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필상 고려대 교수 | ||
정부가 발표한 자영업자 대책의 골자는 무분별한 창업을 막기 위해 자격증제도를 도입하고 기존의 자영업자들은 컨설팅 과정을 거쳐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전국의 자영업자는 2백40만명에 달한다. 여기에 종사자만 8백만명이 넘는다. 전체 근로자의 30% 수준이다. 그러나 자영업자들의 경영은 부실투성이다. 자영업자들 중 월세나 관리비도 내지 못하는 곳이 1/4이 넘는다. 이익을 내는 업자는 8%에 불과하다. 이대로 방치할 경우 문제의 심각성은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가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것이 바로 이번 자영업자 대책이다.
그러나 정부대책은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원인은 그대로 둔 채 억지로 문제를 덮자는 방식이다. 자영업자들이 많은 이유는 외환위기 이후 무더기로 쏟아져 나온 실업자들 때문이다. 이 사람들이 먹고 살 수가 없어 음식점, 제과점, 세탁소, 미용실 등 갖가지 자영업을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경기가 장기불황에 빠진 상태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창업을 하자 경쟁이 심하고 장사가 잘 안된다. 더욱이 이들은 빚을 얻거나 퇴직금을 쏟아 부어 가게를 열었는데 그 돈을 회수할 길이 막막하다. 이런 상태에서 정부가 내놓은 정책이 고작 창업을 집어치우라는 것이다. 하려면 자격증이 있어야 하고 또 컨설팅을 받아야 한다고 한다. 그러면 어떻게 먹고 살라는 것인가? 일부 자영업자나 대형점포 살리려고 나머지 다 죽이겠다는 것인가? 이것은 자영업자 문제를 해결하는 정부정책이 아니라 자영업자를 두 번 죽이는 정부횡포다. 따라서 자영업자들의 분노가 터져 나온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자영업자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나? 답은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다. 즉 실업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근원적 대책을 내놓으면 자영업자들은 자연히 감소한다. 버젓한 직장이 있다면 적자투성이의 자영업을 하겠다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결국 일자리 만들기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 이를 위해 우선 정부는 경제에 대한 현실인식을 올바르게 가져야 한다. 현재 우리경제는 고용불안 현상이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다. 고용률이 60% 수준이다. 일할 수 있는 근로자 중 40%는 실업상태라는 뜻이다. 일을 하고 있는 근로자도 50% 이상이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비정규직이다. 이 가운데 상위10%계층의 소득이 하위 10% 계층 소득의 18배나 된다. 10가구 가운데 3가구는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더욱 문제는 이들에게 일자리를 주어야 할 중소기업이 빈사상태다. 몇몇 대기업이 경제를 이끌며 고용 없는 성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정부는 경제에 대한 정확한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일자리 만들기 사회협약에 나서야 한다. 정부부터 규제개혁과 세금감면을 통한 투자 여건조성, 사회적 일자리 창출 등 정부의 몫을 실행에 옮겨야 한다. 그리고 노조에게는 무분규선언, 과도한 임금인상억제를, 기업에게는 투명경영, 무모한 구조조정중단, 투자활성화 등을 요구하여 경제주체가 다 같이 자기희생을 전제로 일자리를 만드는 협약을 맺게 해야 한다. 이렇게 하여 일자리 만들기→실업과 민생불안해소→내수회복과 기업투자활성화의 경제 선순환을 구축해야 한다. 이러한 근본적 대책이 없이는 실업자들과 자영업자들은 점점 좌절과 포기상태로 빠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