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연. 사진=영화 ‘버닝’ 스틸컷
서경덕 교수는 1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스티븐 연의 욱일기 논란에 대해 “한국계 미국인 배우 스티븐 연이 자신의 출연작인 영화 ‘메이햄’을 연출한 조 린치 감독의 사진에 ‘좋아요’를 눌렀다. 그러나 조 린치 감독이 어린 시절 욱일기로 만든 옷을 입고 있던 사진이기 때문에 현재 큰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서 교수는 “하지만 한국어 사과와 영어로 된 사과가 확연히 다른 것이 가장 큰 문제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국어로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지만, 영어로 된 사과문에서는 ‘이번 일은 문화의 단면을 보여준다. (스마트폰에서) 넘기기 한 번, 실수로 ‘좋아요’를 누른 것, 생각 없이 스크롤을 움직인 것으로 사람을 판단한다’며 ‘인터넷 상의 세상은 굉장히 취약하다. 우리를 표출하는데 이런 플랫폼을 쓰고 있다는 것이 슬프다’고 했다”며 “이 같은 글은 자칫 ‘인터넷 상에서의 실수 한 번으로 사람을 재단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서 교수는 “이런 글을 올렸다는 것은 아직 제대로 된 반성을 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지난 10여 년간 ‘전 세계 욱일기 퇴치 캠페인’을 펼쳐온 저로서는 이번 영어 사과문은 그야말로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며 “그렇다면 자신도 정말 실수였다고, 이번 계기로 욱일기에 대한 뜻을 정확히 알았다고, 다시는 이런 실수를 하지 않겠다는 영어 사과문을 진심으로 올렸다면 이렇게까지 네티즌들에게 뭇매를 맞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암튼 우리 스스로도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 당사자에 대한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욱일기가 나치기와 같다는 것을 전 세계인들에게 제대로 알릴 수 있도록 더욱더 노력을 해야만 할 것”이라며 “모쪼록 우리의 역사는 우리 스스로가 지켜나가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스티븐 연은 욱일기 논란이 불거지자 지난 13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영어와 한국어 사과문을 올렸다. 한국어 사과문에는 “최근 제 동료의 어린 시절 사진과 관련, 사진 속 상징적 이미지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채 실수를 만들었다”며 “저의 부주의함으로 인해 상처 입으신 분들에게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영어 사과문 일부에서는 받아들이는 사람 입장에서 다소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는 뉘앙스로 실수에 대해 지나치게 자신을 몰아간다는 내용이 담겨 논란을 더욱 부추겼다. 스티브 연의 사과문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