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필상 고려대 교수 | ||
이 가운데 미국이 최근 연방기금 금리를 3%에서 3.25%로 올렸다. 이에 따라 우리 나라와 미국의 기준금리가 같아졌다. 문제는 향후 미국금리가 더 높아질 경우 갈 곳이 없던 돈이 대거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경제가 결정타를 맞을 수 있다. 따라서 우리 경제도 금리를 높여 국내시장을 보호하고 자금흐름을 정상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에 대해 정부는 펄쩍 뛰고 있다. 경제부총리가 나서 “금리인상은 절대 없다”고 선언까지 했다. 주요 이유는 경기회복의 지연이다. 정부는 경제가 아직 어렵지만 완만한 회복세로 돌아섰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태에서 금리를 올리면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게 된다는 것이다. 이 경우 물론 경영난을 겪고 있는 기업들의 부도위험을 높이고 실업자와 빚이 많은 서민들의 고통을 가중시킨다.
이런 주장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 경제는 금리가 아무리 낮아도 투자가 안되는 일종의 유동성 함정에 빠져 있다. 따라서 저금리로 경기를 회복시킨다는 것은 무리한 주장이다. 국제경제흐름에 맞서 우리 경제만 금리를 묶어두면 부동산 투기와 자본유출의 파도에 휩쓸려 더 큰 화를 입을 수 있다. 그렇다면 부동자금이 산업자금으로 흐르게 한 후 금리를 정상화시키는 것이 해법이다. 이런 견지에서 정부는 먼저 기업투자여건 개선, 신산업 개발, 중소기업육성, 노사관계 안정화, 일자리 창출 등 경제의 새로운 동력을 창출하는 획기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다음 시장논리에 맞추어 금리를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
현재 정부와 한국은행의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최하수준이다. 저금리로 돈을 푸는 데 급급하여 경제를 살리는 대신 투기를 살리는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사실상 금리인상은 실기를 했다. 지난 연말 부동산 투기의 본격화 조짐이 보일 때 미국의 금리인상 정책과 맥을 같이하여 우리 경제도 금리 인상을 추진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다. 그러나 정부와 한국은행은 경기활성화를 위해 저금리가 필수적이라는 주장을 펴며 동결을 고집했다. 이후 경기는 계속 침체하고 부동산 가격만 폭등하는 상황이 나타났다. 이제부터라도 정부와 한국은행은 경제현실을 직시하고 올바른 금리정책을 펴는 정공법을 택해야 한다. 돈은 경제의 혈액이다. 돈의 흐름을 결정하는 금리를 꽁꽁 묶어 놓으면 경제는 심장의 기능마비현상을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