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명규 교수를 지키는 한체대 교수, 그의 남편 빙상업자, 그리고 안민석 의원의 연결고리
익명을 원한 한 한체대 관계자에 따르면 4월 한체대 소속 A 교수는 김성조 한체대 총장을 만나 일각에서 제기된 전명규 교수의 ‘조교 갑질’과 골프 사태 등에 따른 파면 여론에 대해 “이런 일로 왜 전 교수를 파면해야 한다는 여론이 이는지 모르겠다. 법적 문제가 없는데 왜 내보내야 하냐”고 이의를 제기했다. A 교수가 지난 7월 전명규 교수를 만나 “정직 6개월 정도로 하는 방안을 밀자. 안민석 의원 등에게 손을 뻗어 김 총장에게 도움을 청하자”고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전 교수는 조교의 차를 빌려 타고 근무 시간에 골프를 치러 다녔다는 의혹 등으로 지난 4월 교육부와 한체대 자체 조사를 받았다. 교육부는 7월 중징계 요구안을 한체대에 전했다.
2017년 9월 함께한 전명규 교수와 김성조 총장, A 교수. 사진=일요신문 DB
취재 과정에서 A 교수와 안민석 의원이 친척 관계일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빙상계 한 인사는 “A 교수는 안 의원을 보통 ‘형부’라고 불렀다. 자주 입에 올리며 정치권 인맥을 과시했다. 전명규 교수 지키기에 안 의원도 힘을 쓴다고 알고 있다”고 했다. 4월 6일 A 교수 남편 B 씨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내 아내인 A 교수와 안 의원은 먼 친척”이라고 확인해 줬다.
의심을 증폭 시키는 건 안민석 의원의 반응이었다. A 교수의 남편 B 씨와 통화하고 4일이 지난 4월 10일 안 의원은 “해명할 게 있다”며 “나와 전명규 교수의 관계를 취재한다는 첩보가 들렸다. 나와 전 교수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게다가 난 A 교수와 친척도 아니다”라고 ‘일요신문’에 직접 전화를 걸어 말했다. 어떤 관계냐는 질문에는 “그걸 굳이 말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당시 전명규 교수와 A 교수, 안민석 의원의 관계 취재 착수 사실은 A 교수의 남편 B 씨밖에 모르는 상황이었다. 취재 내용을 어떻게 알았냐는 질문에 안 의원은 “보좌관이 알려줬다”고 답했다. 보좌관은 “말해줄 수 없다”고 대답했다. ‘일요신문’은 5월 10일 국회의원회관으로 안 의원을 직접 만나러 갔다. 안 의원은 “가까운 사이다. 친한 것도 맞다. 하지만 친척은 아니다”라며 “어떻게 만났는지는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안민석 의원의 전명규 교수 옹호 의혹에 고개를 끄덕이는 빙상인이 많다. 전 교수 전횡이 드러난 뒤 연이은 인터뷰에서 안 의원은 애매모호한 발언으로 전 교수 감싸기 의혹에 휘말린 바 있었던 까닭이었다. 2월 22일과 28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 쇼에서 안 의원은 전 교수 혼자만의 전횡을 두고 여든 넘은 장명희 전 빙상연맹 회장을 거론하며 “양쪽 모두의 문제이고 모두의 책임”이라고 전 교수를 향한 비판을 반감 시켰다.
안민석 의원의 이상한 행동은 3월 13일 ‘빙상계 혁신을 위한 토론회’ 때도 목격됐다. 안 의원이 주최한 이 토론회에서 빙상연맹을 향한 날선 비판과 전 교수 관련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안 의원이 섭외한 사회자는 계속 “특정인 거론을 자제하라”고 일렀다. 안 의원은 토론회가 끝나기도 전에 자리를 떠났다. 이를 두고 빙상계는 “안 의원은 마치 나서서 빙상연맹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실제로 뜯어 보면 전 교수 혼자의 전횡 문제를 마치 파벌 싸움처럼 보이게 하는 등 본질을 계속 흐렸다”고 반응했다.
실제 안민석 의원과 A 교수는 단순히 가까운 관계가 아니었다. 서로 행사를 챙겨주곤 했다. 2011년 5월 글로벌 스포츠리더 양성을 위한 여성체육인의 역할과 전망 세미나와 같은 해 6월 인문사회대학중점연구소 성과교류회 때 안 의원은 A 교수와 행사에 동참했다. A 교수와 남편 B 씨가 발제자로 등장했던 2012년 스포츠와 과학기술의 융합 토론회 때 안 의원도 그 자리에 있었다. 반대로 2008년 학생선수 최저학력제 토론회 때는 안 의원이 A 교수를 패널로 초대했다.
