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필상 고려대 교수 | ||
최근 기업투자는 뒷걸음질을 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한때 35%가 넘던 설비투자 증가율이 지난 2분기에 고작 2.8%다. 기업들이 보유한 현금이 70조원이나 되는데 기업들은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자사주매입을 서두르고 있을 뿐이다. 올 상반기 상장사들이 증시를 통해 조달한 유상증자는 1조2천억원인 반면 자사주 매입은 3조5천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제조업 공동화 현상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올해 들어 공장경매 건수가 1천5백건이 넘는다. 작년의 두 배 이상이다. 반면에 창업공장 승인건수는 연간 6백건 정도로 예년의 절반 이하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주변 경쟁국가들은 나는데 우리경제는 기는 것이다. 우리경제는 성장률 3%에서 허덕거리는데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태국 등은 최저 5%에서 최고 10%의 급성장을 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우리경제는 전의를 상실하고 다른 나라 경제의 희생물이 될 수 있다.
이번 증시활황은 부동자금이 몰려들어 나타나는 금융강세의 성격이 강하다. 현재 시중에는 4백20조원의 부동자금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떠돌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투기억제책이 나오자 이 돈이 부동산에서 증권으로 방향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로 우려되는 것은 이번 증시활황에 외국인 자금이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주가는 다른 나라에 비해 저평가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태에서 기업경영이 투명해지고 국가신용등급이 올라가니까 외국자본으로서는 돈을 벌 수 있는 호기를 만났다. 이에 외국자본이 대거 매수세로 돌아서면서 주가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지난 2003년 5월부터 2년여 동안 외국인들은 28조원어치의 한국주식을 순매수했다. 외국자본이 대규모 이익을 챙겨 빠져나가면 증권시장은 다시 거품 속에 꺼지고 모든 손실은 국민이 떠안는다. 최근에 소버린이 SK 주식을 팔고 9천억원의 폭리를 취하고 빠져나간 사실이 우리를 섬뜩하게 한다.
그렇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이번 주가상승을 외국자본의 투기수단으로 방치해서는 안된다. 증권시장의 상승세를 적극 활용하여 기업투자의 원동력으로 삼는 것이 시급하다. 이런 견지에서 규제완화, 노사안정, 신산업육성 등 기업환경을 개선하는 정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또한 기업인들이 개척자적인 기업가 정신을 다시 살려 과감하게 투자에 뛰어드는 인식전환을 해야 한다. 그리하여 국내외자본이 모두 산업투자로 흐르는 경제흐름의 대변혁을 일으켜야 한다. 이번 주가상승을 증권시장과 실물경제가 상생의 도약을 하는 기회로 만들어 다시금 분연히 일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