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지국제병원 개원 여부...공론 조사 첫 사례
지난해 7월 완공된 녹지국제병원.
[제주=일요신문] 박해송 기자 =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의 개원 여부가 제주 도민 공론으로 최종 결정된다.
이번 공론조사는 격렬한 찬반 논란이 일고 있는 외국 영리병원 문제를 두고 실시하는 것이어서 제주도민들이 내릴 선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제주 녹지국제병원은 중국 녹지(綠地)그룹이 778억원을 들여 지난해 7월 서귀포시 토평동 제주헬스케어타운 내 2만8163㎡ 부지에 46병상 규모로 지어졌다.
녹지그룹은 지난해 8월 제주도에 병원 개설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곳에는 성형외과·피부과·내과·가정의학과 등 4개 진료과가 개설됐고 134명의 인력도 이미 채용된 상태로 알려졌다.
시민사회단체는 영리병원에 대해 “작은 구멍 하나가 댐을 무너뜨리듯 외국 영리병원이 비영리법인을 중심으로 한 국내 보건의료체계를 흔들고 대한민국 의료 공공성을 훼손하게 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월 의료민영화저지 운동본부가 도민 1068명의 서명을 받아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숙의형 정책개발 청구서를 제주도에 제출하면서 숙의 과정이 시작됐다.
지난해 11월 전국 최초로 제정된 ‘숙의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주민참여 기본조례’는 주민 500명 이상이 연서할 경우 정책개발 청구를 받은 사안에 대해 공론화하도록 하고 있다.
녹지국제병원.
(주)칸타코리아는 계약일로부터 60일 동안 공론조사 업무를 맡게 되며, 제주도민 3000명을 대상으로 한 1차 공론조사를 시행하게 된다.
공론조사에 앞서 30일 제주시와 31일 서귀포시에서 도민토론회를 진행한다. 토론회 과정은 지역방송사를 통해 중계한다.
언론과 도청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도민들에게 정보를 전달, 도민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
이어 도민참여단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실시해 공론조사의 취지와 향후 일정, 녹지국제병원 관련 숙의자료집을 배부하고 숙의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된다.
숙의프로그램 완료 후 최종 공론조사를 실시하고 조사 결과를 담은 권고안을 제주지사에게 제출하는 것으로 공론 조사를 마무리한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영리병원과 관련 의료 공공성을 훼손하는 의료영리화를 추진하지 않도록 권고하는 내용이 담긴 의료공공성 강화를 포함한 제도개선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보건복지부의 제도개선 이행계획은 정부가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에 대해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이어서 공론조사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주목되고 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지난 3월 녹지국제병원 개원허가 문제에 대해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청구 건은 제주만이 아니라 국내 1호 외국인 투자병원이라는 점에서 공공의료 약화, 의료영리화 논란을 빚어온 사회적 갈등 대상”이라며 “또 다른 한편에서는 투자유치 정책의 일관성 유지와 제주도 및 국가의 대외 신인도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요구도 존재한다”
원 지사는 이어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공론화를 통해 도민사회의 상반된 의견을 조정하고, 도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공론을 형성해 제주의 자치역량을 더욱 높이는 계기를 만들어가길 기대한다”며 “수년간 지속된 소모적 논란을 끝내고 제주공동체의 공익을 위한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ilyo9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