2011년 세미나에 동석한 A 교수와 안민석 의원. 사진=A교수 연구자료
전명규 교수 비호에 나선 A 교수와 전 교수가 돈독한 사이로 보이는 정황이 여럿 발견됐다. 전 교수의 총애를 받았던 빙속 선수 이승훈은 A 교수의 2010년 국책연구에 연구원으로 직접 참여했다. 전 교수와 A 교수는 2015년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을 대비한 빙상 영재 발굴 및 육성방안’이라는 논문도 함께 썼다.
둘의 관계는 더 오래 전부터 시작됐다고 알려졌다. 한체대 관계자에 따르면 A 교수와 남편 B 씨는 전명규 교수의 소개로 결혼에 이르렀다. A 교수의 남편 B 씨는 단국대 출신으로 전 교수와 같이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였다. 1살 터울의 형 동생하는 빙상 1세대로 전해졌다. 이 결혼이 전 교수와 A 교수, 남편 B 씨의 ‘카르텔’을 완성 시켰다. A 교수는 1996년 한체대 교수로 임용된 뒤 전 교수 역시 한체대 교수로 임용될 수 있게 각별히 챙겼다고 알려졌다.
A 교수가 전명규 교수를 감싸는 더 큰 이유가 있다. 남편 B 씨의 사업이 전 교수에게 달려있는 까닭이다. A 교수의 남편 B 씨는 현재 빙상장 관련 장비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청 광장과 워커힐 호텔 등 전국 주요 빙상장에 장비를 공급해 왔다. B 씨는 현재 한체대 빙상장 유지보수를 하는 업체 대표다. 전 교수는 한체대 빙상장을 총괄한다.
B 씨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힌 한체대 빙상장 관리실의 칠판.
핵심은 안민석 의원이 이 ‘카르텔’을 지켜주는 인물이냐는 점이다. 빙상계 인사 대부분은 안 의원을 이 ‘카르텔 보호막’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이 ‘카르텔’이 5선을 바라보는 안 의원의 앞길에 좋을 리 없다는 점이다. A 교수는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국책 연구과제를 수행하며 개인정보를 유출하고 공무집행을 방해했다는 등의 혐의로 수원지검의 조사를 받고 있다. A 교수는 연구과제 심사위원 명단을 피심사자였던 성균관대의 한 교수에게 넘긴 혐의 등을 받고 있다.
A 교수는 2014년 재임기간 동안 발표된 논문 40여 편에 자신의 이름만 올리고 연구비를 타내 물의를 빚은 바 있었다. ‘뉴스타파’ 당시 보도에 따르면 A 교수는 직접 연구 참여하지 않은 상당수 논문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고 표절 의혹도 받았다. 하지만 앞선 2013년 감사원 감사 때 아무런 지적도 받지 않았다. A 교수는 전명규 교수의 사적인 비용을 연구비로 처리해 줬다는 의혹에도 빠진 상태다. 옛 한체대 빙상장 관계자는 “전 교수가 영수증 더미를 잔뜩 A 교수에게 전달해 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A 교수 남편 B 씨은 더 위기다. B 씨는 정빙기 등을 2016년 강원도에 공급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때 사용됐다. 문제는 B 씨가 부정 입찰로 평창 동계올림픽에 오점을 남겼다는 점이다. B 씨는 2016년 평창 동계올림픽 경기장에서 사용될 장비를 낙찰 받으려 페이퍼 컴퍼니를 이용 실적 부풀리기로 정상적인 정부 입찰을 방해한 혐의로 5월 3일 춘천지법에서 실형을 선고 받았다. 추가 정황도 나오고 있다. B 씨가 강원도뿐만 아니라 대구와 광주 등 지자체 및 정부 기관을 상대로 입찰에 많이 참여해 온 인물인 까닭이다. (관련 기사: 평창 동계올림픽 허위 입찰 정빙기 공급 업체 대표에 징역형 선고)
전명규 교수가 교육부에게 받아 든 중징계 종류에는 정직과 해임, 파면 등이 있다. 빙상계에서는 한체대가 중징계 요구안을 두고 정직 이하 징계가 나올 게 뻔하다고 반응한다. A 교수가 안민석 의원 이름을 팔아 전 교수 비호에 힘쓴다는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리는 까닭이다. 게다가 훈장 실적은 징계를 완화시키는 역할도 한다.
골프 퍼팅 연습대만 남겨진 A 교수의 방.
이와 관련 ‘일요신문’은 지난 4월부터 네 차례 A 교수의 사무실을 방문하고 A 교수가 사용하는 휴대전화 2대에 수시로 연락을 취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