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타계한 구본무 LG그룹 회장. 사진=LG그룹
구본무 회장은 지난해 4월 건강검진에서 뇌종양을 발견, 몇 차례 수술을 받았다. 뇌종양을 조기에 발견한 만큼 수술 후 의사소통이나 건강상 큰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최근 수술 등에 따른 후유증으로 상태가 악화돼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다. 구본무 회장은 1년간 투병하는 가운데, 연명치료는 하지 않겠다는 평소 뜻에 따라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영면에 들었다.
또한 장례는 조용하고 간소하게 치르기를 원했던 고인의 유지와 유족들의 뜻에 따라 가족장으로 하며,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유족 측은 가족 외의 조문과 조화는 정중히 사양하고, 애도의 뜻은 마음으로 전해달라 밝혔다.
LG그룹 측은 생전에 과한 의전과 복잡한 격식을 마다하고 소탈하고 겸손하게 살아왔으며, 자신으로 인해 번거로움을 끼치고 싶지 않아했던 고인의 뜻을 따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1945년 2월 10일 경남 진주에서 태어난 구본무 회장은 고 구인회 LG 창업주의 장손이자,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서울 남선고 졸업 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애슐랜드대 경영학 학사, 클리블랜드주립대 경영학 석사를 취득했다. 이후 구본무 회장은 지난 1975년 ㈜럭키(현 LG화학) 심사과장으로 그룹에 첫 발을 들여 금성사(현 LG전자) 이사, 럭키금성그룹(현 LG그룹) 기획조정실 전무, 부사장 등을 거쳐 지난 1989년 그룹 부회장에 올랐다.
1995년 2월 22일 오너 3세 경영자로 LG그룹 회장에 취임한 그는 ‘럭키금성’ 대신 ‘LG’라는 새로운 CI를 앞세워 새로운 기업 만들기에 나섰다. 이미 국내에서 럭키금성이 널리 알려진 상황이라 주변의 반대가 심했지만,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 뚝심 있게 밀어붙여 오늘의 LG를 만들어 냈다.
지난 2003년에는 국내 대기업 중 최초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 지배구조를 지주회사와 자회사간 수직적 출자구조로 단순화했다. 이로써 자회사는 사업에 전념하고 지주회사는 사업포트폴리오 등을 관리하는 선진적 지배구조 시스템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업 측면에서도 구본무 회장는 전자, 화학, 통신서비스 등 3대 핵심 사업군을 집중 육성하면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에너지, 바이오 등 성장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LG를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냈다.
또한 구본무 회장은 GS, LS, LIG, LF 등 순차적으로 계열분리하는 과정에서도 리더십을 발휘했다. 이 같은 계열분리에도 LG그룹은 구본무 회장 취임 후 매출은 1994년말 30조 원대에서 2017년말 160조 원대로 5배 이상 성장했다. 해외 매출도 약 10조 원에서 약 110조 원으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1999년 외환위기 당시 반도체 빅딜로 현대전자에 어쩔 수 없이 LG반도체를 넘기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이후 구본무 회장은 정·재계와 거리를 두고 그룹 경영에 몰두했다. 평소 경영이념으로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와 ‘인간존중의 경영’을 제시했고, ‘정도경영’을 강조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