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필상 | ||
국민들이 받는 경제적 고통을 나타내는 지수로 고통지수라는 것이 있다. 이는 실업률에 물가상승률을 더한 것으로 5이상이면 통증을 느끼기 시작한다. 지난 7월 현재 우리나라의 고통지수는 7.9로 2002년 7월의 4.9의 1.6배나 된다. 2년 사이 국민들의 경제적 고통이 그만큼 증가했다는 뜻이다. 이는 일본 5.0, 대만 4.7, 싱가포르 5.2에 비하면 월등히 높다.
실업과 물가보다 더 근본적인 고통이 있다. 바로 소득은 줄어드는데 빚은 늘어나는 고통이다. 이 고통은 치유가 어려울 때 끝내 파산으로 연결되는 경제적 사형의 고통이다. 가계 부채가 지난 6월 말 현재 4백58조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외환위기 때였던 지난 97년의 2백11조원에 비해 두 배가 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가구당 빚이 3천만원을 넘어섰다. 여기에 소득이 줄고 있어 빚 갚을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2분기 도시근로자 소득이 전분기에 비해 5.1%나 줄어들었다. 빚은 턱없이 느는데 소득은 줄어들고 있어 앞길이 막막한 것이다.
경제적 고통이 극도의 상태에 달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 경제범죄의 증가다. 경찰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사기범죄는 모두 23만2천 건으로 2002년의 18만3천 건에 비해 무려 27%나 증가했다. 배임도 4천4백 건으로 전년도 3천3백 건에 비해 30%나 늘었고 횡령도 1만9천 건에서 2만2천 건으로 14% 증가했다. 강도는 전년의 5천9백 건에서 7천3백 건으로 24%가 늘었다.
이와 같은 경제 고통과 범죄를 줄이는 유일한 길은 경기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 소득증가다. 그러나 어떻게 된 것인지 경제가 갈수록 수렁이다. 그동안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수출 증가세가 둔화될 것이라 한다. 더욱이 경제 회복의 관건인 내수경기가 깜깜하다. 소비의 척도라고 할 수 있는 소매가 작년 7월에 비해 0.7% 떨어져 무려 18개월째 감소세다.
서민들의 고통이 크고 경제가 우울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추석을 계기로 마음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경제적 고통은 생각하기에 따라 다르다. 고통에 눌려 좌절하기보다는 극복하려는 강한 의지를 가지면 고통은 기쁨이 된다. 사람이 몸이 아플 때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하면 마음이 아주 편안해진다. 이제 경제의 아픔을 우리 모두 안다. 그렇다면 다같이 위기의식을 갖고 팔을 걷어 올리면 그것이 바로 병을 치료하는 기쁨이 된다. 외환위기가 닥쳤을 때 모두가 한마음으로 금을 모으고 일자리를 찾아 그 큰 어려움을 이겨내지 않았는가. 올해 추석만큼은 어느 때보다도 풍요로울 것 같다. 가족들이 모두 모여 아픔을 기쁨으로 승화시켜 다 같이 경제를 일으키는 기쁨의 추석이 되어야 할 것 같다.
고려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