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7회차 로또 당첨번호는 3, 7, 10, 15, 36, 38. 오프 더 레코드를 전제로 2등 당첨자를 극비리에 만났다. 흥미로운 것은 이 당첨자는 2등에 2개나 당첨됐다. 물론 67회차 2등 당첨금은 3천여만원에 불과했다. 평소보다 훨씬 많은 당첨자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래도 2등 당첨(더욱이나 2개가 당첨됐으니)은 복꿈을 꾸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그에게 당첨번호에 얽힌 사연을 살짝 물어봤다.
우선 숫자 조합방법. 그는 번호 조합을 할 때 우연히도 봄날의 따뜻함을 느꼈단다. 그래서 3월을 떠올렸고, 3이라는 숫자를 맨 처음 적게 됐단다.
7은 순전히 찍은 숫자였다. 다음은 15. 15라는 숫자는 평소 그가 가장 좋아하는 숫자였다. 초등학교 때 번호도 15번이었고, 중학교, 고등학교 때도 15번이었단다. 그래서 그는 지금도 무슨 수를 골라도 15번을 먼저 고른다.
10번은 그의 올해 결혼 10주년이라는 의미로 골랐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지만, 부인에 대한 자신의 사랑은 여전하다. 10주년을 맞아 부인과 함께 해외여행이라도 하겠다는 나름대로의 계획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10이라는 숫자도 골랐다.
그가 틀린 숫자는 36과 38(당첨된 것 중 하나는 36이 틀렸고, 다른 하나는 38이 틀렸다).
처음 것(36이 틀린 것)은 애석하게도 그는 36 대신 33을 썼단다. 사실 그는 36과 33 사이에서 꽤 고민을 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3월에 문득 떠오른 날이 삼짓날이어서 33이 왠지 마음에 끌렸다. 한편으론 부인의 나이가 36이어서 어느 쪽을 택할까 고민했다. 그러다 결국 삼짓날을 골랐다.
마지막 38은 자신의 나이였다. 이 수도 사실 처음에는 한국 나이(39세)를 고를까 만 나이인 38을 고를까 고민을 많이 했다. 그래서 39도 썼다. 흥미로운 것은 36과 38을 동시에 쓴 것이 없다는 점. 당첨된 것 중 하나는 3, 7, 10, 15, 33, 38이고, 나머지 하나는 3, 7, 10, 15, 33, 36이었다.
그래도 이 당첨자는 너무 감격한 표정이었다. 남들은 5등도 못되는 판국에 혼자서 2등이 두 개나 당첨됐으니 선택받은 사람인 셈이다. 기자는 이 당첨자와 얘기를 나누면서 매우 마음이 따뜻하고, 착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음 한 구석에서 배어나는 가족사랑, 아내사랑, 자식사랑 등이 느껴졌다.
당첨자는 헤어지면서 “결혼 10주년 여행은 하와이로 가기로 했다”며 활짝 웃었다. 돌아서는 그의 뒷모습에 화사한 봄날의 아지랭이가 피어오르는 것을 보았다. 행운은 받을 자격이 있는 자에게 온다는 말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