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불해도 아이템 사용 가능 ‘꿀팁’ 인기...애플 허술한 환불 정책에 이용자·업체 등 피해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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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신문]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등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하루 평균 스마트폰 사용시간은 두 시간 내외다.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업무, 대화, 게임을 하며 새로운 인간관계까지 만들어간다. 일부 어플리케이션(앱) 이용에는 일정 비용도 기꺼이 지불한다. 하지만 결제 과정에서 환불 꼼수 논란이 불거지면서 일반 이용자와 업체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특히, 앱등이(애플과 곱등이의 합성어)로 불리는 호갱 취급 논란에 이어 환불 꼼수 논란까지 이용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훤칠한 키에 이국적 이목구비를 가진 20대 직장인 이 아무개 씨는 데이팅 앱 ‘애용자’다. 휴대폰에 설치된 데이팅 앱이 한두 개가 아니다. 앱 상에서의 만남이 실제까지 이어진 경험도 많다.
그는 애용자답게 앱 내 유료 아이템 사용에도 거침이 없다. 마음에 드는 이성이 있으면 곧바로 호감을 표시하고 대화를 신청한다. 이처럼 이 씨가 유료 아이템을 주저없이 사용할 수 있는 이유는 결제 과정에서 일종의 ‘꼼수’를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제 꼼수는 애플사의 모바일 기기 이용자들만 이용이 가능하다.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①iOS 운영체제에서 앱을 다운로드 받고 유료 아이템을 결제한다. ②‘우발적인 구입’을 주장하며 애플사 측에 환불을 요청한다. 환불 이유는 ‘조작 실수, 조카의 장난’과 같은 그럴듯한 내용으로 둘러댄다. 이 같은 과정을 거치면 결제 금액은 환불이 되지만 앱 내에서 받은 아이템은 다시 빠져나가지 않는다. 사실상 공짜로 풍부한 아이템 이용이 가능한 것이다.
이 씨는 꼼수 과정에서의 ‘꿀팁’도 전했다. 그는 애플사로부터 꼼수가 발각될 수도 있기에 매번 다른 앱으로 월 1회만 꼼수를 쓴다. 또한 앱마다 아이템을 덤으로 얹어주는 이벤트 기간 등을 활용한다. 아이템 충전 1회에 최대한 많은 양을 채우기 위해서다. 그의 스마트폰에 다양한 종류의 데이팅 앱이 설치돼 있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매달 유사한 여러 가지 앱에 돌려가며 큰 금액의 유료 아이템을 결제하고 환불받은 그는 사실상 무제한으로 모바일 소개팅을 즐기고 있었다. 이 씨가 데이팅 앱으로 비교적 다수의 여성과 만남을 가질 수 있었던 데에는 그의 수려한 외모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 같은 사실을 몰랐던 이들에게선 대부분 “허탈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처럼 돈은 돌려받고 아이템은 그대로 남는 꼼수는 데이팅 앱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 수년전부터 모바일 게임 유저들 사이에선 암암리에 이뤄지던 일이었다. 지난 2016년 말에는 한 모바일 게임이 환불 논란으로 홍역을 앓은 바 있다. 아이폰 사용자들이 대거 환불 꼼수를 이용하며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들의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1년이 훌쩍 넘는 시간이 지났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환불 심사 기준이 다소 높아진 것 같다는 일부 후문만이 흘러나올 뿐 “법적 대응 하겠다”던 대표의 공언도 이후로는 소식이 없다.
그렇다면 환불 논란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는 걸까. 앱 개발 전문업체 관계자는 “소비자가 애플의 아이튠즈를 통해 환불을 하면 앱 운영사에서는 이를 실시간으로 인식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라면서 “사용자 계정으로 앱스토어에 들어가면 판매기록과 같은 정보들이 나오지만 좀 빈약하다. 사실상 앱을 운영하는 회사 측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환불 관련 이슈가 있다고 해서 애플 쪽에는 앱을 판매하지 않을 수도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iOS 운영 체제에서 진행되는 ‘인앱 결제’는 결제와 환불 권한이 절대적으로 애플에 있다. 데이팅 앱을 개발·운영하는 스타트업 관계자는 “그런 부분에서 업체가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다. 환불 신청을 한 이용자에 대한 정보를 전혀 제공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아이튠즈의 운영 정책이 그렇다고 하더라”면서 “앱 내에서 환불을 신청하면 개발 업체를 거치기 때문에 먼저 아이템을 회수하고 환불이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정당한 방법을 이용해 앱을 이용하고 있는 사용자들에 대해서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하지만 우리로서도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 우리도 피해를 받고 있는 부분이다. 그래도 앱스토어 측(애플)에 강력히 요구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게임 업계에서는 더욱 민감하게 반응했다.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사업자와 게임사업자 간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문제라고 본다”면서 “이슈가 된 이후 현재는 애플 측에서 환불이 이뤄진 건을 한 달에 한 번 게임사에 알려주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 사이 소진된 아이템 회수는 어려워 피해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페이스북도 진출 선언, 국내 시장규모 1000억 원’…나날이 커가는 데이팅 앱 시장 글로벌 앱 분석업체 앱애니에 따르면 데이팅 앱은 IOS 수익 순위 상위권을 점령하고 있다. 사진=앱애니 홈페이지 캡처 시장이 성장하며 더 많은 이용자들을 유혹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의 데이팅 앱이 개발되고 있다. 얼굴 사진으로 심사를 거쳐 활동을 가능하게 한다거나, 영상 통화를 주선하고, 명문대 출신이라는 가입 문턱을 만들기도 한다. 앞서 열거된 데이팅 앱은 국내 iOS 상위 앱 차트 수익 부문에서 모두 100위권 이내에 위치해 있다(6월 26일 기준, 글로벌 앱 분석업체 앱애니 자료 참고). 하지만 차별화가 진행되고 있는 데이팅 앱 시장에서 달라지지 않는 부분이 있다. 수익 창출을 위한 ‘과금 시스템’이다. 데이팅 앱은 상대방의 프로필 확인, 호감 표시, 대화방 개설 등에 비용을 지불하게 만든다. 국내 개발 앱의 경우 대부분이 ‘리본, 캔디, 젬’ 등의 명칭으로 불리는 캐쉬 아이템을 구매해야 한다. 이 아이템을 충전 해놓고 대화방 개설 등에 아이템이 소진되는 시스템이다. 아이템을 오직 구매로만 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부 앱에서는 신규 가입자로부터 추천을 받거나 이벤트 등에 참여하면 소량의 아이템이 주어지기도 한다. [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