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세요! 새옷 입고 서울 품은 성곽
▲ 서울성곽과 어우러진 성북동. | ||
▲길잡이: 한성대입구 전철역 5번 출구→성북2동 방향 버스(1111·2112번 버스, 3번 마을버스)→성북초등학교 하차→맞은편으로 횡단보도 건너 조금 들어가면 성곽 입구
▲문의: 성북2동사무소 02-747-8220
서울성곽은 조선 태조 5년(1396년) 축조된 도읍의 울타리이자 방어막이다. 성곽은 서울의 내사산 능선을 잇고 있다. 내사산은 서울 사대문을 기준으로 그 안에 있는 산을 말한다. 백악산, 낙산, 남산, 인왕산이 여기 포함된다. 성곽의 총 길이는 18.12㎞에 달한다. 성곽은 사대문과 사소문을 품고 있다. 성곽 공사가 먼저 끝나고, 남대문과 동대문이 나중에 완성되었다.
성곽은 부침이 많았다. 세종 때 흙으로 쌓은 부분을 튼튼한 돌로 바꾸었으나 임진왜란을 거치면서 크게 손실되었고 숙종, 영조, 고종 때 보수와 개축 등이 이어졌다. 그렇게 어렵사리 지켜왔건만 1915년 일제에 의해 다시 한 번 아픔을 겪었다. 도시발전에 저해된다면서 성문과 성곽을 대거 철거한 것이다. 다행히 서울시는 1975년부터 성곽복원사업을 벌이고 있다. 먼저 전체 성곽 중 10.46㎞가 원래의 옷을 찾아 입었고, 나머지도 차근차근 옛 모습을 찾는다는 계획이다.
▲ “우리집에서 놀 사람 손 들어.” 방과 후 같이 놀 친구들을 모으고 있다. | ||
성곽 길은 비탈이 심하지 않아서 걷기에 무리가 없다. 채 30분이 걸리지 않는 거리다. 해가 지면 성벽을 밝히는 불이 일제히 켜지고 성곽은 이리저리 굽이치면서 백악산으로 나아간다. 성곽 오른쪽으로 성북2동의 풍경이 내려다보인다. 낡고 오래된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각자의 체온을 보태며 겨울을 이기고 있다.
이 동네에는 특별한 집이 몇 채 있다. 만해가 살았던 심우장, 조선 말 거상 이종상의 집, 그리고 조금 더 아래로 내려가면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를 쓴 최순우 옛집이 있다. 만해의 집인 심우장은 북향이다. 총독부 건물을 바라보기 싫어 북을 바라보게 지었다. 이곳에는 만해가 남긴 유품과 육필원고 등이 전시돼 있다. 이종상 별장은 현재 덕수교회에서 관리하고 있다. 제법 잘 지어진 한옥이지만, 방문을 허락하지는 않는다. 최순우 옛집은 1930년대 지어진 한옥으로 전형적인 경기지방 한옥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거미줄처럼 이어진 골목골목을 누비며 이러한 볼거리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참 쏠쏠하다.
성곽의 끝은 와룡공원이다. 이곳에 오르면 종로구와 중구, 용산구 일대의 풍경이 훤히 보인다. 오른쪽으로 남산 서울타워가 주기적으로 색을 바꾸며 빛나고, 정면으로 종로구 일대의 휘황찬란한 건물들이 경쟁하듯 빛을 뿜어댄다. 그렇게 화려하거나 넘치진 않더라도 성곽의 불빛은 은은히 서울의 밤을 밝힌다.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