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탈락 트라우마…낙관은 금물
새해 첫날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동 롯데월드타워에서 ‘서울, 2018 새해 카운트다운’ 기념 불꽃 쇼가 열리고 있다. 박정훈 기자 onepark@ilyo.co.kr
롯데는 홈쇼핑 사업 재승인에 사활을 걸고 있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홈쇼핑 재승인에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정부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했고 심사를 거쳐 현재 발표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연결 재무제표 기준 롯데홈쇼핑(법인명은 우리홈쇼핑)은 지난해 9248억 원의 매출과 993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같은 기간 모회사인 롯데쇼핑은 206억 원의 당기순손실로 연결 자회사보다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경쟁 유통업체 관계자는 “롯데쇼핑이 기존 백화점 사업에서 부진했지만 홈쇼핑 사업에서 성장했다”며 “몇 년 전부터 대부분 유통업체가 오프라인 마켓의 한계를 느끼고, 유통채널을 다변화하면서 홈쇼핑 사업에도 꾸준히 투자해왔다”고 설명했다.
사업 인허가의 칼자루를 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심사 결과는 물론 과정에 대해서도 일체 함구하고 있다. 과기부 측은 “홈쇼핑 심사와 관련해선 공식 발표 외에 아무 것도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과기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지금까지 정부가 단 한 차례도 방송사업자에 대한 사업권을 박탈한 적이 없는데 롯데만 예외가 될 거라고 생각할 수 없다”며 “다만 롯데가 지난 심사 때 인허가 로비 의혹으로 문제가 있던 만큼 정부로서는 재승인해줄 명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4월 과기부는 채용비리 의혹에 휘말린 공영홈쇼핑에 대한 방송사업자 자격을 재허가해줬다. 과기부에 따르면 공영홈쇼핑은 TV홈쇼핑 재승인 심사에서 1000점 만점에 722.78점을 받아 커트라인인 650점을 넘겼다. 심사항목 가운데 배점이 높은 ‘공정거래 및 중소기업 활성화에 대한 기여도’(1000점 중 240점)에서 181.13점을 받은 것이 재승인에 크게 기여했다. 과기부는 특정 항목의 심사점수가 배점의 50%를 넘기지 못할 시 재승인을 거부하는 과락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때문에 롯데는 심사를 앞두고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 지원과 애로사항 청취 등 이른바 ‘상생 마케팅’을 펴고 있다. 롯데가 재승인을 받으려면 해당 항목에서 120점을 넘겨야 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 22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횡령, 배임, 탈세’ 등 경영비리 혐의 관련 1심 선고 공판을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유통업계 안팎에선 “낙관은 금물”이라며 신중론도 제기된다. 앞서 신동빈 롯데 회장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정부 정책에 적극 협조하는 한편 평창동계올림픽 마케팅에 누구보다 앞장섰지만 면세점 로비 의혹과 관련한 재판에서 실형을 받았다. 박근혜 정부 때도 예상을 뒤엎고 롯데월드타워 면세점에 대한 특허권이 취소되면서 부침을 겪었다. 재계 관계자는 “무조건 재승인이 날 거라고 장담하긴 어렵다”며 “최종 결과 발표 전까지 무엇도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2015년 심사 당시 롯데는 672.12점을 획득해 간신히 커트라인을 통과했다. 같은 심사에서 경쟁업체는 718.96~746.81점을 얻어 롯데와 차이를 보였다. 이마저도 ‘감사원 기관감사 결과문’에 따르면 당시 정부 실무진은 롯데에 일부 편의를 제공하고, 과락을 면하게 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미래부가 심사 기준인 ‘사업운영과 관련한 비리 등 임직원의 범죄행위’ 항목에서 범죄에 연루된 롯데홈쇼핑 임직원을 일부 누락하는 방법으로 롯데홈쇼핑에 대한 재승인이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당시 미래부는 관련 항목에서 배점 30점 가운데 50%가 안 되는 14점을 감점 조치했는데 만약 정상 평가가 이뤄졌다면 감점 22점으로 과락이 불가피했다. 감사원이 자체 적발한 이 사건은 지난해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 대한 롯데홈쇼핑의 사업 인허가 비리 의혹까지 연결되며 파장을 일으켰다. 이에 대해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관련 내용은 당시 심사로 소급된 것이며, 이번 심사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는 모두 7개 홈쇼핑 업체가 경쟁하고 있다. 이 가운데 롯데홈쇼핑은 ‘빅3’인 CJ오쇼핑, GS홈쇼핑, 현대홈쇼핑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성장했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발간한 ‘2016~2017년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 자료에 따르면 빅3의 시장 점유율은 61~63%로 롯데홈쇼핑까지 더하면 점유율 80%를 상회한다.
