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시작된 인터넷 대란은 인터넷이 얼마나 우리의 실생활에 들어와 있는지를 실감케 했다. 월드컵의 그 찬란했던 붉은 광장도, 촛불시위로 빛나던 광장도, 모두 인터넷을 통해서 가능했다면 그 반대로 사이버공간의 혼란이 현실공간을 어지럽힐 수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준 것이었다.
너무나 많은 일들이, 그리고 순식간에 일어났다. 하지만 우리의 뇌리를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이런 사건들은 더 이상 온라인이 비현실적인 공간이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켜주고 있다. 온라인의 현상들은 오프라인 즉 현실공간을 닮아있으며, 또한 영향력을 미치기 시작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인터넷이 만들어내는 사이버공간에 대한 논의의 초점을 ‘진짜냐? 가짜냐?’에서 벗어나야할 때다.
디지털세대들은 새로운 공동체문화, 그리고 미디어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블로그는 개인미디어시대의 신호탄을 울렸다. 거칠기는 하지만 새로움과 접속을 쫓아서 움직이는 우리의 네티즌들의 모습은 채팅이나, 게임중독으로 드러났던 우리의 사이버문화가 새로운 공동체를 형성해나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자신들의 눈으로 세상을 그리고, 역사를 만들어간다. 나아가 이제는 자신만의 독특한 기록들을 인터넷공간에 그리고 있다.
개인이 만들어내는 역사, 어쩌면 이것이 2003년 디지털세대들이 만들어낸 가장 큰 흐름일 것이다. 그리고 다가오는 새해에 개인의 역사들은 각각의 가정에 연결된 인터넷 선을 타고 모든 사람들에게로 전달될 것이다. 더 많은 개인의 목소리가 들려올 것이다. 어쩌면 1980년대 후반에 이론으로만 논의되었던 정보홍수를, 아니 어쩌면 정보해일을 경험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의 치열했던 고민들, 2003년 디지털세대와 기성세대가 함께 고민했던 문제들은 기술로서가 아닌 문화로서의 인터넷으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답을 얻어야만 하는 것들이다. 이와 더불어 우리가 준비해야할 것들은 정보해일의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의 해답을 찾는 일이 될 것이다. 수없이 들려오는 목소리들 중에서 필요한 것을 찾아내는 것, 숱한 정보를 개인의 지식으로 만들어내는 것, 이 모든 것은 기술이 아닌 문화로서의 인터넷으로 진화시키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사이버공간은 항상 변화한다. 새해에 디지털세대들은 더욱 많은 새로운 사건들과 키워드들을 만들어낼 것이다. 그리고 오프라인에서 당연시 되어왔던 문화에 대한 의문들을 제기할 것이다.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고, 혼란스러움은 더욱 가중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터넷이 생활공동체로 변모하고 있다는 사실은, 변화와 혼란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 또한 보여준다. 새로움과 익숙함을 조화시키는 방법, 이것이 우리의 인터넷 문화를 진화시킬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2003년을 보내면서 준비해야할 것이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자세,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는 시각, 그리고 무수히 많은 모래 속에서 진주를 찾아내는 노하우를.
사이버문화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