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딸 체류와 관련 있나” 의혹 솔솔…대신증권 “금감원 점검 때 문제된 적 한번도 없어”
서울 여의도 대신증권 빌딩. 이종현 기자.
금융감독원(금감원)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해외점포를 운영 중인 국내 15개 증권사 가운데 일본 현지 사무소를 둔 곳은 대신증권을 포함, 3곳에 불과하다. 특히 대신증권을 제외한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일본 현지 점포에 대한 투자와 인력을 축소하는 등 사실상 철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증권은 2015년 삼성증권 ‘도쿄지점’을 ‘도쿄사무소’로 격하시키고 상주 직원을 1명으로 줄였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사무소 업무를 대부분 중단한 상태다.
2014년까지 도쿄지점을 운영한 미래에셋대우는 2016년 일본 시장에서 철수했다. 리딩투자증권의 일본 현지법인, IBK투자증권의 도쿄사무소, 옛 현대증권·동양증권의 일본 점포도 모두 문을 닫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금융 투자처로서 큰 메리트가 없는 곳”이라며 “홍콩이나 싱가포르면 몰라도 일본에 투자해 큰 이득을 남겼다는 증권사는 아직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2014년 기준 80개에 달했던 국내 증권사의 해외점포는 2017년 들어 63개(현지법인 48개, 해외사무소 15개)로 줄었다. 금융감독원 측은 “영업실적 부진에 따른 현지법인 청산이 그 원인”이라고 밝혔다. 초대형 금융시장인 홍콩과 미국에는 19개 현지법인이, 중국에는 8개 현지법인이 진출해 있다.
그러나 일본에는 단 한 곳의 현지법인 없이 사무소만 개설돼 있다. 현지법인의 경우 해외에서 투자자문, 펀드모집 등 영업활동을 하지만 사무소는 별도 영업 활동 없이 본사와 정보교류, 업무연락을 맡는다. 즉 재무적 측면에서 보면 해외 사무소 유지는 이익 없는 비용으로 직결되는 셈이다. 일본 현지 사무소를 운영 중인 증권사 한 관계자는 “우선 일본 자산가들이 한국 상품에 전혀 관심이 없고, 시장 진입장벽이 무척 높은 편”이라며 “비즈니스 니즈가 없는 일본 사무소를 굳이 유지해야 할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증권은 1984년 일본 사무소 설립을 인가받고 1998년 11월 도쿄사무소를 공식 설립했다. 대신증권이 직접 작성한 ‘대신증권 해외 비즈니스 현황’ 자료를 보면 일본 도쿄사무소 직원은 총 3명으로 이 가운데 주재원은 2명(소장·부소장)이다. 그런데 2008년 설립된 상하이사무소의 주재원은 1명(소장)으로 확인된다. 금융권에서 중국 시장은 일본 시장보다 규모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홍콩 현지법인의 주재원도 2명(법인장·IB영업)으로 나타났다. 즉 사무소가 현지법인과 같은 수의 주재원을 둔 것이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일본 현지 네트워크 구축과 일본계 제휴사와 관계 유지를 위해 도쿄사무소를 운영한 것”이라며 “다른 증권사도 해외 현지 사무소를 운영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신증권이 운영 중인 일본 도쿄사무소와 관련해 증권업계 안팎에서 무용론이 확산되고 있다. 대신증권은 2015년 기준 일본 도쿄와 중국 상하이에 각각 해외사무소를 운영하다가 2017년 상하이사무소를 폐쇄한 뒤 현재는 도쿄사무소만 운영하고 있다. 서울 여의도 대신증권 빌딩.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그러나 대신증권 안팎에선 다른 주장이 나온다. 대신증권이 말한 일본계 제휴사와의 관계가 사실상 정리됐다는 것이다. 대신증권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과거 대신증권이 일본 스미토모생명으로부터 투자받은 게 있는데 2006년 양사의 교차 투자 관계가 정리됐다”며 “굳이 도쿄사무소를 두면서까지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1999년 스미토모생명은 대신증권 유상증자에 참여해 대신자산운용의 지분 20%를 확보하고 국내 투자에 나섰다. 그러나 대신증권이 2002년 스미토모생명 지분 1%를 회수한 데 이어 2006년 국내 투자 지분 전량(19%)을 회수하면서 양사간 관계는 ‘전략적 제휴’로 보기에 모호한 관계가 됐다. 또 대신증권이 2006년 업무제휴한 일본 닛코코디알그룹도 2008년 금융위기 여파로 시티그룹에 매각되면서 관계 유지의 중대한 전환점을 맞았다.
증권업계에선 대신증권이 도쿄사무소를 유지해 온 이유가 오너 일가인 이어룡 대신증권 회장의 딸 양정연 씨와 관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무성하다. 복수의 증권업계 관계자는 “도쿄사무소 유지가 오너 일가와 관계가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고 했다. 앞의 대신증권 사정에 밝은 인사도 “양 씨가 남편과 함께 일본으로 떠난 뒤 도쿄사무소 부소장으로 일했는데 당시 (양 씨가) 미국에 골프를 치러 다녀오거나 업무 시간에 자리를 비우는 일이 잦았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양 씨가) 도쿄사무소에 근무한 것은 맞지만 그 때문에 회사가 도쿄사무소를 운영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2007년 대신증권에 입사한 양 씨는 2009년께 도쿄사무소 주재원(부소장)으로 발령받고 출국했다. 이는 유독 도쿄사무소만 주재원이 2명인 이유기도 하다. 특히 발령 당시 일본 네트워크가 전무했던 양 씨를 부소장으로 보낸 것과 관련해 업계 안팎에선 ‘오너 일가가 아니면 이해하기 힘든 인사’란 의혹이 나온다. 그다지 큰 영업활동을 하는 곳도 아닌 데다 정부 감시망에서 벗어난 해외 사무소로 양 씨를 보내고 급여와 현지 체류비 등을 챙겨준 것 아니냐는 것이다. 현재 양 씨는 개인 사정으로 국내로 복귀해 IB사업을 담당하고 있는데 양 씨가 떠난 뒤 도쿄사무소 부소장 자리는 2년째 공석이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현재 사람을 못 구해 도쿄사무소 주재원이 공석”이라며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사무소 인력을 운용하고 있고, 양 씨가 일본 현지에서 주주 관리 등 회사에 기여한 부분은 분명 있다”고 말했다.
대신증권처럼 정원 3명의 도쿄사무소를 운영하는 금감원은 1년(2017년) 예산으로 인건비 6억 6700만 원, 체재비 등 경비 5억 9000만 원을 책정했다. 정원 2명인 홍콩사무소는 인건비 3억 700만 원, 체재비 등 경비 7억 4600만 원이 책정됐다. 대신증권의 경우 도쿄사무소는 별도 법인 형태가 아니라 세부 지출 내역이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업계에선 대신증권이 금감원 수준으로 도쿄사무소 운영비를 지출하지 않았겠느냐는 주장이 나온다. 양 씨의 일본 체류 기간은 약 8년으로 1년 평균 운영비를 10억 원으로 추산하면 80억 원가량이 일본에 흘러갔다는 계산이 나온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그동안 금감원의 자료 요구로 해외 사무소에 대한 점검을 받았지만 문제점이 나온 경우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