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중정상회담 직후 대남사업 관련 책임일군들에게 관련 지시사항 하달
지난 2016년 4월 집단 탈북한 북한 식당 종업원들. 사진=통일부
필자가 최근 북한 내부관계자를 통해 입수한 문건은 북한 국무위원회 김정은 위원장이 2018년 5월 O일 대남사업 관련 중앙당 책임일꾼들에게 내린 지시 관련 문서다. 대남사업 관련 중앙당 책임일꾼이라 함은 통전부나 국가안전보위부의 대남담당 최고 간부들을 의미한다. 이 중에는 김영철도 속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 지시의 시점은 5월 8일 중국 다롄에서 있었던 김정은 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두 번째 정상회담 직후다. 그 구체적인 시기는 정보원 보호를 위해 비공개한다.
김 위원장은 크게 두 가지를 강조했다. 첫 번째는 바로 ‘탈북 식당 종업원들의 송환’ 문제다. 이는 최근까지 국정원 공작설이 제기되고 있는 2016년 4월 중국의 ‘류경식당’ 집단 탈북 식당 종업원 사건을 지칭한다.
이 지시문에서 김 위원장은 “본인들의 의사와는 아무런 상관없이 남조선 국가정보원의 모략에 의하여 남조선으로 끌려간 자들을 데려오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라고 분명히 명시했다.
북한은 실제 이 지시가 나온 시점 이후 이 문제를 공개 거론하고 있다. 북한은 가장 최근인 5월 30일,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여종업원들을 송환하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성의를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북남 사이에 민족 화해와 평화의 기류가 흐르고 있는 지금, 피해자 가족들을 비롯한 우리 인민들은 기대를 안고 사랑하는 딸자식들이 돌아오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이들의 송환을 거듭 촉구했다.
그러면서 통신은 “송환을 거부한다면 판문점선언 이행에 역행하는 엄중한 범죄 행위가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기까지 했다. 두 번째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다시금 관계 회복을 꾀하고자 한 뒤 불과 며칠 만의 일이다.
북한은 이에 앞서 지난 5월 19일에도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북한 적십자회 중앙위원회 대변인과의 문답을 통해 모호한 태도를 취한 우리 정부를 비판하며 여종업원 송환 문제를 공개 거론한 바 있다.
또한 지시문에 “우리 공화국에 앙심을 품은 변절자들에 대한 대책을 시급히 세우고 국경에 대한 봉쇄를 강화하고 그자들에 대한 사상교양사업을 강화하여야 합니다”라며 “지난 조국해방전쟁 시기에도 월남 도주한 자들이 가장 악질적으로 우리 공화국의 남조선 해방을 방해했으며 피를 물고 더러운 잔명이 끊어지는 순간까지도 달려들었다고 합니다”라고 직설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지시문을 통해 “지금도 역시 우리 공화국과 인민을 배반한 변절자들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국제무대에서 우리 공화국을 비방 중상하고 날조된 거짓으로 자기의 더러운 목숨을 유지하기 위해 밥벌이,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라며 “놈들은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를 모독하고 있으며 애국적인 남조선 인민들과 당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미친개들같이 삐라를 보내고 썩고 병든 자본주의 선전물들을 들여보내고 있으며 국제무대에서 우리 민족을 망신시키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북한은 지난 4월 27일 1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5월 16일 예정된 고위급 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하며 태영호 전 공사의 폭로와 탈북단체들의 전단지 살포 문제를 거론한 바 있다. 특히 북한은 당시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태영호 전 공사를 두고 “천하의 인간쓰레기들까지 국회 마당에 내세워 우리의 최고 존엄과 체제를 헐뜯고 판문점선언을 비방 중상하는 놀음도 버젓이 감행하게 방치해 놓고 있다”고 우리 정부의 태도를 대놓고 비판한 바 있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가 1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북정상회담과 남북관계 전망’ 북한전문가 초청강연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위원장은 말미에 “해당 부분들에서는 문제의 심각성을 생각하여야 하며 필요한 대책을 철저히 세워야 하겠습니다”라며 “그리고 남조선당국과도 평화마당에서 이런 불미스러운 행위를 한 데 대하여 책임질 것을 강조하여야 하며 유엔을 비롯한 국제무대에서도 반역자들이 활개치지 못하도록 대책을 세우고 우리를 동조하는 월남자들을 데려오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여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김 위원장이 앞서 식당종업원, 태영호 전 공사, 전단지 살포 탈북단체 등 탈북자 문제에 대해 남한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지속적으로 문제를 거론할 것임을 확인하는 내용으로 추정된다. 해당 문건을 전한 소식통은 “이 지시 이후 통전부나 국가안전보위부 등에서 관련 대책 안들의 후속절차들이 급진적으로 진행된 것이 바로 12명 여종업원 북송 및 태영호 전 공사 거론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진단했다.
최근까지 북한 당국이 평화 공세와는 별개로 이러한 문제를 지속적으로 거론하는 데에는 이 같은 김 위원장의 직접적인 지시가 결정적이었음을 방증한다.
한편 특별히 주목할 점은 북한이 이러한 문제를 두고 우리 정부에 책임을 강조하겠다는 부분이다. 북한은 앞으로도 이 문제를 협상 테이블에 적절하게 올리며 국제적 여론 압박을 통해 우리와의 협상에 이용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 특히 오는 8·15 시점으로 거론되고 있는 이산가족상봉 행사 재개에 여종업원 송환 요구 등을 집요하게 걸고 넘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김 위원장은 지시문에서 여종업원 문제를 두고 구체적인 해법을 표하진 않았다. 북한은 현재 자극적인 대남 비방을 삼간 채 송환만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북한이 현재 우리사회에서 제기되고 있는 국정원의 여종업원 탈북 공작설에 대한 정확한 증거나 확신이 없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앞으로 지속적으로 살펴볼 부분이다.
이윤걸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대표
정리=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