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필상 고려대 교수 | ||
이미 사들인 달러 때문에 정부는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외국환평형채권의 금리가 외환보유액의 투자이익보다 높은 만큼 손실을 보고 있는데 그 규모가 연간 2조원에 달한다. 더욱이 한국은행은 늘어난 통화량을 조절하기 위해 통화안정증권을 대거 발행하여 그 규모가 1백40조원을 넘었다. 이에 지급하는 이자가 연간 5조원에 이른다. 인위적 환율방어를 위해 실로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외환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기본적으로 인위적 환율방어정책은 지양해야 한다. 시장 흐름에 맞추어 유연하게 외환정책을 펴는 전략이 필요하다. 최근 우리나라 환율이 하락세를 보이는 것은 근본적으로 미국의 쌍둥이 적자 때문이다. 최근 미국은 무역적자 6천억달러, 재정적자 5천억달러에 육박하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경제의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손쉬운 방법으로 미국은 약달러정책을 펴고 있는 것이다. 달러가치가 떨어지면 수출이 늘어 무역적자가 개선되는 것은 물론 해외 빚이 줄어들어 재정적자가 호전된다. 이러한 대세하에서 우리 경제가 억지로 환율을 방어하는 것은 당연히 한계가 있다.
정부가 경제성장률 5% 달성에 집착하여 무모한 수출증대정책을 편 결과 경제는 내수가 침체하여 고용없는 성장과 경제와 사회의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따라서 투자여건조성과 일자리 창출을 통한 성장 동력 회복과 내수 활성화로 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 또한 중요한 것은 외환보유액의 효과적인 운용이다. 보유외화를 시장에 충격이 없도록 단계적으로 유로화나 엔화 등으로 다변화하고 효과적인 투자전략을 펴야 한다. 최근 외환보유액을 적극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한국투자공사(KIC) 설립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외환보유는 경제운영을 안정적으로 하기 위한 통화관리의 한 축이다. 투자수익을 위해서 외환을 보유하고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특히 외화보유액의 불필요한 증가로 공공부문이 확대되는 것은 시장경제원리에 어긋나는 일이기도 하다. 더구나 국제화시대에 관치경제의 새 주체를 만드는 불합리한 일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차원에서 KIC의 설립은 통화관리의 본질을 왜곡하거나 안정성을 해칠 수도 있다. 따라서 이를 위한 보완책이 필요하다. 현 단계에서 실로 필요한 과제는 외환관리의 전문성과 중립성을 대폭 강화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