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만한 동네에 한옥 300채 옹기종기
▲길잡이: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2번 출구에서 나가자마자 체부동이다.
▲문의: 사직동주민센터 02-731-0503(체부동은 사직동 관할)
체부동은 서울의 복판인 종로구에 있다. 3호선 경복궁역 2번 출구로 나서면 곧 체부동이다. 동네는 손바닥만 하다. 가로세로 각 200m 정도 길이의 바둑판 모양이다. 아래로 사직동길, 오른쪽으로 자하문길이 지난다.
체부동은 체찰사부(체부청)에서 유래한 동명이다. 체찰사는 비상시에 군사업무를 맡아보는 고려 말과 조선시대의 임시 군직으로 체부동 자리에 있었다.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 당시 구곡동과 체부·누각동 일부가 합쳐져 체부동이 되었 다.
체부동에서 가장 흔한 가옥은 한옥이다. 이곳에는 300여 채의 한옥이 있다. 다만 북촌의 것들과는 대비가 된다. 2000년부터 시작한 ‘북촌가꾸기사업’으로 북촌의 한옥이 보기 좋게 단장이 됐지만, 체부동은 ‘아직’이다. 사실 이곳은 개발과 보존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 서촌은 현재 ‘역사·문화경관 보존지구’로 지정돼 있다. 때문에 서촌의 한옥에 사는 사람들은 마음대로 집을 허물거나 뜯어 고칠 수 없다. 집들이 아주 오래 되어 보수가 시급한 한옥들이 흔하게 눈에 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촌은 한 번쯤 둘러보고 싶은 동네다. 관광지가 다 되어 호젓함이 사라진 북촌 일대와 달리 체부동은 조용하고, 얼기설기 엮인 골목길을 찾아다니는 맛이 있다. 또한 시장통의 톡톡 튀는 개성만점의 음식점들을 순례하는 재미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체부동의 한옥은 금천다리 1~4길 주변에 집중돼 있다. 약 200채 가량이 밀집해 있다. 이 골목에 들어서면 눈이 시원하다. 시야에 막힘이 없기 때문이다. 둘러봐도 시야를 가리는 높은 빌딩이 없다. 그래서인지 마음이 편안하다. 금천다리1길은 체부동길과 잠시 만났다가 체부동1길로 이름을 바꿔 계속 뻗고, 이 길은 누각길과 평행하게 달리다가 통인동에 이르러 소멸한다. 금천다리2~4길 중에서 체부동길과 만나는 것은 2길뿐이다. 나머지는 끝까지 가지 못하고 수많은 한옥에 모세혈관처럼 생기를 불어넣고 통로를 제공하는 것으로 임무를 다한다. 이들 골목의 한옥들 중에는 홍종문가옥이 시도민속자료 제29호로 지정돼 있다.
체부동 적선시장 일대 길에는 기발한 이름의 음식점들이 많다. 뚝배기라면가게인 ‘라면점빵’, 주꾸미에 마술을 걸어 어마어마하게 맛있다고 강조하는 ‘맛수리 주꾸미’, 꼼장어의 신선함을 강조하는 ‘살아 있는 꼼장어’, 테이크아웃커피전문점 ‘봉구’, 샌드위치와 커피를 파는 ‘코윗치’ 등이 시선을 잡아챈다. 이름만 특이한 것인지, 맛도 그만큼 특별한지 체부동 골목길 여행 중에 들러 확인해봄이 어떨까.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