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광훈 | ||
두 차례의 전쟁 모두 미국의 일방적인 승리로 종결되었지만 뒤처리까지 말끔하게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아프가니스탄전에서는 세계무역센터에 대한 테러 주범으로 지목된 빈 라덴을 체포하는 데 실패했고 이라크전에서는 당초의 전쟁명분이 실종되었기 때문이다. 은폐했다는 대량살상무기를 찾아내지 못했고 이라크가 테러조직을 지원했다는 증거도 발견하지 못했다.
게다가 이라크 전쟁포로에 대한 고문과 가혹행위는 미국이 그토록 자랑했던 인권사상과 도덕성에 먹칠을 했다. 미국은 일찌감치 이라크전 승리를 선언하고 얼마 전에는 전격적으로 정권을 넘겨주었지만 미군이 이라크전의 수렁에서 빠져 나오긴 쉽지 않을 것 같다. 부시대통령의 인기도 급전직하로 떨어져 바닥을 헤매고 있다.
그럼에도 전쟁 책임자인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건재하다. 들끓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국방장관 자리가 흔들린다는 얘기는 나오지 않고 있다. 우리네 생각으론 어느날 럼스펠드를 전격적으로 해임하고 그 후임에 이라크전에 대한 비판적 인물을 국방장관에 임명하면 민심도 수습하고 날개없이 추락하는 대통령의 인기도 치솟을 법한데도 개각소식은 없다.
미국의 럼스펠드 장관 얘기를 장황하게 늘어놓는 것은 무슨 일만 터졌다하면 장관부터 갈아치우는 한국적 인사에 익숙한 사람들로선 쉽게 이해가 안가기 때문이다. 수학여행 가던 학생들이 열차사고로 죽거나 다치면 교통부 장관을 갈아치우고 입시문제를 잘못 출제해서 학부모들이 들고 일어나면 교육부 장관부터 갈아치우는 것이 우리의 장관인사 스타일이 아니었던가.
그뿐 아니라 요즘엔 차기 대권주자의 경력 관리용으로 아무런 잘못이 없는 장관도 갈아치운다는 소문까지 나오는 것이 우리나라의 장관인사다. 그러다보니 국민들은 얼마 전에 물러난 통일부 장관이나 문화관광부 장관, 보건복지부장관 등이 왜 물러났는지 의아해 하고 있다.
대통령이 각부 장관에 대한 별도의 성적표를 갖고 있었는지는 몰라도 물러난 장관들이 일을 크게 그르쳤거나 다른 장관보다 무능했다는 소문도 없었기에 하는 얘기다.
물론 장관의 임면(任免)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다. 그리고 개각사유가 있으면 언제든지 개각할 수가 있다. 선거가 끝나면 흐트러진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서 개각할 수도 있고 공직사회의 기강을 일신하기 위한 개각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장관을 너무 자주 바꾸면 행정의 일관성이 흔들릴 뿐 아니라 관료조직에 대한 장악력도 떨어지게 마련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언젠가 장관임기가 적어도 2년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그런데도 참여정부에 들어와서도 장관의 수명은 늘어나지 않았다. 2년만 되어도 장수했다는 소리를 듣는 판이다. 미국처럼 장관을 너무 안 바꾸는 것도 문제지만 우리처럼 때도 없이 자주 개각을 하는 것은 더 큰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