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무빙상단 지방서 서울 근교로 파견…국방부 특혜 의혹
전명규 교수는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 앞선 겨울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위치한 켄싱턴 호텔(전 렉싱턴 호텔) 2층 카페에서 조재현과 만났다. 이 자리에는 당시 iMBC 사장이었던 허연회 전 부산MBC 사장과 이유성 단장이 동석했다.
조재현과 전명규 교수의 만남을 연결해준 허연회 전 부산MBC 사장. 연합뉴스
조재현의 아들 군 활동 관련 민원 때문에 만들어진 자리였다. 조재현의 아들은 2013년 6월 창단된 상무 소속 선수였다. 같은 해 10월 10일 상무는 경기도 성남에서 경북 문경으로 이전했다. 문경에는 빙상장이 없었다. 당시 상무 빙상단 훈련 장소는 운전으로 1시간 반 걸리는 대구의 한 빙상장이었다. 조재현이 꼽은 상무 빙상단의 문제는 감독의 잦은 졸음 운전이었다.
조재현은 1일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날마다 새벽에 이동하는 탓에 감독이 자주 졸음 운전을 했다. 나 말고도 여러 학부모가 위험하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내 이름을 직접 대고 국군체육부대와 빙상연맹 등에 민원을 수없이 넣어 봤지만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며 “평소 친했던 당시 허연회 iMBC 사장에게 이런 내용을 보도할 수 없냐고 물었다. 그런 뒤 얼마 안 지나 허 사장이 부른 자리에 나갔다. 거기엔 전명규 교수와 이유성 단장이 있었다”고 말했다.
원인은 대관비 때문이었다. 상무 빙상단은 대구 빙상장을 무료로 사용했다. 빙상장 일반 영업 시간에 앞서 훈련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상무 빙상단도 나름 이 일의 해결을 시도했다. 국방부 관계자에 따르면 2014-15 시즌에 앞서 국방부 쪽은 목동 빙상장과 태릉국제빙상장 쪽에 훈련 협조를 요청했다. 상무 빙상단을 서울 인근 부대로 파견하고 목동과 태릉에서 훈련하게끔 하면 경북 문경에서 대구를 오가는 것보다 이동 거리와 시간이 단축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허나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 옛 빙상연맹 관계자에 따르면 빙상연맹과 국방부는 이 비용을 가지고 옥신각신했다.
전명규 교수는 이런 민원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조재현과 전 교수의 만남 뒤 모든 게 바뀌었다. 빙상연맹은 상무 빙상단이 다른 지역에서 훈련하며 추가되는 비용을 감당하겠다고 나섰다. 소치 동계올림픽이 끝난 뒤인 2014-15 시즌부터 상무 빙상단은 서울 근교에서 훈련을 시작했다. 국방부는 상무 빙상단을 경기도 남양주에 위치한 71사단으로 사실상 파견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파견이 아니다. 숙소 지원 협조를 구했던 전지훈련”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사병을 관리하는 부사관은 따라 나서지 않았다. 일반인 신분의 상무 빙상단 코치만 함께했다. 점호는 71사단에서 했다. 상무 빙상단은 한체대 빙상장과 태릉국제빙상장에서 훈련했다. 전명규 교수는 한체대 빙상장을 총괄한다. 국방부가 이와 같은 결정을 했을 때 전 교수는 빙상연맹 부회장직을 내려 놓은 상태였다. 이제껏 전 교수는 “난 빙상계에 영향력을 발휘해 온 적 없다”고 해 왔다.
국방부가 상무 빙상단을 서울 인근까지 파견한 건 특혜라는 지적이 일었다. 빙상연맹이 대관비를 지원하겠다고 나섰다면 굳이 훈련지가 서울이 아니어도 됐다. 경북 문경에 위치한 국군체육부대에서 대구 빙상장까지는 자동차로 1시간 30분쯤 걸린다. 경북 구미에도 선택지는 있었다. 국군체육부대에서 구미 빙상장은 1시간 거리다. 71사단에서 한체대는 시내주행으로 40분쯤 걸린다. 옛 상무 관계자는 “거리가 먼 탓에 서울 근교로 상무 빙상단이 옮겨 왔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국방부 관계자는 “단체 훈련을 하기에 서울이 더 용이했기 때문에 이와 같이 전지훈련을 보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조재현은 “부대를 옮겨달라고까지 요청한 적 없다. 1시간이든 4시간이든 군인이면 하란 대로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다만 감독이 자주 졸음 운전을 해서 국방부 등에 여러 대안을 제시했었다. ‘감독과 선수가 번갈아 운전하도록 해달라’는 제안과 ‘운전수를 선수 쪽에서 고용하겠다’는 제안 모두 거절 당했다. 전명규 교수도 이런 내용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한 번도 해결에 나서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그는 “그런데 전 교수를 만난 뒤 아예 서울의 빙상장에서 훈련할 수 있도록 바뀌어 버렸다. 난 그저 상무 빙상단 선수들이 온전하게 운동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했던 것뿐이었다. 난 전 교수가 나온다는 걸 아예 모른 채 약속 장소로 출발했다. 허연회 전 사장이 MBC 보도국 후배 기자를 소개해 주는 줄로만 알았다. 가는 도중 전 교수가 나온다는 걸 알게 됐다. 결과적으로 만남은 부적절했지만 부모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전명규 교수는 ‘일요신문’ 취재가 시작된 2월 이래 제대로 된 해명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4월 감사를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계속 병가를 연장해 오며 학교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
침묵하다 갑자기 팔 걷어붙인 전명규…고위급에 잘 보이기? 전명규 교수는 평소 정관계와 재계 고위급 인사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려 애썼다고 알려졌다. 조재현에 따르면 이 민원은 허연회 전 사장과 이유성 단장을 거쳐 전 교수에게 전달됐다. 허 전 사장과 이 단장은 절친한 관계다. 이 단장이 전 교수를 불러냈다. 이 단장은 대한항공 빙상단을 총괄한다. 전 교수는 당시 금메달리스트였던 한체대 출신 모태범과 이승훈 선수를 대한항공 빙상단에 보냈다. 대한항공 빙상단 초대 감독 역시 한체대 졸업생으로 전 교수의 조교였다. 한 빙상 선수는 “전 교수가 늘 하던 소리 가운데 하나가 ‘잘하면 대한항공 보내줄게’였다”고 말했다. 이유성 대한항공 스포츠단 단장은 전명규 교수와의 관계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연합뉴스 이유성 단장은 전명규 교수와 선을 긋고 나섰다. 이 단장은 “전 교수는 나보다 어리지만 만나도 내가 늘 존대를 할 만큼 거리가 있다”고 했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한 언론사의 인터뷰 녹취에서 이 단장은 “골프 치러 갔다가 딱 한 번 본 사이”라고 했다. 다만 녹취에서는 “전 교수 골프 실력이 ‘날이 갈수록’ 는다”는 목소리도 흘러 나왔다. 또한 취재 결과 이 단장과 전 교수는 2013년 함께 대한체육회 경기력향상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고 나타났다. 이어 그는 “허연회 전 사장은 잘 안다. 한국초등학교탁구연맹 회장을 맡고 있는데 이 자리도 내가 추천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단장은 대한탁구협회 부회장이다. 협회 수장은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이다. 조재현과의 만남에 대해서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