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배송·음성쇼핑…매장에 엔터테인먼트 요소 가미 등 여유 늘어난 고객 발길 잡기
최근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등으로 유통업계의 영업형태가 크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사진은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내부 모습. 연합뉴스
7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주 52시간 근무제’가 오히려 유통업계의 신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유통업계는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생산성 저하와 추가 인력채용에 따른 경영난을 우려했다. 하지만 도소매·서비스업으로 분류되는 유통업체들은 주 52시간 특례업종에서 제외되면서 법적용까지 1년의 유예기간을 받았다.
먼저 유통업체들은 일부 스타트업이 선보였던 ‘새벽배송’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주문받은 신선식품 등을 다음 날 아침 배송해주는 것이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4일부터 CJ대한통운과 제휴해 일명 ‘새벽식탁’ 배송 서비스를 백화점업계 최초로 도입했다. 오후 4시 이전까지 식품전문 온라인몰인 ‘e 슈퍼마켓’에서 주문받은 상품을 다음날 아침 7시까지 배달한다.
이마트몰, GS리테일, BGF리테일 등은 이미 새벽배송 시장경쟁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7월부터 해당 서비스를 운용해온 GS리테일 관계자는 “최근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과 함께 워라밸 문화가 중요시되면서 특정 시간대에 제품 배송을 요구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며 “식품의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는 만큼 새벽배송 이용률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객들의 늘어난 여유 시간을 붙잡기 위해 재미와 유희 등 부가적인 가치창출에 나서는 유통업체들의 매장 형태의 다변화 노력도 엿보인다. 이마트는 지난 6월 28일 기존 유통매장의 형식을 깨고 일명 B급 감성 만물잡화점인 ‘삐에로 쑈핑’을 오픈했다. 4만여 가지 다양한 상품을 빈틈없이 진열·판매해 소비자들에게 즐거움과 이색 경험을 선사한다.
신세계 프라퍼티는 지난해 5월 코엑스 쇼핑몰 한가운데에 ‘별마당 도서관’을 설립해 소비자들에게 독서와 휴식의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이곳에선 각종 특강·전시회·예술 공연도 열어 기존 쇼핑몰의 기능을 확대하고 있다. 신세계 프라퍼티 관계자는 “인문학적인 가치를 앞세운 일종의 랜드마크이자 문화체험 공간을 설립해 새로운 쇼핑몰의 모습을 보이고자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IFC몰과 스타필드 하남·고양 등은 최근 반려동물과 산책하며 쇼핑할 수 있는 ‘애견동반쇼핑몰’의 형태로 거듭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6월 플래그십 스토어인 ‘CJ올리브마켓’을 오픈해 직접 자사 제품 판매에 나섰다. 사진=CJ제일제당
플래그십 스토어와 외식매장 등을 설립·운영해 직접 자사 제품을 판매하고 브랜드 홍보에 나서는 유통업체들도 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6월 자사의 가정간편식(HMR)을 취식하고 구매할 수 있는 ‘CJ올리브마켓’을 열어 매출 증대에 나서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단순히 판매를 넘어 자사 제품과 관련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식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설립했다”며 “통상적인 유통채널을 이용할 경우 목표했던 브랜드 스토리 등이 잘 드러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남양유업과 롯데푸드 등은 자사가 직접 관리하는 목장에서 생산한 유기농 원유로 제품을 가공, 판매하는 디저트카페를 운영 중이다. 신세계푸드는 지난 6월 외식매장인 데블스도어·쓰리트윈즈·버거플랜트를 동시 오픈하면서 외식사업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일부 유통업체들은 통신사와 제휴해 음성 명령만으로 제품 구입이 가능한 음성쇼핑 체제를 구축했다. LG생활건강과 GS리테일은 LG유플러스가 내놓은 AI 스피커와 연동해 각종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주문받는다. 최근 월마트·코스트코 등 해외 유통업체들이 구글이 개발한 AI 스피커 ‘구글 홈’을 통해 음성쇼핑 체제를 구축하면서 국내 다수 유통업체들도 이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유통업계의 이러한 변화에 대해 다양한 분석을 내놓는다. 이정희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근로시간이 단축되면서 소비자들의 늘어난 여유시간을 공략하기 위해 유통업체들이 영업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러한 고민과 실험은 결국 유통업계를 긍정적으로 개선시킬 것”이라고 평가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전 한국유통학회장)는 “온라인쇼핑몰이 강세를 보이면서 유통업체들이 자구안을 강구한 것이기도 하다”라며 “온라인업체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신속·효율성을 제고하고, 온라인업체가 꾀할 수 없는 엔터테인먼트적 요소 등을 오프라인 매장에 가미하면서 경쟁력 확보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성진 기자 reveal@ilyo.co.kr
오프라인 간편결제 시장 제자리걸음 카카오페이·페이코·네이버페이 등 국내 간편결제 서비스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지만, 시장의 성장세는 더디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약 700조 원에 이르는 국내 오프라인 신용카드 결제 규모에서 간편결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3%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 지난해 기준 중국 간편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와 위쳇페이가 중국 결제 시장에서 각각 54%, 39%의 점유율을 보인 것을 고려하면 굉장히 낮은 수준이다. 미국의 페이팔과 애플페이도 각각 51%, 11%의 높은 점유율을 보였다. 중국과 미국의 간편결제 시장 규모는 약 630조 원, 127조 원에 달했다. 이와 관련, 한국이 간편결제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지 못해 시장 성장이 부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 IT기업, 금융사들은 서로 다른 서비스를 구축·제공할 뿐 아니라 서비스간 상호 호환도 불가하다. 해외의 경우 근거리무선통신(NFC)이나 QR코드 등을 활용한 통합 플랫폼을 구축해 소비자들의 서비스 이용률을 높이고 있다. 한중무역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카드 사용에 익숙하다보니 간편결제 서비스 이용률이 저조하다”며 “중국의 경우 신용카드 보급이 늦게 이뤄져 간편결제 이용에 대한 거부감이 덜해 급성장을 이룬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