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백8년 만에 근대올림픽 발상지에서 열린 2004아테네올림픽이 남자 마라톤 경기를 끝으로 17일간의 대장정을 모두 마쳤다. 이탈리아의 스테파노 발디니가 2시간10분55초로 우승했고 자신의 마라톤 인생 전부를 걸고 금메달을 노렸던 이봉주는 2시간15분33초로 결승선에 골인해 14위를 차지했다.
한국 시각으로 30일 0시에 마라톤 평원을 출발해서 근대 올림픽의 발상지인 파나티나이코 스타디움에 들어오는 클래식 코스 42.195km 레이스. 이봉주는 평지 구간인 15km지점까지는 선두권을 유지해 금메달 획득에 기대를 던졌지만 오르막 구간이 시작된 20km 이후 스피드가 처지기 시작했고 이어 20km 이후 15~18위권을 유지하며 역주를 펼쳤으나 선두권과 더 이상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봉주가 14위에 그친 가장 큰 이유는 승부처가 된 중반에 선두권과의 격차를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조금만 더 따라 잡았더라면…. 국민들의 큰 기대 속에 펼쳐졌던 마라톤 경기라 경기 후의 여운이 진한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끝까지 온 힘을 다해 레이스를 펼쳤던 이봉주에게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지난 14년 동안 한국 마라톤의 환희와 좌절을 양 어깨에 짊어지고 쉼 없이 달려 온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 이봉주를 설명할 때 ‘성실’이란 단어는 늘 수식어처럼 따라 다닌다. 세계 최정상급 마라토너들의 평균 완주 횟수가 15회인 점을 감안할 때 그의 완주기록이 32회라는 사실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자질이 뛰어난 편은 아니지만, 지독한 연습벌레가 됨으로써 한국 마라톤의 대표주자가 된 그가 성실한 국민 마라토너가 되기까지 흘린 피와 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가난한 가정환경, 짝발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오직 끈기와 인내, 지옥훈련을 말없이 받아들인 성실함의 결과였다.
“아쉬움이 있지만 후회는 없다”라고 완주 소감을 밝힌 이봉주에게 아테네올림픽은 생애 32번째 풀코스 완주이자 사실상의 마지막 올림픽 무대였다. 2시간7분20초로 한국기록을 보유한 그한테 2008년 베이징올림픽까지 기대하기란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아직 은퇴 계획이 없다”는 이봉주의 마라톤 열정을 어찌 말리랴. 다만 그의 양 어깨에 짊어진 한국 마라톤의 위상을 조금은 덜어 주어야 한다. 앞으로 그가 편하게 마라톤을 즐길 수 있도록 한국 마라톤의 미래를 열어갈 제2의 이봉주의 질주가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쉬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려온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 당신의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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