더욱이 이들은 CJ헬로비전, 티브로드 등 유료방송사업자의 영업이익을 실질적으로 책임지고 있다. 2016년 기준 유료방송사업자가 홈쇼핑 사업자로부터 받은 송출수수료(채널 이용료)는 1조 2651억 원으로 2015년(1조 1347억 원) 대비 10.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홈쇼핑업체의 송출수수료가 없다면 모든 유료방송사업자는 적자로 전환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즉 롯데홈쇼핑 재승인은 홈쇼핑업계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방통위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방송산업 발전을 바라는 정부로서는 대기업 홈쇼핑 사업자가 방송에 투자하는 것이 나쁠 게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롯데홈쇼핑의 지난 2년간 영업이익률은 8.8~9.1%로 경쟁사인 CJ오쇼핑 10.3~12.1%, GS홈쇼핑 12.4~13.8%, 현대홈쇼핑 20.9~22.5%에 미치지 못했다. 또 국내 홈쇼핑업계 전체 매출 규모는 2004년 9712억 원에서 2014년 3조 4438억 원으로 급성장했지만 이듬해 3조 1572억 원으로 감소한 뒤 지난해에는 2013년 수준으로 회복했다. 방통위는 “모바일앱 등을 통한 온라인 상품 구매가 활성화되면서 TV 홈쇼핑 사업자의 홈쇼핑 방송 매출 수익의 성장이 둔화됐다”고 진단했다. 이번 심사에서 재승인이 이뤄지더라도 롯데홈쇼핑의 앞날이 마냥 밝지만은 않은 것이다. 앞의 유통업계 관계자는 “롯데쇼핑 전체 매출에서 홈쇼핑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다“며 ”(CJ 등과 달리) 자체 방송 플랫폼이 없는 것은 약점“이라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co.kr
신동빈 롯데 회장의 ‘옥중 경영’? 그룹 현안 비정기적 보고 받아 면세점 로비 의혹과 관련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신동빈 롯데 회장의 ‘옥중경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신 회장은 최근 자신의 변호인을 통해 그룹 현안과 관련한 보고를 비정기적으로 받고 있다. 지난 3월 롯데쇼핑 등 그룹 주력 계열사 사내이사로 재선임되면서 옥중경영의 명분을 얻었다는 말도 나온다. 다만 변호인 접견 시간에 제한이 있어 세부적인 내용은 듣지 못하고 큰 틀의 현안만 보고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법무부는 대법원 최종심이 확정되지 않은 미결수에 대해 변호인 접견을 일부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형이 확정돼 기결수가 되면 변호인 접견이 어려워진다는 것이 중론이다. 현재 신 회장은 2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재계 일각에선 다른 재벌 사례처럼 신 회장도 변호인으로부터 따로 편의를 제공받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지만 롯데 측은 ”전혀 아니다“라고 반박한다. 한 예로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는 구치소 수감 중 같이 수감된 ‘동기’들에게 사식을 챙겨준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수감됐던 재계 한 오너도 패스트푸드를 챙겨먹었다는 소문까지 있다. 그러나 롯데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신 회장이 감기 기운이 있어 최근에 고생을 좀 했다“며 ”(다른 미결수와 비교해) 변호인 접견 시간도 길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