가함에 따라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보급된 물포는 노무현 정권 때부터 점차 감소 추세에 있었다. 인명에 위해를 가할 수 있고 비용대비 효율성도 낮다고 판단했기 때문.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시대와 민심에 역행하는 것이다. 정권이 불안할수록 경찰력에 의존하게 마련인데 그것을 반영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