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도주 부재 속 갈 곳 잃은 자금 이동
한국거래소가 최근 우선주와 보통주 괴리율이 확대됐다고 발표한 후 일부 우선주들이 연이어 상한가를 기록했다. 사진은 지난 2월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모습. 최준필 기자
지난 8일 한국거래소(거래소)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보통주와 우선주 간 평균 괴리율(보통주와 우선주의 가격 차이를 나타낸 지표)이 전년보다 1.92%포인트(p) 상승한 39.76%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거래소에 따르면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중 괴리율이 확대된 종목은 7개나 된다. 특히 아모레퍼시픽우와 LG화학우의 괴리율은 각각 전년 대비 16.40%p, 8.03%p 증가, 큰 폭으로 확대됐다. 일부 우선주는 보통주 가격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남양유업우, 금호석유우, 대림산업우, CJ제일제당우 등이 보통주와 60% 넘는 괴리율을 기록한 것. 거래소는 “115개의 우선주 종목 중 78개 종목을 분석했다”며 “5월 2일 이후 상장, 분할했거나 우선주 종가가 보통주 종가를 넘는 32개 종목은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발표 직후 시장은 이례적인 주가 변동 양상을 보였다. 지난 8일과 9일 현대비앤지스틸우, 동부제철우, 삼성중공업우 등 8개 우선주가 상한가를 기록했다. 최근 120 영업일 동안 상한가를 기록한 우선주가 2개에 불과했던 점을 고려하면 눈에 띄는 현상이다. 지난 14일엔 대원전선우, 태영건설우, 성신양회우, 성신양회2우B 등이 상한가에 진입하며 우선주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특히 계양전기우는 5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보였다. 5월 4~14일 급등세를 보인 우선주 상위 20개 종목의 주가상승률은 54.4%로 보통주의 4배 이상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이에 대한 의견이 다양하게 나온다. 특히 우선주와 보통주의 괴리율 확대 발표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향후 괴리 축소에 대한 기대감이 우선주의 투자매력을 높였다는 것이다. 김민규 KB증권 연구원은 “보통 우선주의 투자가치는 일정한 기간을 두고 오르내림을 반복한다”며 “거래소 발표 등과 맞물린 지금이 우선주가 높이 평가되는 시점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단순히 ‘우선주·보통주 괴리율 확대’만 그 요인으로 꼽을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지난 2월부터 주식시장에는 반도체, 바이오 등을 이을 주도주가 부재했고 이미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남북경협주에 대한 추가 상승 기대감은 꺾이던 추세여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우선주로 향했다고 보기도 한다. 하인환 SK증권 연구원은 “이러한 상황에서 갈 곳 잃은 일부 자금이 우선주로 유입된 것이라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남북경협 수혜주에 대한 투자관심이 보통주에서 우선주로 확대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연합뉴스
한편에서는 최근 우선주들의 급등이 투자자들의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원래 우선주는 배당 등의 우선권을 가질 수 있다는 매력에 매입하지만 최근 급등의 배경엔 이 같은 매력이 부각됐다기보다 단순 수급의 영향이 더 크다. 최장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보통 우선주 주가가 오를 때 총 배당액이 함께 오르지 않으면 주당 수익률은 떨어져 투자 매력이 없어질 텐데 그 상승세가 멈추지 않는다”며 “우선주의 속성 등을 고려했을 때 정상적이지 못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다 보니 최근 상한가를 이어가는 우선주 가격이 보통주를 훌쩍 뛰어넘는 경우도 있다. 현대건설우, 현대비앤지스틸우, 삼성중공업우, 동부제철우, 남선알미우 등이 대표적이다. 하인환 연구원은 “오히려 우선주 가격이 보통주보다 낮은 종목들은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어 현 상황에 대한 경계감을 높여야 한다”고 경고했다.
일각에선 ‘제2의 코데즈컴바인 사태’가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우선주는 대표적인 품절주로 유통주식 수가 적고 시가총액이 낮다. 개인 투자자들이 몰릴 경우 주가는 비이상적인 급등락을 보이기 쉬우며 작전세력의 표적이 될 위험성도 크다. 김경훈 SK증권 연구원은 “이러한 특성들 때문에 우선주의 상승세는 보통주보다 더욱 눈에 띄며 시장 임팩트도 커 보인다”며 “일종의 가시적 현상만으로 우선주 가치를 평가해선 안 된다”고 역설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15일 우선주 주가상승률 20개 종목 중 1개 종목을 투자위험종목으로, 5개를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하고 투자자들에게 우선주 투자에 주의를 기울일 것을 당부했다.
이성진 기자 reveal@ilyo.co.kr
우선주란? 의결권 없는 대신 배당 시 혜택 부여 우선주는 기업이 발행하는 보통주와 대비되는 개념의 주식으로 그 역할과 속성 등이 다르다. 시장에선 우선주 종목명 끝에 ‘우’를 붙여 보통주와 구분한다. 우선주의 가장 큰 특징은 보통주보다 먼저 배당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배당금도 보통주보다 1% 정도 높게 책정된다. 반면 우선주는 의결권을 갖고 있지 않다. 기업들의 우선주 발행은 기존 주주들의 경영권을 보호하면서 자본금 확충에 나설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우선주에 대한 관심은 보통주보다 떨어진다. 경영 참여를 염두에 둔 주요 투자자들은 주로 보통주에 관심을 갖는다. 상법상 의결권이 없는 주식은 발행주식총수의 25%를 초과할 수 없어 유통되는 우선주 수도 적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거래량이 적고 일반 투자자들의 관심도 덜 받는다. 1996년 상법 개정 당시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신형 우선주’가 등장했다. 종목명 뒤에 ‘B‘가 추가로 붙는 신형 우선주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보통주와 1 대 1 교환이 가능하며 최저배당률을 지정해 더 높은 배당을 보장해준다. 보통주 증자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도 있다. 1996년 이전에 발행된 우선주는 구형 우선주로 분류된다. 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초엔 기업들 주주총회 등으로 보통주의 가치가 부각되지만 연말로 갈수록 우선주가 강세를 보인다”며 “스튜어드십 코드 활성화로 기업투명성이 개선될 경우 우선주는 점차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