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연합, 비자림로 숲길 확·포장 공사 의문 제기
제주도는 지난 2일부터 구좌읍 송당리 대천동 사거리에서 금백조로입구까지의 비자림로 2.9km를 총사업비 207억원을 투자해 왕복 4차로(폭 21m)로 확장하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주환경연합]
[제주=일요신문] 박해송 기자 = 제주도가 도로를 확장하기 위해 삼나무 숲길을 훼손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 2일부터 동부지역의 교통량 해소를 위해 구좌읍 송당리 대천동사거리에서 송당리 방향 비자림로를 지나 금백조로입구까지 약 2.9km 구간에 대해 도로확장 공사를 시작했다.
도로 확장을 위해 하루에 100여 그루의 삼나무를 베어내고 있는데 벌목작업만 6개월이 걸리고, 훼손되는 삼나무 수는 2천 400여 그루에 달한다.
이로 인해 공사로 인한 주변 환경과 경관의 훼손 등 여러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7일 오후 성명을 통해 “최근 제주도가 비자림로의 확.포장 공사를 추진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며 “아름답기로 소문난 삼나무숲 가로수길이 무차별적으로 훼손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환경운동연합은 성명에서 비자림로 도로 확장공사의 실효성 문제를 지적하면서 과연 해당 지역 도로공사 확장이 당장 필요한지, 그리고 공사 후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제주도는 동부지역의 급증하는 교통량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주장하지만 이 도로를 이용하는 도민들은 다른 곳에 비해 크게 정체되는 도로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더욱이 공사구간이 금백조로 입구에서 끝나게 되어 있어 다랑쉬 오름 쪽 송당리 방향은 물론 성산 방향으로도 병목현상 발생우려가 커 교통량이 많을 경우 오히려 혼잡 구간이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비자림로는 제주도민 뿐만 아니라 관광객들에게도 아름다운 가로수 숲길로 잘 알려진 곳이다. [사진=제주환경연합]
환경운동연합은 해당 사업이 상위계획을 반영하지 않은 성급한 확장사업이라는 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지난 4월 제주도는 기자브리핑을 통해 구(舊)국도 도로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에 따르면 대천동사거리∼비자림로∼금백조로 구간(14.7km, 2675억원)을 국토교통부 제4차 국지도 도로건설계획(2021∼2025)에 반영했다.
환경운동연합은 “도로확·포장계획이 진행된다면 환경영향평가 등을 포함해 여러 행정절차를 거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비자림로 삼나무 숲 경관의 보전방안이 검토될 수 있었다”면서 “하지만 제주도는 이러한 상위 계획이 정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환경영향평가도 거치지 않은 채 주변 경관을 파괴하는 무리한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제주도의 도로건설 정책에 대해 “제주도가 내세우는 미래비전의 철학과 환경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며 “도민과 관광객들이 경관이 아름다운 도로로 인정하고 하나의 관광명소로 인식하고 있는데도 제주도는 이러한 인식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이동의 편리성만 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설령 필요한 사업이라 하더라도 숲길을 보전하면서 사업의 기대효과를 얻을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환경은 한 번 훼손되면 복원하기 어렵고, 관광명소 역시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님을 제주도는 이번 기회를 통해 재차 인식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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