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고객 선점 효과… 서비스업 강화 테스트베드 활용 복안도
카투고는 이달 둘째 주 독일 본사 벤츠 컨설팅을 통해 국내 카셰어링 시장 조사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벤츠 컨설팅이 아시아 지역 카셰어링 시장 조사에 나선 것은 2015년 말 중국 진출을 앞두고 진행한 중국 충칭 지역 시장 조사 이후 처음이다. 카투고는 2016년 4월 중국 충칭에서 카셰어링 서비스를 시작했다. 서울이 아시아에서 두 번째 카투고 진출 지역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서울 강남구에 있는 벤츠 한성모터스 청담 전시장 건물 전경. 고성준 기자
카투고는 완성차 업체에 기반을 둔 카셰어링 서비스 업체 중 가장 앞선 곳으로 이미 세계 300만 명 회원을 확보했다. 카투고 성장의 원동력은 고급차 브랜드인 벤츠와의 상호작용이 꼽힌다. 카셰어링 서비스는 렌터카와 달리 시간 단위로 차량을 대여할 수 있다. 보통 이용 요금은 시간당 요금과 운행 거리에 비례하는 비례 요금으로 나뉜다. 카투고는 시간당 요금을 1분 단위로 정하고 하루 200㎞ 미만 주행 시 운행 거리 요금을 따로 부과하지 않는다. 메르세데스 AMG CLA 45와 같이 구매 가격이 높은 차량에 대한 고객 경험을 늘리기 위해서다.
CLA는 벤츠가 내놓은 콤팩트 쿠페로 최상위 트림인 45 AMG의 경우 국내 기준 구매 가격이 8000여만 원에 달한다. 반면 카투고 카셰어링 서비스로 메르세데스 AMG CLA 45를 1시간 이용하는 데 드는 비용은 우리 돈 약 6만 원. 운행 거리로 대변되는 기름값을 따로 지불할 필요도 없다.
수입차 업계에선 벤츠 컨설팅이 카투고 국내 진출을 검토하는 이유로 국내 수입차 시장 내 벤츠 판매량의 급증을 꼽는다. 벤츠는 올해 상반기에만 국내 승용차 시장에서 4만 1069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8.9% 늘어난 수치다. 벤츠는 현대차(26만 4620대), 기아차(23만 6210대), 쌍용차(5만 1505대)에 이어 내수 시장 4위에 올랐다. 수입차 업계 한 관계자는 “벤츠가 현재 인기를 지속하기 위한 수단으로 카투고 카셰어링을 이용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카셰어링 시장의 주 고객층이 20~30대라는 점도 호재다. 사회 초년생으로서 벤츠와 같은 고급차 브랜드를 구매하기가 힘든 2030 젊은층에 벤츠를 저렴하게 필요한 만큼 경험해 볼 수 있는 카투고 서비스는 매력적이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트렌드모니터 조사 결과, 국내에서 카셰어링 서비스를 이용하는 전체 가입 회원의 52.4%가 20~30대로 나타났다. 20대 가입 회원이 전체의 29.7%로 가장 많았고, 30대 가입 회원은 22.7%를 차지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3200억 원인 카셰어링 시장 규모가 2년 후인 2020년에는 5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국내 카셰어링 시장이 다임러나 BMW, GM 등이 직접 카셰어링 서비스 운용에 나선 이후인 2012년부터 본격화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년 100% 넘게 성장했다. 국내 카셰어링업계 1위 쏘카의 회원 수는 2015년 150만 명에서 올해 370만 명으로 늘어났다. 카투고가 벤츠를 앞세워 세계 8개 국가에서 확보한 회원보다 많은 수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 업체들이 간편한 카셰어링 서비스 사용법을 바탕으로 서비스를 지속 개발하면서 국내 카셰어링 시장의 확대를 이끌었는데, 운전면허증 소지자 10명 중 2명이 카셰어링 회원으로 가입돼 있을 정도”이라며 “카투고가 국내에 벤츠라는 차별화 지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서비스 다양화에 나서면 국내 수입차 시장 선점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국내 카셰어링 시장을 양분하는 쏘카와 그린카는 국내외 완성차 업체에서 차량을 구매, 카셰어링 차량으로 공급한다. 그룹 내 완성차 업체 차량을 이용하는 카투고와 대조된다. 일각에선 자동차 서비스업에 도전한 다임러가 카셰어링 시장이 활발한 한국을 테스트베드로 삼은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 다임러 카투고는 애플리케이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차량 문이 열리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는 등 카셰어링 이용자로부터 부정적인 평가를 받아왔다. 실제로 지난 3월 다임러는 카투고를 완전 자회사로 변경, 카셰어링 서비스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시장조사업체 한 관계자는 “벤츠 컨설팅이 애플리케이션 사용성과 관련한 국내 시장 조사에도 나선 상태”라며 “벤츠는 애플리케이션으로 차량 위치를 추적하고 추적한 위치에 적절한 차량 관련 서비스를 추천해주는 시스템 및 국내 유사 서비스 현황을 요청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벤츠 코리아 관계자는 “카투고 도입 관련 국내 시장 조사 검토 사실은 물론 애플리케이션 시장 조사를 독일 본사로부터 전해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배동주 기자 ju@ilyo.co.kr
카셰어링 뛰어든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 자회사 만들거나 기존 업체에 투자하거나 렌터카와 합작사 설립하거나 교통체증 심화, 대중교통 발달, ‘하루 1~2시간 이용하는 차를 굳이 사야 할까’라는 인식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차량은 점차 ‘소유하고 싶은 대상’에서 ‘공유해도 좋을 대상’으로 변했다. 10년 전인 2008년 다임러가 카셰어링 서비스 카투고를 설립하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 움직임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BMW는 2011년 렌터카 업체 식스트(SiXt)와 공동으로 드라이브나우를 설립했고 폭스바겐, 아우디, GM도 각각 카셰어링 서비스를 내놨다. 일본 토요타는 물론 국내 현대차도 카셰어링 시장에 뛰어들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카셰어링 사업 진출은 카셰어링 시장이 연평균 21% 가까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을 뿐 아니라 새로운 차량 수요처가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다만 완성차 업체는 주로 독자적인 카셰어링 서비스 플랫폼 개발보다 전문 카셰어링 업체에 투자를 하거나 렌터카 업체와 합작사를 설립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특히 GM은 2016년 카셰어링 서비스 자회사 ‘메이븐’을 설립한 후 미국 2위 차량 공유업체인 ‘리프트’에 5억 달러를 투자했다. BMW도 ‘드라이브나우’라는 자회사를 두고 유럽 내 5400여 대를 카셰어링에 투입했다. 일본 토요타는 기존 렌터카 사업 인프라를 바탕으로 2012년 카셰어링 서비스 ‘라쿠모’를 시작했다. 또 토요타는 차량 공유업체 우버에 1억 달러를 투자한 데 이어 동남아시아의 우버라고 불리는 ‘그랩’에도 투자를 진행했다. 완성차 업체로 카셰어링 시장 진출 후발주자에 속하는 현대차는 지난해 현대캐피탈과 함께 배달형 카셰어링 서비스 ‘딜카’를 선보였다. [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