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구조조정 두 토끼 잡기…“고객 위한 정비사업인데 수익성 운운은 잘못…신뢰도 저하 우려”
한국GM은 군산공장이 완전히 문을 닫은 지 이틀(영업일 기준) 만인 지난 6월 4일 특별노사협의를 열고 전국 9개 직영 정비사업소 일괄 외주화 방침을 노조에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유동성 확보를 근거로 직영 정비사업소 일부 매각을 추진하면서도 ‘한국 철수설’ 대두를 의식해 직영 정비사업소 외주화 논의를 자제해 온 것과 대조된다. 한국GM은 이미 4차례 특별노사협의를 진행, 외주화 방안에 대한 개괄적인 구상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GM 직영 정비사업소 곳곳에 외주화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붙어 있다. 배동주 기자
당초 매각이 아닌 정비사업소 임대로 모아졌던 한국GM 직영 정비사업소 외주화 방안은 소유권 다변화를 통한 ‘독립법인체’ 구축으로 좁혀지고 있다. 독립적인 법인체는 이른바 미국 GM식 소사장 제도로 정비사업소 내에 통합돼 있는 도장·판금·시설 등 기능을 분할해 개별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독립법인체는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이 특별노사협의에서 직접 언급했다. 분할 외주화를 통해 시설 대여료와 사업운영비를 받는 동시에 부문별 각자 대표가 수익성을 향상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독립법인체를 통한 소유권 다변화는 글로벌 GM이 한국GM을 향해 지적해 온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깨고 손쉬운 구조조정하는 데도 적절한 대안이 될 전망이다. 정규직 직원 연차가 높아 생기는 수익성 악화 문제를 부문별 각자 대표에 위임하면 각 대표가 알아서 수익을 내는 구조를 만들기 때문이다. 한국GM이 진행한 정비 직원 희망퇴직으로 244명이 나가자 평균 연령이 52세에서 47세로 줄었고, 직영 정비사업소 적자가 소폭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에 대해 자동차 업계 전문가들은 한국GM이 국내 자동차 시장을 완전히 잘못 판단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완성차 업체가 운영하는 직영 정비사업소는 애초에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임에도 소비자 신뢰를 위해 확대 운영하는 것”이라며 “직영 정비사업소로 수익을 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사고”라고 지적했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중대 결함은 당연히 직영 정비사업소가 풀어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한국GM을 포함한 국내 완성차 업체 5개사는 대부분 신차 품질 보증과 같은 소비자 신뢰를 이유로 직영 정비사업소를 적자 운영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는 차량 판매 시 차량 가격에 보증 기간 내 차량이 고장나면 수리비를 받지 않겠다는 차량 보증 비용을 포함하게 돼 있고, 보증 기간 내 수리는 정비사업소에서 비교적 저렴한 보증공임으로 매출을 잡는 탓이다. 보증 기간이 지난 차량 수리에 한해서만 정비사업소가 일반공임을 매출로 잡는데, 보증공임은 일반공임의 60% 수준이다. 여기서 직영 정비사업소 적자가 생긴다. 신차 고장 시 소비자는 본사가 직접 운영하는 믿을 만한 직영 정비사업소를 찾고, 일반 수리에 비해 공임이 낮은 보증 수리를 많이 하는 직영 정비사업소는 적자를 낼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2018년 한국GM 임금 및 단체협상안에 적시된 직영 정비사업소 관련 제시안.
한국GM 기준 직영 정비사업소 보증공임과 일반공임은 각각 1시간당 4만 500원, 6만 8000원이다. 같은 시간에 같은 일을 한다고 해도 수리 차량이 보증 기간이 남은 차량이냐 보증 기간이 지난 차량이냐에 따라 2만 7500원 차이가 발생하는 것. 올해 들어 4월까지 한국GM 직영 정비사업소에 입고된 차량 중 보험과 파손 수리를 제한 보증 수리 차량은 전체 5만 8689대의 37.9%인 2만 1679대에 달했다. 10대 중 4대가 보증 수리로 입고되는 셈이다.
한국GM 노조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노조는 독립법인체를 통한 소유권 다변화라는 게 결국 직영 정비사업소를 분리하고 노조와 사측 사이에 새로운 대표를 세워 손 안 대고 구조조정을 하려는 것인데, 그 핑계로 수익성 문제를 들고 있다고 주장한다. 노조 관계자는 “한국GM은 보증공임은 물론 불량 부품 교체에 따른 부품비도 직영 정비사업소 매출에서 제하고, 정보통신(IT) 지원 비용이라며 고장 진단기 소프트웨어 이용료로 월 1억 원씩 비용 처리하고 있다”면서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수익성이 없다고 외주화를 말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노조는 또 희망퇴직 후 직영 정비사업소의 적자폭 감소는 정비직원 평균연령 감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직원 수 감소에 따른 것이라고 반박한다. 노조는 전체 정비직원의 38%인 244명이 희망퇴직한 후 인력 추가가 전혀 없어 매월 평균적으로 입고되는 1만 5000대 차량 수리를 현재 399명이 처리하고 있다고 했다. 노조 관계자는 “최근 월평균 적자가 두 자릿수에서 한 자리수로 준 것은 맞지만, 수리 지연으로 소비자 불만은 오히려 커졌다”고 말했다.
영업 일선에서도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 가뜩이나 지난 2월 돌연 군산공장 폐쇄 발표와 철수설로 소비자 신뢰가 추락한 상태다. 영업 일선 판매직원 또한 지난 2월 이후 현재 22% 넘게 줄었다. 서울시에 있는 한 한국GM 쉐보레 대리점주는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이쿼녹스와 스파크 부분 변경 모델이 새로 나오면서 이제 다시 열심히 해볼까 하는 중에 소비자 신뢰가 깨지면 정말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한국GM은 지난 7월 9000대를 판매하며 9823대를 판매한 쌍용자동차에 완전히 밀렸다. 글로벌 GM과 산업은행이 자금을 투자하면서 경영정상화에 돌입한 직후인 지난 6월 쌍용차와 차이를 155대까지 좁혔지만, 한 달 만에 다시 판매 감소를 겪으면서 격차가 벌어졌다.
현재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은 정비소 운영 개선을 위한 실무협의체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GM 관계자는 “정비 사업에서 왜 수익이 나지 않느냐는 본사 지적이 이어진 게 사실”이라며 “회사 경영정상화에 주력하고 고객에게 보다 개선된 서비스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배동주 기자 j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