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덩어리 11번가 내보내고 ICT 협업 강화하지만…
서울시 중구 을지로 SK텔레콤 본사 전경. 박정훈 기자
SK플래닛은 SK텔레콤이 98.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SK텔레콤의 자회사로 11번가와 포인트 서비스 ‘OK캐쉬백’, 모바일 전자지갑 서비스 ‘시럽 월렛’ 등의 사업을 운영해 왔다. SK텔레콤은 2011년 10월 플랫폼 사업을 전담하는 SK플래닛을 자본금 300억으로 출범했다. 출범 전후 SK플래닛은 SK텔레콤의 미래성장동력으로 평가받았다. 2011년 1월 당시 하성민 SK텔레콤 총괄사장이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올해는 플랫폼 사업 본격화 원년”이라고 밝히는 등 플랫폼 사업에 대한 의지를 보인 것도 SK플래닛이 기대를 모은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출범 이후 SK플래닛은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2016년에는 11번가를 운영하던 자회사 ‘커머스플래닛’을 흡수합병하고 커머스사업에 집중, 공격적인 투자를 했으나 적자를 면치 못했다. 2016년 3650억 원 규모의 영업적자를 냈으며, 지난해에도 2400억 원가량의 영업적자를 냈다. SK플래닛의 적자는 SK텔레콤의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 아이러니하게도 SK플래닛의 주력사업인 11번가가 적자의 가장 큰 원인이 됐다. 2015년 58억 원이던 SK플래닛의 영업적자는 11번가 흡수합병 이후 급격히 불어났다. 이커머스업계의 치열한 경쟁 탓에 투자는 적극적인 반면 돌아오는 수익은 적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1번가를 내보낸 SK플래닛의 앞날에 대해선 우려가 제기된다. 비록 적자의 원인이지만 주력 사업 부문이기 때문이다. 11번가를 제외한 OK캐쉬백, 시럽 월렛 등 SK플래닛의 다른 사업부문의 존재감은 그다지 크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SK플래닛은 2016년 1월 LBS(위치기반서비스) 사업조직이 분할, SK텔레콤과 합병되며 ‘T맵’ 사업부문을 SK텔레콤에 다시 넘겨준 바 있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11번가가 SK플래닛에서 가장 덩치가 컸던 만큼 이번에 11번가가 빠져나가면 남아 있는 것이 거의 없는 셈”이라고 전했다. IT업계 다른 관계자는 “SK플래닛이 출범 당시 포부와 달리 이렇다 할 사업을 내놓지 못했다”며 “최근 SK플래닛 내에서 여러 신사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K플래닛은 분할보다 합병에 기대를 걸고 있다. SK플래닛이 흡수합병하는 SK테크엑스는 정보통신사업 및 소프트웨어 개발·공급하는 회사로 SK텔레콤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016년 3월 SK플래닛에서 분리됐다가 이번에 다시 흡수합병된다. 회사 합병 결정 공시에 따르면 SK테크엑스의 최근 사업연도 당기순이익은 268억 원이다. SK플래닛 관계자는 “앞으로 OK캐쉬백과 시럽 월렛은 물론, SK테크엑스가 해오던 사업들도 함께 운영할 것”이라며 “OK캐쉬백과 시럽 월렛이 축적한 고객 데이터에 SK테크엑스의 기술역량을 더해 SK ICT 패밀리 간 협업을 강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
집 떠나는 11번가 오히려 도약 기회 SK플래닛에서 분할되는 11번가는 오히려 도약의 기회를 얻었다고 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 나아가 11번가의 분할이 SK텔레콤의 기업 가치에도 긍정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장민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높은 성장성을 가진 사업을 저평가된 상태로 매각하는 대신 투자 유치 후 고성장 사업의 지속을 결정했다”며 “분할 후 11번가의 시장가치를 제대로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SK텔레콤 기업가치에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SK텔레콤은 11번가를 분할하면서 국민연금, 새마을금고 등으로부터 5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투자자들에게 5년 내 상장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11번가는 “확보한 재원을 바탕으로 온·오프라인 기반의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통해 최고의 고객경험을 제공할 것”이라며 “서비스와 상품 혁신으로 1등 커머스 플랫폼으로 성장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온라인커머스업계 한 관계자는 ”11번가는 이미 국내에서 이베이와 겨뤄왔다“며 ”이번 투자 유치가 신세계나 롯데처럼 업계 판도를 흔들 정도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앞서 롯데그룹과 신세계 그룹은 각각 3조 원, 1조 원 규모의 투자를 통해 온라인 사업을 강화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