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아파 갔어도 ‘쑥덕쑥덕’…의료기록 공개 불가로 사실 여부 확인 못해…‘빨리 회복해 컴백하는 수밖에’
지난 5일 각종 SNS를 통해 괴소문 하나가 급격히 퍼져나갔다. 구하라가 서울 소재의 한 병원에 실려 왔다는 내용으로 약물 과다 복용으로 자살을 시도했기 때문이라는 게 그 내용이었다. 상황은 소속사의 발 빠른 대처로 조기 진화됐다. 일단 병원 방문 자체는 인정했지만 그 이유는 수면장애와 소화불량 증세였으며 약물 복용도 사실이라고 밝혔지만 자살과는 무관하게 이미 같은 증세로 처방 받은 약을 복용 중이며 이에 따른 건강 상태 확인이 입원 목적이라고 밝혔다.
구하라 인스타그램
이를 두고 지난 8월 14일 유포돼 화제가 됐던 ‘김아중 사망설’에 다시 한 번 관심이 집중됐다. 적어도 구하라의 경우 병원 방문 자체는 사실이었지만 김아중 사망설은 아무런 개연성 없이 갑자기 툭 튀어나온 악성 루머였기 때문이다. 이날 김아중은 사망과는 매우 무관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사실 병원발 카더라 통신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유형도 대부분 유사하다. 스타급 연예인이 자살을 시도했다가 미수에 그쳐 위급한 상황으로 병원 응급실에 실려 왔다는 내용으로 대부분 소속사의 강력 부인으로 마무리된다. 병원발 자살 시도 관련 루머의 상당수는 실제 스타의 병원 내원은 사실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지만 자살 시도와 같은 자극적인 이유가 아닌 개인의 건강 문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과거에는 임신과 낙태, 비밀 출산 등의 산부인과 관련 루머도 많았고 성형수술 관련 루머도 있었지만 이런 유형의 루머는 대부분 사라졌다.
다만 병원발 루머는 여타와 확연한 차이점을 갖는다. 대부분의 허위 악성 루머는 근거가 없으며 현실과의 개연성도 찾아보기 힘들다. 대표적인 사례가 김아중 사망설이다. 반면 병원발 루머는 우선 출처가 어느 정도 확인된다. 누군가 연예인의 병원 내원 사실을 확인했고 이를 바탕으로 루머가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응급실을 통해 병원에 들어오는 경우 루머는 더욱 탄탄해지고 훨씬 자극적이게 된다.
1차적으로 의심의 눈초리를 받게 되는 것은 병원 관계자들이다. 스타의 병원 내원 사실을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알 수 있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들이 루머의 근원지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연예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중견 연예기획사 대표의 설명이다.
“과거 나도 그런 경험이 있다. 소속 연예인이 새벽에 갑자기 몸이 안 좋아져 응급실에 갔는데 바로 해가 뜨기도 전에 이미 자살설이 퍼졌고 기자들이 병원으로 출근했다. 연예인들과 병원을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인데 병원 관계자들은 의료기록이 사생활이며 이를 제3자에게 공개하는 것이 큰 범죄라는 것을 잘 알고 있더라. 문제는 병원은 병원 관계자들보다 더 많은 방문객들이 있는 공간이라는 점이다. 특히 응급실은 더하다. 숨 가쁘게 돌아가는 응급실에선 스타라고 특별대우를 받기 힘들다. 치료는 물론 보안에서도. 그만큼 누군가가 스타의 응급실 내원을 목격하기 쉽고 이런 저런 추측으로 괜한 말이 만들어지기 쉽다.”
대체적으로 병원 방문객들이 지인에게 ‘오늘 병원에서 누구 봤다’ 내지는 ‘나 지금 병원인데 여기 누구도 와 있다’는 얘길 건네고 그 소식이 돌고 돌며 ‘자살설’과 같은 자극적인 내용으로 변모하는 경우가 많다.
대형병원 응급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합니다.
문제는 모든 루머가 그러하듯 소속사의 공식입장을 대중이 얼마나 사실로 받아들이느냐다. 루머에 대처하는 소속사의 자세는 대부분 ‘루머 자체는 부인’ ‘허위사실 유포에 강력대응’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루머는 사실무근으로 ‘부인’이 사실로 확인되지만 간혹 사실로 드러나는 경우가 있어 소속사의 공식 입장의 신뢰도가 무너지곤 한다.
대부분의 루머는 시일이 지나면 시시비비가 가려진다. 김아중 사망설과 같은 터무니없는 루머는 당사자가 살아 있음이 확인되면 바로 끝난다. 뭔가 소송까지 발전되는 경우에는 사법부에서 진실이 규명된다. 열애설이 다소 모호한데 특히 정식 교제가 아닌 ‘썸’만 타는 경우에는 진실 규명이 모호하다. 이런 경우가 결국 열애 인정으로 연결돼 소속사의 ‘부인’ 공식 입장이 사실 무근이 되곤 한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열애 관련 루머는 다른 열애설 등을 통해 사라지곤 한다.
문제는 병원발 루머다. 아파서 병원에 간 것은 맞는데 어디가 아픈지를 두고는 명확한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소속사에선 자살설과 같은 루머를 부인하고 아파서 병원에 간 것뿐이라고 해명하는데 그 이상의 접근이 불가능하다. 사법부와 달리 병원은 환자의 개인정보이자 사생활인 의료기록을 공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병원발 루머에선 매스컴도 아무런 역할을 못한다. 대부분의 루머는 매스컴이 취재 경쟁을 벌여 진실에 다가가곤 한다. 그렇지만 매스컴 역시 병원발 루머에선 할 일이 없다. 행여 진짜로 자살을 시도했다는 의료기록을 확인했을지라도 이는 개인정보에 해당돼 기사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정말 자살 시도가 아니라는 내용의 의료기록을 확인했을지라도 역시 기사화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자살 시도가 언급된 병원발 루머에서 매스컴은 생사를 확인한 뒤 소속사의 공식입장을 전하는 것까지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다.
대중이 연예계 루머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자극적인 내용에 관심이 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게 정말이야?’라는 진위 여부에 대한 호기심이 가장 크다. 병원발 루머는 애초부터 그게 정말인지 확인이 불가능한 영역이다. 따라서 병원발 루머에 대처하는 대중의 가장 현명한 방법은 아파서 병원에 간 스타가 부디 빨리 건강을 되찾아 활발하게 활동하길 응원해주는 것이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