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친구인 신임총재 입김 아니냐” 주장 제기…자총 관계자 “정치적 중립성 확보하는 과정”
5월 24일 검찰은 ‘JTBC’ 손석희 보도담당 사장 등을 비방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명예훼손 혐의로 인터넷 매체 ‘미디어워치’ 변희재 대표고문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영장을 발부, 변 고문은 5월 30일 구속됐다. 변 고문은 지난해 11월 펴낸 책 ‘손석희의 저주’와 ‘미디어워치’ 기사로 “JTBC가 청와대 행정관과 공모해 태블릿 PC를 조작했다”고 주장해 왔다.
윤서인 작가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연재 중단을 통보받던 날 남긴 글
같은 날 자총은 윤서인 작가(44)의 만화 ‘자유 1+1’ 연재를 중단했다. ‘자유 1+1’은 일상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윤 작가 특유의 자유주의 및 표리부동 비판의 시각으로 뽑아낸 만화다. 윤 작가는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아침부터 마음이 좋지 않네요”라는 글을 짤막하게 올렸다. 윤 작가에 따르면 자총은 홈페이지 개편을 이유로 연재 중단을 통보했다. 자총 홈페이지에는 윤 작가의 만화를 보려 많은 사람이 몰린 바 있었다.
이를 두고 “문재인 친구인 신임 총재의 입김 아니냐”는 의견과 “문재인 정권 눈치보기”라는 주장이 속속 제기됐다. 윤서인 작가의 만화가 문재인 정부를 표적 삼는 일이 많았던 까닭이었다. 또한 4월 19일 자총 총재로 취임한 박종환 전 경찰종합학교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경희대 72학번 동기이자 절친한 사이로 알려져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지난 대선에 앞서 박 총재는 문 대통령의 공식 블로그에 ‘내가 아는 40여 년간의 문재인 변호사, 그는 한결같이 신뢰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다’라는 지지 글을 올린 바 있었다.
게다가 행정안전부가 자총에 “박종환 총재를 단일 후보로 추대하라”는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문제는 더 크게 번졌다. 이세창 전 총재 권한대행은 4월 5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행정안전부가 ‘총재를 단일 후보로 하라. 후보 모집을 외부에 공고하지 말라’는 등 직접적으로 총재 추대 절차에 개입했다”며 “새로운 정부의 또 다른 비선실세가 불공정한 방식과 절차로 자총을 장악하려는 시도를 보니 개탄을 금할 길이 없다”고 말한 뒤 총재 권한대행직에서 물러났다.
자총 관계자는 상부의 입김은 없었다고 일렀다. 익명의 자총 관계자는 “윤서인 작가 연재를 중단한 건 별도로 특별 지시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며 “윤 작가는 김경재 전 총재 쪽 사람이 영입했다. 그 사람은 최근 법인카드 사용 등의 문제로 얼마 전 자총을 떠났다. 조용한 선에서 마무리했지만 그 사람을 정리하면서 윤 작가도 자연스런 수순을 밟았다”고 밝혔다.
윤서인 작가는 홈페이지 개편이나 영입자의 비위는 연재 중단은 표면적일 뿐이라고 받아들였다. 윤 작가는 15일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나를 영입한 사람의 잘못된 부분과 나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자총에서는 연재 중단 이유를 홈페이지 개편 때문이라고 했는데 그건 핑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총 관계자는 윤서인 작가의 의견을 일부 인정했다. 자총 관계자는 “윤 작가의 만화는 제법 인기가 좋았다. 홈페이지 접속자 폭증에도 상당히 기여했다”면서도 “눈치보기가 없었다곤 할 수 없다. 다만 내부에서는 총재가 바뀌면 당연히 윤 작가의 연재가 끝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또한 최근 윤 작가가 고소를 당하는 등 구설수에도 휘말려 명분을 줬다고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윤서인 작가는 일련의 사태에 “연재처를 잃어서 서운한 게 아니다.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무언가를 중단해야 하는 암울한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걸 모두가 알았으면 하는 마음일 뿐”이라고 말했다.
자총은 최근 정치색을 빼는 데 집중하고 있다. 애초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발전시키는 단체를 표방했지만 최근 세간에서 정치적으로 편향됐다고 인식됐던 까닭이다. 자총 관계자는 “윤서인 작가 연재 중단 사건도 그렇고 총재 선임도 그렇고 자총 내부는 약간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일부 우파에게는 배신자 취급을 당하고 좌파에게는 적폐라고 불리는 상황”이라며 “자총의 기본은 국가에 도움이 되고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활동이라면 어떤 것이든 나서자는 주의다. 자총의 그간의 활동이 정치적이지 않았다고 할 순 없지만 향후에는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려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극기 집회에 연루됐을 때 자총 내부에서는 피로도를 호소하는 사람도 많았고 반발도 상당했다고 알려졌다.
이렇다 보니 일부 단체에서는 자총의 방향에 대해 지속적인 민원을 제기하고 나섰다. 최근 “태극기 집회 세력과 의도적으로 선 긋기 하는 것 아니냐”는 항의 전화를 자주 받는다고 전해졌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
’광우병‘ 보도로 긴급체포된 김보슬 PD가 말하는 ’변희재 구속의 이유‘ 최순실의 ‘태블릿 PC’를 JTBC가 조작했다는 주장을 제기해온 ’미디어워치‘ 변희재 대표고문은 윤서인 작가가 자유총연맹에게 연재 중단 통보를 받았던 5월 30일 구속됐다. 언론인을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잡아들였던 사례는 흔치 않다. 변희재 고문의 구속은 2008년 광우병 파동 때 긴급 체포됐던 ’PD수첩‘의 김보슬 프로듀서를 떠올리게 한다. 2008년 4월 29일 MBC의 시사고발 프로그램 ’PD수첩‘은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를 보도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촛불 집회가 열렸고 이명박 정부는 취임 초 큰 난관에 마주쳤다. 경찰은 2009년 4월 15일 결혼을 4일 앞둔 김보슬 프로듀서를 명예훼손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48시간 조사 뒤 귀가조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권이 바뀌고 잡아가는 사람의 성향만 바뀌었다. 자기주장이 강하다고 해서 언론인이나 콘텐츠 제작자를 잡아들이는 건 옳지 않다”고 정부 비판에 나섰다. 이에 김보슬 프로듀서는 15일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변희재 고문의 구속과 자신의 긴급체포는 달리 바라봐야 한다”고 선을 그어 말했다. 그는 “이 문제는 표현의 자유를 어디까지 인정해 주느냐와 무엇을 의도하고 그런 발언을 했느냐를 따져봐야 한다”며 “PD수첩 문제랑 변희재 고문과의 문제는 좀 다르다. ’PD수첩‘이 합리적인 의심을 기반으로 취재를 한 뒤 보도를 했다면 변 고문의 행보는 매우 정치적이었다고 본다”고 전했다. 이어 “명예훼손 자체로 구속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피해자에게 위해를 끼칠 수 있는 행동을 했다는 게 좀 컸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실제 서울중앙지법 이언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영장실질심사 뒤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범행 뒤 여러 정황에 비추어 볼 때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피해자 위해 가능성 등을 종합해 구속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변희재 고문은 서울시청 인근에서 시위를 주최하다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위치한 손석희 JTBC 사장의 집 앞까지 시위를 이어가며 물의를 빚은 바 있었다. [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