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 끝나고보니 일식집 매출 8000만 원 쑥…“의원님, 개죠?” 보신탕집 농담 웃프네
국회의원들은 저마다 국회 안팎에서 여러 인물들을 만나며 자신의 영향력을 행사한다. 저녁이 되면 의원들은 여의도 일대의 식당을 방문해 그들만의 정치를 시작하며 친목을 다지기도 한다. 9월 6일 촬영된 국회의원 개원 70주년 기념사진. 박은숙 기자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당 대표 경선이 한창이던 시절, A 의원과 B 의원은 각자 세를 불리기 위해 여의도 일대의 식당에 사람들을 불러 모아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들이 자주 가던 곳은 여의도 ‘ㅍ 호텔’의 ‘ㄷ 일식집’이었다. 두 사람은 경선에서 한 표라도 더 끌어오기 위해 당직자들과 당외 인사들을 불러 모았고, 저녁이 되면 이곳은 마치 ‘미니 경선장’과도 같았다. A 의원과 B 의원은 이때 사람들에게 저녁을 사주고 술잔을 기울이며 한 표를 호소했다. 두 사람이 매일같이 출석도장을 찍으며 이곳의 한 달 매출이 8000만 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경선 결과, A 의원이 승리했다. 당 대표가 된 A 의원은 경선이 끝난 뒤 여의도 ㄷ 한정십집에 의원들과 당직자들 200명을 불러 모았다. 대표 경선 승리에 감사를 표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이때 막걸리를 주문했다. 수백 명에 달하는 인원들이 모이다보니 관계자들과 언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ㄷ 한정식집이 이미 비싼 식당으로 알려져 있어 정치권 관계자들 사이에 뒷말이 나오곤 했다. 아무리 막걸리를 주문했다 할지라도 ‘비싼 회식’임을 숨길 수가 없었다. A 의원은 회식비를 당비나 특수활동비가 아닌 사비로 지출해 정치권 관계자들이 재력에 감탄했다는 후문이다. 이 식당은 이미 정치인들 사이에서 유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물론,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추미애 전 민주당 대표,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 등이 이곳을 방문했다.
A 의원처럼 호화스러운 회식으로 재력을 강조한 의원이 있는가 하면, 소박하게 끼니를 때우는 의원도 있었다. C 의원은 ‘공직자 재산공개’에서 보유 재산 하위층에 속한다. 그는 동료 의원인 D 의원과 국회 후생관 분식 코너에서 라면 등의 분식을 즐기는 모습이 국회 관계자들에게 가끔 포착됐다. 물론 그가 분식을 좋아해서인지 바쁜 의정활동 때문에 식사를 할 시간이 부족한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여의치 않은 주머니 사정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E 의원은 국회 인근에 위치한 순댓국집의 단골손님이다. 그는 순댓국집에서 6만 8000원어치의 식사를 한 뒤, 값을 지불하지 않고 ‘먹튀’했는데 이 같은 일이 뒤에도 몇 차례 반복됐다. 이를 두고 일부 관계자는 “설마 얼굴도 알려진 의원이 도망갔겠느냐. 보좌진이 뒤에 결제를 했거나, 식권으로 선결제를 했거나, 나중에 식당이 의원실에 청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권 당시 비박계가 지목한 ‘친박 8적’은 서청원‧최경환‧홍문종‧윤상현‧이장우‧김진태(한국당), 이정현(무소속), 조원진(대한애국당) 의원을 일컫는다. 이들은 과거 강남에 있는 ‘M호텔’ 가라오케를 종종 방문하곤 했다. 바에서 술을 마신 뒤 취하면 다 같이 어깨동무를 하고 스크럼을 짜고 노래를 부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환 전 새누리당 의원은 2013년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활동 당시 ‘경찰 고위간부 폭행’ ‘경찰 간부 귀싸대기’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김 의원은 언론 보도가 나오자 “국회 안행위 위원장으로서 경찰들과 식사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 자리에서 폭행이나 폭언 등은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날 같은 식당에 있었던 한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사건의 전말은 다음과 같다. F 경찰청장이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으로 국회 안행위 현안보고 회의에 참석했는데, 관련 내용을 준비해오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에 황영철 안행위 간사가 “준비를 안 해왔다니 말도 안 된다”며 F 청장을 다그쳤고, F 청장은 “질문을 하면 거기에 맞게 답변하겠다”고 답했다. 이를 못마땅하게 본 김태환 전 의원은 F 청장과 함께한 저녁 식사자리에서 F 청장에게 “왜 의원들한테 지적질을 받냐. 잘 좀 하자”라고 질타했다.
그러는 동시에 순간 ‘욱’한 김 전 의원이 물수건을 식탁 위로 내던졌는데, 물수건이 하필 김치 위에 떨어져 빨간 김칫국물이 F 청장의 흰 셔츠에 튄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이 일어난 지 한 달 지난 시점에서 뒤늦게 “경찰 간부들과 국회의원들 간의 만찬에서 한 새누리당 의원이 경찰청 간부의 뺨을 때린 것으로 알려졌다”라고 보도가 났다.
김 전 의원과 경찰 측 모두 “고성이 오갔을 수는 있으나 폭행은 없었다”라고 사건을 부인했지만, 민주당은 “여당에 의한 국가기관 무력화는 국기 문란 행위”라며 김 전 의원의 안행위원장 사퇴를 요구했다.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 한동안 정치권을 뒤흔들었고 잠잠해지는 데에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민주당 소속의 의원 네 명은 여의도 ‘ㄱ 빌딩’ 근처에 위치한 ‘ㅎ 보신탕집’을 종종 방문하곤 한다. 의원들은 이곳에서 메뉴를 주문할 때마다 가벼운 장난을 치곤 하는데, “의원님, 보신탕 주문할 거죠?”라는 질문 대신 일부러 “김 의원님, 개죠?” “그러면 임 의원님도 개죠?”라고 농담을 던지며 그들끼리 웃곤 한다. ‘개’라는 단어를 중의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