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일각 “킹은 못돼도 킹메이커는 가능” 기대 속 “공천 이상의 영향력 어려워” 평가가 지배적
25일 당선된 이해찬 신임당대표가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이종현 기자
최근 민주당의 당 대표를 살펴보면, 지난 당 대표인 추미애 대표는 대구 달성 출신이고 그 전인 김종인 대표는 일제시대 경기도 시흥 출신이다. 그 전 당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문 대통령은 경남 거제 출신이다. 문 대통령 이전 당 대표는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 체제인데 김한길 전 공동대표는 일본 출생이고, 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부산 출신이다. 충청권을 찾기 위해서는 이해찬 전 대표가 과거 당 대표를 맡았던 2012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자유한국당도 상황은 비슷하다. 현재 당 대표 대신 자유한국당을 이끄는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경북 고령 출신이다. 그 전 홍준표 전 대표는 경남 창녕이 고향이다. 그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도 상황은 비슷하다. 홍 전 대표 전에 당을 이끌었던 이정현 전 당 대표는 전남 곡성 출신이고 그 전 당 대표인 김무성 전 당 대표는 부산 출신이다.
오랜만에 충청권에서 집권여당 당 대표가 배출되면서 죽어있던 ‘충청 대망론’이 다시 꿈틀거리는 모양새다. 충청 정치권에서는 다시 한 번 충청 지역이 캐스팅 보트를 쥘 계기가 될 수 있지 않느냐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온다. 최근 지역 유력 정치인들의 몰락만 봐야 했던 충청권에서는 새로운 희망이 온 셈이다.
올해 3월 충청권의 아이돌이었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과거 성추문이 불거지면서 몰락했다. 그 후 차기로 지목됐던 박수현 전 충남지사 예비후보도 아내와의 문제가 드러나면서 사퇴했다. 연달아 두 명의 유력 주자가 낙마했고 이후 뚜렷한 차기 주자를 찾기 힘든 상황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충청권을 대표하는 이 대표가 6년 만에 다시 당권을 쥐면서 바닥을 치는 모양새로 보는 분위기다. 다만 이 대표가 직접 대권주자로 나설 수 없다는 점은 대부분 동의한다. 충청권 소식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이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분명 분위기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나이고 있고, 이 대표 캐릭터 상 본인이 출마하리라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소설을 써도 그렇게 쓰면 코미디다”라며 “다만 이번 당 대표가 공천권을 행사하는 만큼 충청권 인사가 정치권 입성에 큰 도움을 주지 않겠나. 말하자면 ‘이해찬 키드’를 많이 만들어낼 수 있으리라는 관측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집권 20년 플랜’을 강조했다. 민주당이 성과를 내기 위해선 20년의 연속된 집권이 필요하다는 내세운 7선의 이해찬 의원이었다. 또한 자신의 불출마도 약속했다. 이런 점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자신이 정치권을 떠나도 충분히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거나 자신의 철학과 비슷한 의원을 많이 공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상황도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야당이 지리멸렬해 누구를 공천해도 당선 가능권이기 때문이다. 충청 지역 야당 정치 관계자는 “물론 충북과 충남의 사정이 다르긴 하지만 몇 년 전과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민주당 초강세지역으로 변모하고 있다”며 “민주당이 더 강세인 충남에서는 자유한국당 깃발로 당선되기는 과거 호남에서 새누리당 당선을 바라는 수준까지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반면 이 대표의 영향력이 공천 이상이 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충청 지역 민주당 관계자는 “교육부 장관, 총리 등 중앙의 고위직을 맡았던 이 대표는 충청 지역보다는 중앙에서 더 영향력이 강하다고 봐야 한다. 세종시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되기는 했지만 전체적 인지도 때문이지 충청권 세력이나 조직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며 “충청권에서는 A 의원이 사실상 ‘왕’이다. 의원이나 단체장에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설명했다.
어쨌건 아직 대망론을 논하기엔 섣부르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이 대표가 킹메이커가 되기에도 선수가 없고 다시 안희정 같은 영향력의 정치인을 키우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전계완 정치평론가는 “오랜만에 충청권 당 대표가 나오면서 지역민들은 그런 기대를 할 수 있지만 현실 정치는 냉혹하다. 더군다나 마땅한 주자도 없다”며 “그런 기대 전에 당정청 관계를 공고히 해 정책 추진에 힘 쓰면서 떨어지는 지지율 수습부터 신경 써야 한다고 본다”고 조언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