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최종구 금융위원장 등이 13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 안정방안’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갖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일요신문] 정부가 13일 부동산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다주택자와 투기세력에 대한 종부세 부담을 늘리고 대출을 억제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을 잡고 투기를 원천적으로 막기에는 다소 부족해 보인다는 분석이 많다.
종부세를 올려도 부동산 상승분의 비하면 쥐꼬리만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실수요자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아주 고가의 주택에 대해서만 과세를 진행해 최근 서울 전역에서 상승세를 보이는 10억 전후 아파트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와중에 보수언론은 벌써부터 ‘집 한 채 가졌는데 세금 폭탄’ 운운하는 기사를 내놓고 있다. 소득이 없이 20억 주택 한 채 뿐인데 종부세 부담이 늘었다는 내용이다.
정책을 제대로 살펴보면 종부세 과표 3억~6억, 즉 18억~24억원 대의 주택을 소유한 가구에 부과되는 세금은 이번 정책으로 고작 10만원~20만원 정도 더 늘어났을 뿐이다. 92만원 정도를 내던 가구가 105만원 정도, 즉 10만원 가량을 더 부담하는 것이다. ‘20억 주택 소유자가 서민이냐 아니냐’ 라는 논쟁은 차치하더라도 거의 대부분의 대한민국 서민과는 무관한 개편안이다.
또 다른 보수언론은 ‘2주택자 세부담 3배 늘어’라는 기사에서 882만원을 내던 2주택 가구가 2,449만원을 내야 한다며 참여정부 시절보다 세부담이 늘었다고 꼬집고 있다. 하지만 이 신문이 언급한 강남구 래미안 A아파트와 용산구 B아파트는 최근 1년여 사이 1억 이상, 많게는 6억 가량의 가격 상승이 있었던 곳이다. 몇 억 씩 오른 것은 당연한 것이고 천만원 남짓 늘어난 세금은 부당한 것인지, 종잡을 수 없는 의식의 흐름이다.
항상 정책은 시장보다 느리고 조심스럽게 나온다. 이번에도 부동산으로 벌어들이는 상승분과 비교하면 정부대책은 솜방망이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선대인경제연구소 선대인 소장은 14일 개인블로그에 ‘정부가 다주택자들을 겨냥해 개편안을 마련한 만큼 빚내서 무리하게 다주택을 소유한 사람들에게는 일정한 부담을 줄 수 있지만 지금 서울 집값 오름세가 확산되고 있는 한 채 기준 5억~15억원짜리 주택에 대해서는 사실상 거의 아무런 영향을 못 미치는 개편안’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현재 기준시가(9억원)는 노무현 정부 때 기준시가(6억원)보다 더 높아 당연히 종부세 대상 범위가 노무현 정부 때에 비해 훨씬 적다. 또 나중에 위헌 판결을 받아 수정됐지만, 노무현 정부 때는 누구 명의로 돼 있든 합산해서 6억원이 넘으면 대상이 됐는데, 지금은 개별합산이니 부부가 각자 명의로 8억5,000만원 주택 두 채를 소유해도 대상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실수요자 보호라는 명목으로 과세 대상을 너무 좁게 본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부분이다.
한편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는 13일 비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부동산 문제의 해법에 대해 분양원가 공개, 분양가 상한제, 후분양제, 보유세 강화, 공시가격 정상화, 공공임대 대폭 확대를 제시했다. 건설업계는 상당한 불만을 갖고 있겠지만 이 정책들은 다수의 국민에게 이롭다. 특히 분양원가 공개는 과반수 이상의 국민이 지지하는 정책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정부는 여론으로 포장한 투기세력의 공세에 무릎 꿇거나 지지율 추이에 끌려 다니며 정책을 선회하곤 했다. 강력한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닿지 않았다. 이 반복된 패배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
다행스럽게도 14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당대표는 “부동산 시장에 또 교란이 생기면 더 강한 조치를 하겠다”며 시장안정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더 이상 주택으로 인한 불로소득을 기대하지 말라는 경고다.
10년 전 정부가 보유세를 손대자 ‘세금 폭탄, 사유재산 부정, 시장경제 억압’ 운운하던 언론들이 있었다. 당시는 많은 국민들이 그들의 말을 믿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국민들은 정권의 나팔수 역할에만 급급했던 언론에 대한 신뢰를 접었고 언론의 어젠다 설정 능력은 많은 힘을 잃었다.
대통령 지지율은 소수의 부자들에게 세금을 거뒀다고 낮아지는 것이 아니다. 처음 가졌던 강력한 개혁의 의지가 서서히 줄어듦에 따른 것이라 생각한다. 문재인 정부가 취할 태도는 보다 강력한 부동산 과세와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10년 전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김창의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