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무후무 배당사고…세대교체 카드로 등장한 구 사장 입지 흔들
구성훈 삼성증권 사장이 지난 4월 10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내부 통제 강화를 위한 증권사 대표이사 간담회’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그룹 입장에서도 큰 악재다. 이재용 부회장이 집행유예로 석방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발생한 대형 사고인 데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등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배당사고 발생 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 줄줄이 삼성증권과의 직접 운용거래를 중단했다는 점도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기관투자자들의 외면은 신뢰 하락뿐 아니라 실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또 투자자의 소송 등도 감내해야 한다.
금감원은 특별검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최대한 신속하고 엄정하게 사후조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원승연 금감원 부원장은 “입출고 순서가 뒤바뀐 우리사주 배당시스템과 실물주식 입고시스템 문제는 증권사로서 가장 기본적인 업무 프로세스를 위반한 것”이라고 강하게 질책했다.
검사 결과 금감원은 삼성증권이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과 ‘전자금융거래법’ 등을 위반한 사실을 포착했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제24조는 주주 및 이해관계자 등을 보호하기 위해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도록 정해놓고 있지만, 삼성증권은 이를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 또 전자금융거래법 제21조는 전자금융거래가 안전하게 처리될 수 있도록 금융회사가 선량한 관리자로서 주의를 다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제재 수위를 최종 결정하는 금융위원회(금융위)가 이번 사건에 대해 상대적으로 누그러진 입장을 취하고 있어 구 사장에 대한 제재 수위가 낮아질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금융위는 지난 9일 자본시장조사단의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삼성증권 직원들이 주식매도를 통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거나 시세의 변동을 도모했다는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외부인과 연계 사실도 나타나지 않았고 불공정거래 행위를 의심할 만한 이상거래 계좌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악재가 겹치면서 구성훈 사장의 입지가 크게 축소된 상황이지만 임기 초여서 구 사장에게 책임을 지우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건 발생 당시 구 사장은 취임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다”면서 “오히려 구 사장에게 사태 수습을 맡기는 게 순리일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영복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