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필상 고려대 교수 | ||
한편 언론도 권력의 굴레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대통령과 긴장 관계를 유지하며 비판의 수위가 도를 넘을 정도다. 그러자 권위주의가 사라지면서 정부의 통제력이 와해되고 사회 갈등이 폭발했다.
여중생 사망사건을 놓고 반미 세력과 친미 세력이 편을 갈랐다. 정부 이라크 파병이 결정되자 반전주의자들의 저항이 거셌다. 북한 핵문제에 대해 진보파와 보수파가 힘겨루기를 시작했다. 산업 현장의 파업을 놓고 노측과 사측이 양보 없는 격돌뿐이다. 참여 정부는 구심력은 없고 원심력만 있다는 느낌이다.
나라가 방향 감각을 잃자 정작 피해를 보는 것은 국민들이다. 경제와 사회 발전을 위한 정책이 부재상태다. 동북아 중심 경제 건설,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 등 구호만 요란했지 막상 민생은 실업과 신용불량문제로 심각한 상태다.
더욱이 생활고와 빚 독촉을 못 이기는 서민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마음껏 역량을 발휘하고 꿈을 펴야 할 젊은이들을 실업의 낭떠러지로 밀어 넣고 있다.
문제는 정치권의 뒤엉킨 싸움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최도술 사건 등 측근 비리가 터지자 재신임 투표를 승부수로 던졌다. 국민의 신임을 확인하고 정국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계산이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수용의 입장을 밝혔다가 결과가 불리하게 나타날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즉시 입장을 바꿨다. 이후 수백억 규모의 한나라당 비자금 사건이 터졌다. 그러자 노 대통령은 자신이 대선에서 쓴 불법 선거자금이 한나라당의 10분의 1이 넘으면 대통령직을 걸겠다고 압박을 가했다. 그러나 곧 권력 측근에서 수십억원 규모의 불법 선거자금 비리가 터지고 대통령이 관여한 사실이 밝혀지자 야당은 대통령 책임론을 제기하며 공세의 고삐를 다시 조이고 있다.
올 4월15일에 국회의원 총선이 있다. 이번 총선은 민생은 아랑곳없이 정치권의 상대방 죽이기 격전장이 될 것이다. 더욱이 선거 결과가 어느 당도 절대적 우위를 장담할 수 없어 선거 후에도 정치 전쟁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렇다면 나라는 어떻게 될 것인가? 갈등이 폭발하고 불안이 확산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경제가 문제다. 총선이 과열 타락 선거로 치러져 정치 혼란이 계속될 경우 그나마 회생 기미를 보이는 경기는 주저앉고 만다. 나라가 불안하면 기업들의 생산과 투자 활동이 주저앉고 수출과 소비가 위축된다. 그러면 실업과 가계 부채가 악화되면서 경제가 파괴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먼저 조폭들의 수법을 능가하는 정치 비리와 부패의 실상을 국민에게 밝히고 책임 규명을 철저히 해야 한다. 관련자들에 대한 적절한 단죄는 불가피하다. 다음 정치자금 수수의 완전 공개와 영수증 제시, 지구당 폐지, 선거 비용 한도 축소, 국민 참여 상향 공천제, 1인 2표 정당 명부 비례대표제 등의 정치 개혁을 과감하게 수용해야 한다.
이렇게 하여 정치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여야 의원수와 관계없이 나라 발전에 국민의 힘과 지혜를 모으는 체제로 거듭나야 한다. 이런 구도 하에 정부는 지도력을 발휘하여 분열된 사회의 대통합을 이루어 내야 한다. 그리고 우리 경제가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에 대해 근본적인 답을 내놓고 국민들이 다시 팔을 걷어 올릴 수 있게 해야 한다.
고려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