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광훈 언론인 | ||
참으로 살기가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1인당 국민소득이 겨우 1천달러에서 턱걸이를 하고 있었고 연간 수출 1백억달러, 1인당 국민소득 1천달러는 정권의 명운을 걸다시피한 국가목표였다. 그런 시절, 우리 젊은이들은 서독의 광부로, 간호사로 중동의 건설기술자로 나가 외화를 벌어 들였다. 그러나 지금은 옛날 우리가 외국으로 돈 벌러 나갔던 것처럼 이제는 동남아 등지의 외국인들이 돈을 벌기 위해 한국을 찾는 시대가 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제력이 그만큼 커진데다 웬만한 젊은이들은 위험하고 더럽고 힘든 이른바 3D 업종을 기피하기 때문이다.
한 세대 전만 해도 돈 벌기 위해 외국으로 나가야 했던 그 대한민국이 이젠 외국인들이 돈 벌기 위해 찾는 세계 11번째 경제대국이 되었다. 국내총생산(GDP) 규모로 따지면 스위스나 스웨덴, 호주, 덴마크보다 앞서있다. 지난 1998년엔 세계 15위까지 추락한 적도 있었지만 외환위기를 극복하면서 다시 11위로 올라섰다. 10위의 국내총생산 규모, 11위의 상품 교역규모, 14위의 서비스 교역량을 종합한 순위가 11위라는 것이다. 앞으로 잘만하면 2015년쯤에는 10위로 올라서 경제대국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갈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경제의 규모가 커졌다고 해서 경제의 질이나 삶의 질까지 좋아진 것은 아니다. 지난해 1인당 국내 총생산액은 1만4천1백달러로 좀 잘산다는 G7(서방선진 7개국)의 40%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전반적인 삶의 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30개국 중 최하위인 26위에 머물러 있다. 1인당 의료비는 미국의 5분의 1이고 자동차 한 대당 교통사고 사망률은 미국의 3배 이상이라는 것이다. 양성평등, 교육, 국민건강, 환경, 일자리 기회 등 거의 모든 삶의 질 지표가 경제대국을 내세우기 부끄러울 정도다.
우리경제가 세계 10위권 안으로 진입하느냐 아니면 주변국가로 전락하느냐는 향후 10년 동안 우리의 경제주체들이 경쟁력과 생산성을 얼마나 높이느냐에 달려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정부도, 기업도, 국민도 잘해야 우리가 10대 경제대국에 진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야 10년 뒤에는 1인당 국민소득 3만5천달러의 선진국 대열에 진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주체들의 상당수는 땀흘려 일하기보다는 이미 우리가 선진국에 진입한 것처럼 먹고 마시고 즐기고 있다. 눈물로 가족을 떠나보내던 국제공항에는 오늘도 동남아 등지로 떠나는 골프 백들이 줄지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요즘은 전 국민이 땀흘려 일하고 돈 벌겠다며 외국으로 떠나던 70년대 그 김포공항 송영대 시절의 근면정신이 새삼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